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유적’ 공산성 주변땅 곳곳 움푹…“4대강 준설탓”
등록 : 2013.08.28 20:26수정 : 2013.08.28 22:27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 28일 오전 충남 공주 공산성에서 금강 준설로 지반 결합력이 약화돼 틈이 벌어진 성벽 위를 조사하고 있다. 공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민검증단 현장조사
금강서 5m가량 떨어진 지점에 너비 10m·깊이 2m ‘타원 웅덩이’
성곽 일부 갈라지고 석축 유실 “지반침하 방치땐 무너질 수도”
세종보 주변은 녹조현상 심각
1500여년 전 백제시대 축조된 충남 공주 공산성 주변이 4대강 사업으로 금강을 대규모로 준설한 영향으로 성벽과 강 사이 땅이 움푹 꺼져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반 침하 현상을 방치하면 금강과 맞닿은 지면이 무너져내려 공산성(사적 12호) 성곽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산성은 공주·부여와 전북 익산을 아우르는 백제 문화유적을 바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중인 곳이다.
학계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이 꾸린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 28일 공주시 산성동 공산성 등을 현장 조사해보니, 공산성 공북루 왼쪽 50m 지점 성벽 바깥에 너비 10m, 깊이 2m에 이르는 타원형 웅덩이(싱크홀·sinkhall)가 생긴 것이 확인됐다. 이곳은 금강과 불과 5m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환경단체들은 3년 전 준설 공사 때 이런 위험을 경고하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검증단의 정민걸 공주대 교수(환경교육)는 “4대강 사업으로 일대에 대규모 준설한 결과 수심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지반의 결합력이 약해지면서 산사태 비슷한 슬라이딩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산성 일대에는 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너비 20㎝, 깊이 30㎝가량으로 땅이 움푹 파인 곳이 10여곳에 이른다. 공산성 일부 성곽 윗면에서는 돌과 땅 사이에 손가락 2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로 갈라진 곳이 5m가량 확인됐다. 허재영 대전대 교수(토목공학)는 “대규모 준설 말고 이런 현상을 일으킬 다른 요인은 없다. 침하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공산성 안 영은사에 있는 연지(공주시 기념물 42호)의 일부 석축에서도 돌이 무너지거나 깨진 것이 발견됐다. 6년 전 보수 공사를 한 뒤 별다른 훼손이 없었는데, 4대강 사업 뒤 지반과 석축의 변형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반 침하 등을 방치하면, 몇 년 안에 금강과 맞닿은 지면이 무너져내려 성곽 자체가 붕괴할 위험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4대강 사업을 전후한 이 일대 지하수 수위의 변화를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검증단은 세종특별자치시 세종보와 근처 요트선착장에서 심각해진 녹조를 확인했으며, 준설 뒤 강 흐름이 바뀌면서 교각 침식과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부여 웅포대교 일대도 둘러봤다.
국민검증단과 함께 현장을 둘러본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의 지적에 대해, 윤왕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은 “4대강 사업 뒤 결과적으로 수질이 3급수에서 2급수로 개선됐다”고 대답했다. 박천규 금강유역환경청장은 “금강의 표고차가 낙동강에 견줘 낮은 수준이라서 유속이 급격히 느려졌다고 보기 어렵다. 금강 유역의 녹조가 4대강 사업 때문에 더 심해졌다고 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 공주 부여/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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