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현장 지키며 강산 파괴 기록해야"
[인터뷰] 내성천 강둑 '텐트'에 사는 지율스님... "힘들지만 씩씩하다"
13.08.17 13:15 l 최종 업데이트 13.08.17 13:15 l 윤성효(cjnews)
"힘들기도 하지만, 씩씩하다. 마음에 아직 분함이 있다.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 천성산도 그랬고, 4대강도 그랬다. 현장이 중요하고, 현장에 있어야 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고, 연대단체가 많지만, 왜 다들 현장에는 없을까 싶다."
지율(知律) 스님이 내성천 모래 속에 발을 담그고 한 말이다. 찜통더위가 기성을 부리던 지난 12일 오후 지율 스님을 만났다. 지율 스님은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강둑에 있는 '텐트'(스님은 집이라 부름)에 산다.
비닐로 뒤덮은 텐트 속에 들어가면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집'에는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스님은 "제일 시원한 곳으로 가자"며 언덕을 내려갔다. 맑은 물이 흐르는 내성천 가장자리 쪽에 세수대야를 엎어 놓고 그 위에 앉았다.
▲ 영주댐 공사로 수몰위기에 놓여 있는 내성천의 변화되는 상황을 기록하고 있는 지율 스님은 2012년 7월부터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강둑에 텐트를 치고 살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후 내성천 가장자리에 세수대야를 엎어 놓고 앉아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발을 물과 모래 속에 담그니 한결 시원했다. 건너편에서는 영주댐 수몰지로 인해 새 길을 내느라 산허리를 깎는 둔탁한 중장비 소리가 들려왔다. 매미는 그 소리에 반격이라도 가하 듯 더 큰 소리로 울어댔다.
매미 소리가 시끄럽지 않느냐고 했더니, 지율 스님은 "자연의 소리이니 시끄러운 줄 모르겠다"며 "아침저녁에도 강바닥을 준설한다고, 산허리 깎아 내린다고 굉음을 내는 굴착기 소리가 더 시끄럽다"고 말했다.
미숫가루를 건넨 지율 스님은 "밥을 거의 해먹을 수가 없다. 요즘 날씨에 음식을 해놓으면 금방 상하고, 하루를 넘길 수 없다"며 "미숫가루는 앞집 할머니가 준 밤에다가 쑥도 넣어서 만들었는데, 요즘은 밥 대용으로 먹는 셈"이라고 말했다. 모든 집에 다 있는 냉장고가 지율 스님한테는 없다.
지율 스님이 이곳에 '집'을 지어 살기 시작한 때는 2012년 7월부터다. 2014년 말에 끝나는 영주댐 건설공사로 수몰 위기에 놓인 내성천(낙동강 제1지류)의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 2011년부터 이곳에 들어왔고, 처음에는 마을의 한 빈집에서 살다가 강둑으로 옮겼다.
지율 스님은 4대강 사업이 시작될 무렵인 2009년 3월부터 낙동강을 여러 차례 답사하며 사진 촬영하는 등 자료를 모으기도 했다. 또 지율 스님은 영주댐 공사 뒤 내성천의 변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을 감독-촬영-편집해 지난 봄에 개봉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문재인 의원 상대 소송에 져
지율 스님은 최근 두 건의 소송에서 졌다. <조선일보>와 문재인 의원(민주당)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각각 정정·사과문 게재와 손해배상(위자료)청구 소송을 했는데, 1심 재판부는 지율 스님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지율 스님의 소송은 천성산터널과 관련 있다. 지율 스님은 고속철도(KTX)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터널 공사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라며 단식하고 '도롱뇽소송'(공사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지율 스님은 <조선일보>가 2010년 5월부터 2012년 9월 사이 4건의 기사, 칼럼을 통해 공사중단 기간과 손실액을 부풀리고 "추방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1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배호근 부장판사)는 지난 6월 28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 영주댐 공사로 수몰위기에 놓여 있는 내성천의 변화되는 상황을 기록하고 있는 지율 스님은 2012년 7월부터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강둑에 텐트를 치고 살고 있다. 사진은 법원에서 온 판결문이 든 봉투를 뜯어보지도 않은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윤성효
앞서 지율 스님은 비슷한 내용으로 보도했던 <조선일보>에 대해 2008년 '10원 소송'을 내 승소했고, 당시 이 신문은 정정보도문을 내고 지율 스님한테 10원을 지불했다. 지율 스님은 '1원 소송'에 대해 항소했다.
지율 스님은 문재인 의원이 낸 책 <운명>에서 허위 내용이 있다며 다시 찍을 경우 문장과 사진을 삭제할 것과 위자료를 요구했는데, 지난 7월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정효채 부장판사)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판결문 든 봉투 뜯어보지도 않아
소송 패소 뒤 천성산 대책위 활동을 함께 했던 한 인사는 "언론들은 지율 스님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는데, 만나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기자한테 말하기도 했다. 지율 스님은 먼저 전화통화에서 "뭐하려고"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기자는 일방적으로 날짜를 정해 가겠다고 했다.
"남을 비방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내 안에 분노가 아직 살아 있다. 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천성산도, 4대강 사업도, 국책사업을 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엉터리로 했다. 그것을 제대로 하자는 내 주장이 왜 잘못이란 말인가."
지율 스님은 법원에서 온 판결문이 든 봉투를 뜯어보지도 않았다. 아래는 지율스님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최근 감사원에서 4대강 사업은 운하였다고 했다.
"우리는 다 알았던 거 아닌가. 정부는 4대강 사업이라 해도 우리는 운하로 알았다. 감사원 발표를 하니까 새롭게 알았던 것처럼 하는데, 너무 코미디 같은 느낌이 든다."
-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있다.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도 문제다. 민주당이 야당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많나. 국회의원 한 명이 얼마나 중요한가. 국민들은 국회의원들한테 도둑을 지키라고 했는데 그들은 지키지 못했다. 누구 혼자의 책임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운하를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을 뽑아준 것도 국민 아닌가."
▲ 영주댐 공사로 수몰위기에 놓여 있는 내성천의 변화되는 상황을 기록하고 있는 지율 스님은 2012년 7월부터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강둑에 텐트를 치고 살고 있다. ⓒ 윤성효
- 천성산과 4대강 사업을 비교해 보면.
"같은 사안이다. 다만 4대강 사업은 다 보이는 데서 했고, 천성산은 보이지 않는 터널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게 다를 뿐이다. 가령 낙동강에 하루 수백대의 차량이 드나들면서 모래를 파냈다. 다 보였다. 그런데 그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도지사나 시장, 군수, 심지어 그 분야의 전문가들도 눈을 감았다. 우리 모두가 한 일이라는 데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 요즘 KTX 민영화 논란이 큰데.
"지금 KTX는 하루 수십 억 원 손실이라 하고, 부채가 수조라 민영화를 해야 한다고 한다. 누구한테 책임을 물어야 하나. KTX 2단계 공사로 인해 천성산의 늪과 산은 버려졌다. 2단계 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만큼 부채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영주와 서울에서 열린 '민영화 반대' 집회장을 지나갔던 적이 있다. 하도 속상해서 발언하고 싶을 정도였다. 민영화는 새로운 게 아니고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KTX는 건설할 때부터 엄청난 문제가 있었고, 수지도 맞지 않았는데 밀어붙였던 것은 민영화가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토건업은 정부에서 한다고 말하기 어렵고, 따지고 보면 삼성 등 재벌들이 하는 거 아닌가. 2단계 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천성산터널을 뚫지 않았다면 민영화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
- 소송을 했던 이유는?
"천성산 문제를 제자리에 놓아야만 내 입장에서는 낙동강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천성산과 4대강은 사업은 같은 이야기다. 4대강 사업 찬성론자들은 천성산을 잣대로 삼으며, 환경은 경제 손실이고 억지 주장이라고 했다. 천성산의 진실이 왜곡되었기에 바로 잡아야 하고, 그래야 4대강 사업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보았다."
- 문재인 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몇 사람이 전화를 했더라. 욕 먹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언제는 내가 욕 안 먹었느냐고 말했다. 어이없게도 천성산 문제를 아는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니까 의아스럽기도 했다. 소송을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뒤에 보니 그 쪽 캠프(대선 때 문재인)에 서 있더라. 그 사람들이 나를 설득할 게 아니지 않나. 피해자가 누군데."
- 소송을 진행하면서 든 생각은.
"특히 변호사들이 작성한 답변서를 받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무리 소송에서 이기고 싶어도 어떤 표현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과연 약자 편에 섰던 변호사들인가 싶더라. 법원에서 온 판결문이 든 봉투를 뜯어보지도 않았다. 나를 이해해 달라는 게 아니라, 사실 관계가 잘못됐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할 거 아닌가."
10원 소송은 이기고 1원 소송은 지고
- <조선일보>의 경우 '10원 소송'은 이기고, '1원 소송'은 졌는데.
"10원소송은 내가 이긴 게 아니고, 좋은 판사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때 처음에는 내가 이긴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그때 좋은 판사를 만났다는 것 이상의 답은 없다. 사실 관계가 너무나 명확하지 않나. '도롱뇽소송=2조 손실'이 아니라는 게 다 밝혀졌다. 다른 한 신문도 뒤에 비슷한 내용으로 보도를 해서 소송을 했는데, 판결이 있기 전에 조정합의를 했다. 그 신문은 반론보도를 싣고 변호사가 전체 취재-편집기자 앞으로 메일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비슷한 기사였는데, 법원이 다르게 판단한 것이다. <조선일보> 소송에 대해서는 항소했다."
▲ 영주댐 공사로 수몰위기에 놓여 있는 내성천의 변화되는 상황을 기록하고 있는 지율 스님은 2012년 7월부터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강둑에 텐트를 치고 살고 있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경작하지 않아 습지로 변한 논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 윤성효
- '1원 소송'을 낸 <조선일보> 기사는?
"대선 전인 2012년 9월 18일 자에 실린 '민주당 대선후보 문재인,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 6조 원 넘는 손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그 기사는 문재인 의원이 갈등조정 능력이 없다는 사례로 천성산을 든 것이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의원이 내가 단식할 때 찾아왔던 모습의 사진을 함께 실어 놓았다. 대선 검증 보도였다. 내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소송은 문재인 의원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 기사가 잘못이 없다면, 내 잘못뿐만 아니라 문재인 의원의 잘못도 있다는 말이 된다. 내가 항소하지 않으면 내가 입는 피해도 있지만 문재인 의원도 그렇게 된다. 천성산 문제가 정치 논리로 가는 게 나한테는 잔인하고 엄청난 스트레스다. 이미 다 끝나고 덮은 사람한테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계속 쓰고 있다."
- 변호사한테 맡기지 않고 '나홀로 소송'을 해서 진 것은 아닌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신문은 정정보도, 반론보도를 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내가 잘못한 것도 있겠지만, 사실은 명확하지 않나. 나도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진실을 말한다고 하지만 진실은 많이 알려진 게 아니다. 그리고 사실 법정에 오고 가는 게 힘들다. 박재완 전 수석과 관련한 소송을 했을 때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보았는데, 내가 편하지 않더라. 변호사 비용도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수자원공사는 텐트 철거하라고 하는데
- 최근 천성산에는 가보았는지.
"산과 늪이 이전과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천성산에 가는 것 자체가 무섭다. 모르면 가만히 있게 된다. 알면 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낙동강 답사도 여러번 했는데, 내가 4대강 사업에 대해 몰랐으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텔레비전도 없이 살다가 어떻게 해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알게 되어서는 여기까지 왔다. 2009년 3월부터 낙동강 답사를 하면서 기록했다. 어떻게 보면 낙동강은 천성산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모르면 그냥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 한국수자원공사에서 텐트를 철거하라고 한다던데.
"고지서가 왔더라. 수공에서 못하니까 영주시에서도 공문을 보내고 찾아 왔더라. 항공사진을 찍어 표시까지 했더라. 법대로 하라고 했는데, 그 때는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 4대강 사업이든 내성천이든 누구 하나 기록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 강과 산이 처절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산하가 허물어지는 것은 괜찮고, 비구니가 와서 텐트 하나 치고 있는 것은 뭐가 그리 대단하고 힘이 드는지. 현장 기록은 오히려 돈을 주면서 하라고 해야 할 일 아닌가. 텐트를 철거할 생각이 없다. 지금 생각은 이곳이 수몰된다고 해도 나가지 못할 것 같다."
▲ 영주댐 공사로 수몰위기에 놓여 있는 내성천의 변화되는 상황을 기록하고 있는 지율 스님은 2012년 7월부터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강둑에 텐트를 치고 살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후 내성천 가장자리에 세수대야를 엎어 놓고 앉아 인터뷰를 한 뒤 강둑을 올라오고 있는 모습. ⓒ 윤성효
-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 개봉 뒤 반응은 어떤가.
"반응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거 만든다고 고생은 엄청 했다. 전기도 없는 데서, 그것도 겨울에 힘들게 작업했다. 영화를 만드는 게 그렇게 복잡할 줄 몰랐다. 내가 기계를 만진다는 게 놀라웠다. 주로 누가 봤는지 모르겠지만, 별로 많이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주요 목적은 교육용이다. 특히 교사들이 보고 교육용으로 활용을 했으면 싶었는데, 많이 미치지 못했다."
- 그래도 환경단체는 현장을 살피고 기록하지 않나.
"한 번씩 나가 보는 게 현장인가. 환경단체에는 할 말이 많다. 행사를 하면서 기업체에 돈을 받아서 하기도 하던데, 그런 방식은 문제가 많다. 정치적으로 보는 것도 불편하다. 지난해 어떤 토론회를 하는데 환경단체에서 온 인사가 발언을 다 하고 난 뒤 마지막에 '정권교체!'라고 하더라. 그 토론회에 왔던 사람은 한쪽 성향만 모이는 게 아니다. 천성산도 그랬고 4대강 사업도 그랬고,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교체를 하면 4대강 사업 문제가 다 해결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는 측면도 많다. 그리고 환경단체에서 활동했던 몇 명이 국회의원이 되고, 선거 후보 캠프에 들어가기도 하던데 안타깝다. 환경파괴를 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그것을 막지 못한 사람들의 잘못도 있다. 환경단체와 야당이 4대강 사업을 막지 못했는데, 그것 또한 창피한 일 아닌가."
- 환경 등 시민운동 하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 좋은 말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는데,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적으로 여긴다. 지금 시대는 다양한 의견이 있고,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 놓여 있다. 내가 요즘 보수든 진보든 모두에게 공격을 받으니까 누가 '공공의적'이 됐다고 하던데, 차라리 한쪽 적보다 공공의적이 낫다고 했던 적이 있다. 문재인 의원 소송할 때 인터넷 댓글이나 트위터에 비속어를 쓰가며 욕을 하더라. 마음이 아팠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환경운동하는 사람이 와서는 '명박이'라고 해서 화를 내면서 그런 말을 쓰려거든 오지 말라고 했다. 언어를 버리는 것이 싫다. 공격적이거나 거친 언어를 쓰지 말자는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 주변에서는 왜 스님만 힘들게 사시느냐고도 한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씩씩하게 산다. 힘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곳은 거의 대부분 빈집이다. 마을 입구에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시는 정도다. 밤이 되면 적막강산이다. 할머니들은 '귀신이 나오면 어쩌노'하며 걱정하시는데, 나는 '귀신이 저를 겁낸다'고 말하며 웃는다. 강둑에 혼자 있으면, 물소리도 철렁철렁 나고, 비라도 오면 분위기는 더 그렇다. 그래도 사니까 산다."
지율 스님이 사는 '집'에는 빨래가 널려 있고, 지난 봄에 심은 호박과 고추, 수세미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 영주댐 건설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수몰지인 내성천에는 강과 산이 파이거나 깎이고 있다. 내성천은 낙동강 제1지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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