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와 도로가 무너져 내린다
이상돈 교수가 지난 호 낙동강에 이어 남한강의 4대강 사업 현장을 돌아보았다. 아름답던 백사장은 사라졌다. 강변을 콘크리트로 도배해도 준설로 인한 침식을 견디지 못한다.
조회수 : 2,901 | 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사진 이명익 기자 | webmaster@sisain.co.kr [312호] 승인 2013.09.10 08:50:44
4대강 사업에 의해 남한강에는 보가 세 개 건설됐는데, 모두 경기도 여주군에 있다. 한반도대운하 계획에서는 여주를 기준으로 상류 쪽에 강천보, 그리고 하류 쪽에 여주보를 건설하도록 했는데,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은 여주에 강천보·여주보·이포보를 세우기로 해서 대운하 계획 때보다 보가 한 개 늘었다. 정부는 왜 여주 구간에 보를 3개 설치해야 하는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여주에 설치된 보는 낙동강에 설치된 보에 비해 높이가 낮다. 따라서 원래 높은 보 2개를 만들려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낮은 보 3개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치수와 이수로서는 여주에 3개 보를 설치한 이유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으니, 이들도 운하를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낮은 보를 3개 만든 이유는 신륵사 때문이라는 추론이 설득력을 갖는다. 높은 보를 2개 설치하면 수위가 높아져서 신륵사가 침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낮은 보 3개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이상돈 교수(왼쪽 사진 오른쪽)와 이항진 위원장이 신륵사 정자에서 콘크리트로 덮인 강변을 보고 있다.](http://www.sisainlive.com/news/photo/201309/17693_35379_2424.jpg)
이상돈 교수(왼쪽 사진 오른쪽)와 이항진 위원장이 신륵사 정자에서 콘크리트로 덮인 강변을 보고 있다.
![이포보 강변에서 준설토 산이 무너져 내린다.](http://www.sisainlive.com/news/photo/201309/17693_35380_2424.jpg)
이포보 강변에서 준설토 산이 무너져 내린다.
![금당천 역행침식을 막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http://www.sisainlive.com/news/photo/201309/17693_35376_2423.jpg)
금당천 역행침식을 막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
여주는 남한강과 주변의 산 덕분에 농토가 비옥해서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고장으로 유명하다. 천년고찰(千年古刹) 신륵사는 큰 강 옆에 자리 잡고 있어서 매우 독특하다. 설화에 따르면, 남한강의 잦은 홍수를 불심으로 제압하기 위해 강가에 신륵사를 세웠다 한다. 지금은 널찍한 주차장을 통해 경내로 들어가지만, 원래는 나룻배를 타고 도착해서 곧장 대웅전으로 향하게 되어 있었다. 강에서 대웅전으로 향하는 돌계단이 남아 있어 그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노루 발자국과 물고기 떼는 어디로
불교계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던 수경 스님은 신륵사 경내에 여강선원(如江禪院)을 열고 기도를 드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조계종 전체도 그러했지만 신륵사마저 반대에 동참하지 않았다. 오늘날 신륵사에서 남한강을 내려다보면 아름다웠던 백사장은 다 없어지고 강변은 콘크리트로 덮여 있다. 맞은편에는 고층 관광호텔과 모텔이 우후죽순 생겨서 사찰 환경을 망쳐버렸다.
강바닥을 뒤엎는 엄청난 자연 파괴가 눈앞에서 일어나도 여주 군민들은 조용했다. 이번에 우리를 안내한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위원장과 그를 돕는 여성 간사들만이 강을 살려보겠다고 동분서주했다. 수도권 규제와 상수원 규제로 개발이 제한되어온 여주군은 4대강 사업을 개발 호재로 파악하는 정서가 팽배했다. 외지인들이 많이 와서 장사가 잘되기를 기대하는 주민들의 심리를 정부가 교묘하게 이용해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정부는 1972년 대홍수 때 여주가 침수된 사례를 들어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있지만, 그때는 충주댐이 세워지기 전이다. 1990년 대홍수로 서울이 피해를 입자 정부는 충주댐 상류에 동강댐을 세우기로 했는데, 자연경관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김대중 정부 들어 백지화됐다. 동강댐 건설을 포기함에 따라 홍수 시에 남한강은 충주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자, 차선책으로 여주에 강변저류지를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여주에 보를 3개 세워서 홍수를 막는다는 발상은 수자원학계는 물론이고 정부 내에서도 논의된 적이 없었다. 홍수를 막기 위해 여주에 보를 3개 세우겠다는 계획은 2009년 여름에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이다.
![여주군 흥천면 복대3리에 있는 다리가 침식 때문에 V자로 꺾였다.](http://www.sisainlive.com/news/photo/201309/17693_35378_2424.jpg)
여주군 흥천면 복대3리에 있는 다리가 침식 때문에 V자로 꺾였다.
지천 유속이 빨라져 다리도 붕괴
4대강 사업 전 남한강에는 백사장과 숲이 있었고, 여러 종류의 새가 터를 잡고 살았다. 백사장에는 노루 발자국이 심심치 않게 보여서 남한강이 살아 있는 생태계임을 알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제 여주에서 보는 남한강은 수문을 열면 잠시 물이 흐르는 호수일 뿐이다. 중부 지방에 비가 많이 내린 데다 충주호가 이따금 방류를 하는데도 보에서 보이는 강물은 녹색이고 매우 탁했다. 4대강 사업 전에는 다리 위에서 강바닥과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 떼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맑았지만, 이젠 모두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측방침식을 막기 위해 양쪽 제방은 온통 콘크리트와 석재로 도배를 해서 매우 흉측하다.
강천보에서 조금 내려가면 걸은천이 본류와 합수(合水)한다. 역행침식을 우려한 정부는 걸은천 제방을 석재와 콘크리트로 보강하는 공사를 했다. 본류는 본류대로, 그리고 지류는 지류대로 강은 온통 콘크리트 구조물이 된 형상이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금당천이 합류하는데, 제방을 돌로 쌓고 하상유지공을 설치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제방은 이미 많이 무너졌고 하천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자연이 인공을 이겨내는 모습이다.
신륵사에서 하류 쪽으로 가면 여주대교와 세종대교를 거쳐서 여주보에 이르게 된다. 여주보 우안으로 한천이 합수하는데, 합수 부위를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었다. 그곳에 야외 공연장과 널찍한 공원이 있지만 얼마나 이용되는지는 의문이다. 강을 온통 콘크리트로 바른 이유는 간단하고도 명료하다. 본류를 깊이 팠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방과 합수 지점이 무너진다.
![이포보 인근의 자전거 도로가 호우에 유실되어 끊겼다.](http://www.sisainlive.com/news/photo/201309/17693_35377_2424.jpg)
이포보 인근의 자전거 도로가 호우에 유실되어 끊겼다.
여주보에서 좀 더 하류 쪽으로 내려가면 복하천이 합수한다. 복하천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이름도 없는 지천을 만나는데 거기에 있던 다리(복대3리교)가 지난번 호우 때 폭삭 가라앉았다. 본류에서 가까운 까닭에 지천의 유속이 빨라져서 다리가 V자로 꺾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류 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이포대교를 지나서 이포보가 나온다. 이포보 우안 쪽은 막국수촌으로 유명한 천서리인데, 광활한 위락공원과 캠핑장이 있다. 여주보 근처에도 공원이 있고 이포보 부근에는 더 큰 공원이 있으니, 여주 인구나 방문객에 비하면 시설이 너무 크다. 국민 세금으로 먹고 노는 시설을 이렇게 곳곳에 크게 만들어놓았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포보 좌안 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금사천이 합수한다. 역행침식이 생길 것을 우려해 석재로 양쪽 제방을 보완했지만 지난 7월 호우에 제방은 무너지고 합수부는 아예 쓸려 내려갔다. 끊긴 자전거 도로가 을씨년스러웠다. 자연을 거역한 콘크리트 토목질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잘 보여주는 현장이다.
이포보에서 88번 도로를 타고 양평 쪽으로 가면 역시 지난번 호우 때 교각이 떨어져 나간 전북교에 도착한다. 도로관리청인 경기도는 임시 교량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북교는 용담천이라는 지천을 건너는 다리인데, 남한강과 합수하는 지점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경기도가 교량 관리를 소홀히 한 탓도 있겠지만, 지천의 유속이 빨라져서 교각이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다.
![붕괴 위기에 처한 전북교에 진입 금지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http://www.sisainlive.com/news/photo/201309/17693_35381_2424.jpg)
붕괴 위기에 처한 전북교에 진입 금지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제방 무너지고 자전거 도로 끊기고
여주는 준설토를 쌓아놓은 곳이 군데군데 산맥을 이루고 있다. 공사가 한창일 때는 중동의 사막 국가에 온 기분이 들 정도였는데, 그동안 잡풀이 자라나서 멀리서는 야산처럼 보인다. 지난번 호우 때 여러 곳에서 그런 모래 산이 무너져 내렸다. 여주에는 지류와 지천이 많아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를 안내한 이항진 위원장은 남한강이 좋아서 여주에 정착했다는데, 그는 4대강 사업 반대운동을 하느라 생업으로 하던 식당까지 문을 닫아야 했다. 진실 편에 서서 홀로 싸웠던 그의 눈물과 땀을 누가 닦아줄 수 있을지, 그것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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