상상 뛰어넘은 '녹조라떼'..신음하는 낙동강
[낙동강 녹조현장 르포]낙동강 중하류는 '녹조가 펼치는 죽음의 향연'
머니투데이 | 고령 | 입력 2013.08.16 06:00 | 수정 2013.08.16 09:17

14일 오전11시 경북 고령군 우곡교 부근. 연일 낮 최고기온이 40도 가까이 치솟는 경북지역의 열기가 그나마 덜한 시간. 수온이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았지만 아침부터 수면 아래선 녹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지켜본 지 불과 10분. 녹조는 점점 진해졌다.

↑14일 오전 10시45분 경북 고령군 우곡교 인근 낙동강. 이른 아침에도 수면 아래서 녹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사진=박소연 기자

↑14일 오전 11시30분쯤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 인근 낙동강. 녹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14일 오전 11시30분쯤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 인근 낙동강. 녹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말로만 듣던 '녹조라떼'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악취도 코끝을 찔렀다. 비릿한 냄새로 속이 울렁거렸다. 더위가 엄습하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냄새가 뒤섞여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강물을 따라 옮긴 달성보 하류. 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린 오후1시쯤 남조류 사체가 섞인 달성보 하류 강물은 녹색이 아니라 '누런색'이었다. 강에서는 썩은 냄새가 본격적으로 진동했다.

↑14일 오후 1시30분쯤 대구시 달성보 하류. 조류 사체로 누런색이었고 악취가 났다. /사진=박소연 기자

↑14일 오후 1시30분쯤 대구시 달성보 하류. 조류 사체로 누런색이었고 악취가 났다. /사진=박소연 기자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갔다. 오후 2시쯤 찾은 달성군 고령교 아래 낙동강 제방 근처 강물. 온통 녹색 포스터물감을 푼 것처럼 녹조띠가 선명했다. 육지에 인접한 강물은 녹조와 조류사체가 뒤엉켜 보기조차 민망했다. 육지와 인접한 강물은 녹색을 넘어 누랬다. 이곳은 배수관로와 농수용 수로가 있는 곳. 비료와 영양염류가 유입된 구간이라 녹조현상이 더욱 심했다.

↑14일 오후 2시쯤 고령교 아래 낙동강 제방 강물은 마치 포스터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진한 녹조로 뒤덮여 있었다. /사진=박소연 기자

이날 3시간가량 지켜본 낙동강 중하류는 '녹조가 펼치는 죽음의 향연'에 물들어 있었다. 산인지 강인지 분간되지 않는 녹색의 콘서트, '죽음의 콘서트'였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5년간 낙동강을 지켜봤다. 정 국장은 "낙동강 녹조는 지난해 4대강 보 설치에 따른 담수 이후 갑자기 늘어났다"며 "특히 낙동강에 가장 많은 8개 보가 설치돼 문제가 심각한데 낙동강 전 구간에 녹조가 나타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 수문을 통과하면서 강물이 소용돌이치는데 남조류가 죽어서 사체가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비상방류에 불구 '녹조띠' 여전…'누런' 조류사체, 악취도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녹조는 물속 영양분이 풍부하고 온도가 높을 때 자주 발생한다. 최근 극심하게 나타나는 낙동강의 녹조 현상은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환경단체의 예상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낙동강 조류가 사상 최대로 확산되자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긴급 대책을 지시한 상황.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농림부 등과 녹조대응TF를 구성해 댐과 보 비상방류를 실시하는 등 먹는 물 안전관리에 대응하고 있다. 일각에선 방류 후 녹조띠가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발표도 내놨지만 사실과 달랐다.

정수근 국장은 "지난 4일 진주 남강댐과 낙동강 보에서 2100만t의 물을 방류해 유속이 높아진 결과로 조금 옅어졌다지만 임시방편적 조치일 뿐 근본적으로 녹조알갱이 발생을 막을 수 없다"며 "오히려 유속과 녹조의 발생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한 꼴"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방류'조치는 물을 가둬놓기 위해 '보'를 설치한 애초의 목적과도 상반된다. 수문관리는 환경부가 아닌 국토부와 수자원공사 소관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4일 오후 2시쯤 고령교 아래 낙동강 제방 강물은 마치 포스터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진한 녹조로 뒤덮여 있었다. /사진=박소연 기자

◇ 녹조 정수처리 수백억 등 부작용…"정부 근본대책 절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녹조라떼' 사태가 무리한 4대강 사업에 따른 보 설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분별한 보 설치로 강물의 자연정화기능이 발휘되지 못하고 정체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 국장은 "독일의 강이 수심이 깊은 웅덩이 위주라면 한국의 강은 주로 얕은 여울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데 4대강 사업은 독일식 운하를 도입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강을 무리해 6m 이상 파다보니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적 손실도 크다.

환경당국은 녹조가 발생해도 고도정수처리시설로 걸러내 수돗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고도정수처리시설은 대구에만 존재하며 구미와 상주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신설하는 데 각각 600억원 예산이 추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국장은 "현재 녹조를 정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활성탄과 오존, 전기세 등 기타비용이 해마다 수십억"이라며 "수질개선을 위해 22조를 투입한 4대강 사업이 도리어 막대한 예산만 잡아먹고 있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물 아래에서 '스펀지'처럼 필터 역할을 하던 모래를 6m 이상 파낸 부작용도 크다. 모래값도 2배 올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 국장은 1991년 페놀사태 이후 환경단체 등이 20년간 어렵게 되살린 낙동강 수질이 이전 정부의 무지하고 무리한 정책으로 오염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4대강 문제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환경운동가들의 20년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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