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contents.nahf.or.kr/id/NAHF.ku.d_0001_0040_0030_1550
국가형성과 5부
고구려는 압록강 중류에서 국가를 형성하였다. 기원전 3세기 이후 압록강 중류 유역에는 철기가 보급되기 시작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이 지역에는 여러 나(那) 집단이 등장하였다. 나는 냇가란 뜻이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말의 ‘나라’와 통한다. ‘나’집단은 작은 규모의 국가였다고 할 수 있다.
고구려에는 본래 5족(族)이 있었는데, 소노부(消奴部)·절노부(絶奴部)·순노부(順奴部)·관노부(灌奴部)·계루부(桂婁部)이다. 본래 소노부가 왕을 하였지만 차츰 미약해져 지금은 계루부가 이를 대신한다. (『삼국지』 권30, 동이30 고구려)
기원전 1세기 중반부터 압록강 중류 유역의 여러 ‘나’집단은 비류(沸流)집단을 중심으로 연맹체를 만들었다. 그런데 주몽관련 기사 [주001] 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이후 연맹의 주도권은 계루(桂樓)집단으로 넘어갔다. 위의 『삼국지』 기록에서 보면 소노부에서 계루부로 왕실이 바뀌었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내용은 연맹을 주도한 집단이 교체되었음을 말해준다.
고구려의 국가형성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요동지역 한(漢)나라의 군현(郡縣)이 고구려 ‘나’집단의 연맹에 개입하였고, ‘나’집단 간에도 갈등과 대립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고구려의 국도(國都)도 졸본(卒本) [주002]에서 국내성(國內城) [주003] 으로 이동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세기 중반 태조대왕(太祖大王, 재위 : 53∼146) [주004] 이후 ‘나’집단의 연맹은 어느 정도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많은 수의 ‘나‘집단이 5개의 보다 큰 집단으로 통합되었던 것이다. 위의 『삼국지』 기록에 보이는 5부(部)가 바로 이렇게 통합된 5개의 보다 큰 집단이다. 고구려 5부의 지배층은 ‘여러 가(加)’ 즉 제가(諸加)였다.
여러 대가(大加)는 스스로 사자(使者)·조의(皁衣)·선인(先人)을 두었는데, 그 명단은 모두 왕에게 보고했다. [사자·조의·선인은] 마치 중국 경(卿)·대부(大夫)의 가신(家臣)과 같았는데, 회동(會合)의 좌석차례에서 왕가(王家)의 사자·조의·선인과 같은 반열(班列)에 설 수 없었다. (『삼국지』 권30, 동이전30 고구려)
‘가(加)’는 간(干)·한(汗)·간지(干支) 등과 통하는 말인데, 우리말로 옮기면 임금(王)이란 뜻이다. 몽골제국 징기스칸의 칸(汗, khan)도 그러한 의미이다. ‘가’는 본래 ‘나’집단, 즉 작은 국가의 왕(王)을 의미한다. 그런데 ‘나’집단이 5부의 연맹에 통합되면서 고구려 국왕의 신료(臣僚)가 되었고, 지배층의 명칭으로 변화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세기 중반까지 ‘제가는 나름의 고유한 세력을 갖고 있었다. 그 세력 크기에 따라 대가(大加)와 소가(小加)로 구분되었는데, 위의 자료에 보이는 것처럼 대가는 스스로 사자·조의·선인과 같은 관원을 두었고, 이를 통해 부를 다스렸다. 다만 대가는 휘하의 관원 명단을 국왕에게 보고했다고 하듯이 국왕의 통제를 받았다. 즉, 대가는 일정지역을 통치하는데 나름대로의 하위 행정조직을 갖추었으나, 국왕의 통제를 받는 시스템인 셈이다. 전쟁이나 대외교섭도 국왕을 중심으로 하였다. 왕권 아래로 통합되고 있었던 것이다.
주
주 001
『삼국사기』 권13 고구려본기1 시조 동명성왕 (『삼국사기』 권13 고구려본기1 시조 동명성왕)
『삼국유사』 권제1 紀異1 고구려 (『삼국유사』 권제1 紀異1 고구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명왕신화 (동명왕신화)
주 002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졸본성, 졸본성지도)
주 004
『삼국사기』 권15 고구려본기3 태조대왕 (『삼국사기』 권15 고구려본기3 태조대왕)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태조왕 (태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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