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벽당 명승 지정예고… 소쇄원·식영정과 ‘一洞三勝’
북구 충효동 일원… 광주지역 문화유적 중 최초
문화재청 “호남 대표적 누정문화 보여주는 곳”
2013년 09월 10일(화) 00:00 

환벽당
일찍이 면앙정 송순(宋純)은 환벽당(環碧堂)과 식영정(息影亭·명승 제57호), 소쇄원(瀟灑園·명승 제40호)을 가리켜 ‘한 동네에 3군데의 명승이 있다’라는 의미로 ‘일동지삼승’(一洞之三勝)이라고 칭했다. 소쇄원과 식영정에 이어 환벽당까지 명승으로 지정예고될 예정이어서 500여년 만에 ‘일동삼승’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문화재청은 광주시 북구 충효동 387번지 18필지 2만6832㎡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예고 한다고 9일 밝혔다. 환벽당(광주시기념물 제1호인)의 명승 지정은 광주지역 문화유적 중 최초다.

문화재청은 “환벽당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사를 대표하는 문사들이 배출됐고, 당대의 석학과 시인묵객들이 이곳에 드나들었다”며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시문과 가사를 지으며 풍류문화의 극치를 이룬 조선시대 별서원림(別墅園林)으로서 호남의 대표적인 누정문화(樓亭文化)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지역은 환벽당 정자와 연못, 환벽당 아래 하천인 조대(釣臺)와 용소(龍沼), 뒤편 소나무 숲 등이다. 조대와 용소는 송강과 사촌(沙村) 김윤제(金允悌)가 처음 만난 곳이라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환벽당은 사촌(沙村)이 노년에 후학양성을 목적으로 무등산 원효 계곡에서 흘러나온 창계천 옆에 세운 남도지방의 전형적인 유실형(有室形) 정자다. 

환벽당은 정자, 연못을 비롯해 사방으로 송림과 죽림 그리고 산 등 그림처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에워싸고 있다고 해서 ‘환벽’(環碧)이라고 불렸다. 창계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 무등산에서 북쪽 성산에 걸친 산들이 고르게 보여주는 자연경관이 환벽당의 백미다.

환벽당 주변에는 사촌 김윤제가 살았던 충효마을, 송강 정철이 살았던 지실마을, 소쇄공 양산보가 살았던 창암촌 등이 있으며 인근에 10여개의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 정자는 당대 최고의 석학과 시인묵객인 송순, 임억령, 양산보, 김인후, 김성원, 기대승, 고경명 등이 드나들면서 시문과 가사를 지으며 풍류 문화의 극치를 이룬 곳이다.

문화재청은 11일 전자관보를 통해 30일 동안 명승 지정 예고한 뒤 10월 중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명승으로 지정 고시할 계획이다.

환벽당이 명승으로 지정 예고되면서 한국농어촌공사가 추진 중인 ‘광주호 둑 높이기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계획된 이 사업은 “주변 문화재의 가치를 저하시킬 수 있다”며 문화재청이 두 차례나 공사 허가를 불허한 사업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의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명승으로 지정예고된 환벽당 조대와 용소를 비롯해 진입도로까지 물에 잠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