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너무 솔직했나"
4대강 준설 때문에 상수도 송수관로 유실될 위험, 공사 목적에 밝혔다가 삭제해
김은남 기자  |  ken@sisain.co.kr  [309호] 승인 2013.08.22  10:41:26

8월20일 경북 상주시 병성동 병성천 일대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상주시가 밝힌 공사 목적은 ‘상수도 송수관로 정비공사’. 이 공사는 4대강 사업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병성천은 낙동강의 지류 중 하나다.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 중 가장 상류에 설치된 상주보로부터 불과 9km 가량 떨어져 있다.


그런 병성천에 문제가 생긴 것은 4대강 사업 완료 이후. 4대강 준설로 인해 강바닥이 깊어지면서 낙동강 본류와 지천간 낙차가 커졌고 이로 인해 병성천의 물 흐름이 빨라진 결과 여기 묻혀 있던 송수관로 일부가 유실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4대강 공사에 따른 이른바 역행침식의 부작용이다. 지난 8월8일 이곳을 찾은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은 실제로 이런 공사 내용이 적힌 공사 표지판을 현장에서 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오마이뉴스>가 촬영한 공사 표지판에는 사업 목적이 이렇게 적혀 있었다(왼쪽 사진). “본 사업은 병성교 일원의 병성천 하천에 매설되어 있는 기존 송수관로가 4대강 사업에 따른 하천의 유속 증가로 인한 관보호공 일부가 노출되어 송수관로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송수관로 일부를 교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이 너무 솔직했다고 여겼던 것일까? 검증단이 다녀간 2주 뒤 다시 찾은 현장의 공사 표지판에는 이런 내용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아래 사진). 사업 목적을 설명한 대목 전체가 통째로 증발한 것이다. 공사 표지판에 연락처가 적혀 있는 시공사 관계자는 “누가 표지판에 손을 댔는지 모르겠다. 우린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김은남</font></div>검증단이 다녀간 2주 뒤 다시 찾은 현장의 공사 표지판에는 공사목적을 담은 내용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검증단이 다녀간 2주 뒤 다시 찾은 현장의 공사 표지판에는 공사목적을 담은 내용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김은남

*<시사IN>은 4대강 전문가인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와 8월20~21일 낙동강 일대를 답사했다. 자세한 내용은 8월26일 발매되는 <시사IN> 311호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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