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청년과학기술자 모임(YESA)에서 낙동강을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늦지 않은 오후에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세 시간을 달려 저녁 때 쯤이 다 되어서야 구미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영상물을 보고 신문 기사를 읽으며, 낙동강을 살펴보겠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였습니다. 일요일,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치고 녹색연합 황인철 팀장님을 만났습니다. 팀장님께서 하루 종일 저희를 낙동강 이곳저곳으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감천 남산교(왼쪽), 강정고령보 상류(오른쪽)에서 녹색연합 황인철 팀장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YESA 회원들.
저희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낙동강 지류인 감천의 남산교입니다. 역행 침식 때문에 교각 하단부가 드러나 보입니다. 전날 비가 왔으니, 가뭄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제방에 대한 방제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곳뿐만 아니라 저희가 방문한 대부분의 곳이 이렇게 공사 중이었습니다. 분명히 낙동강이 주는 경고입니다.
교각 하단부가 드러난 감천 남산교 (왼쪽). 옆에서는 제방 방제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오른쪽).
바로 칠곡보로 이동하였습니다. 이번 일정에서 처음으로 보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말끔하게 정리되어 보이는 보와 인간의 손길이 느껴지는 주변 환경, 그리고 물이 가득 차 있는 호수를 마주하니 마치 북한강의 댐을 찾아간 기분이었습니다. 낙동강 제방 너머에는 넓은 경작지가 있었는데, 얼핏 보기에도 수위보다 꽤 낮아 보였습니다. 이처럼 수위가 높다보니 침수 피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낙동강 수위를 높게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보의 하류 쪽에서는 역시나 무너진 제방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칠곡보(왼쪽 상단). 그리고 수위가 높아져 있는 칠곡보 상류 지역(오른쪽 상단)과 제방이 무너진 칠곡보 하류 지역(왼쪽 하단) 사진입니다. 칠곡보 하류에는 유실되었던 호국의 다리가 있습니다 (오른쪽 하단).
조금 더 하류로 이동해서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된 버드나무 군락을 방문했습니다. 낙동강 수위를 보를 통해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다보니 버드나무가 고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주변에 나름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는 자전거 도로와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잠깐 동안에도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시는 분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에 오더라도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버드나무 군락을 마주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이럴 바에야 굳이 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를 만들 이유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고사한 버드나무와 강변 자전거 도로.
잠시 점심 식사를 하고, 강정 고령보를 방문했습니다. 낙동강 최대 규모의 보라고 하며, 대구 도심과 인접해서 많은 시민들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취수장 근처에 녹조가 발생해서 논란이 되었던 곳이 바로 이 강정 고령보입니다. 전날 비가 와서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강물은 분명 녹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 하류 쪽에는 흑색 거품이 보이는데, 조류 사체라고 합니다. 조감도를 보면 분명 친수공간으로 되어 있는데, 도무지 물놀이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아예 접근을 막아둔 것 같았습니다.
강정고령보(왼쪽 상단). 취수장 근처에는 녹조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오른쪽 상단). 그리고 친수 공간(오른쪽 하단)에는 조류 사체가 떠있습니다 (왼쪽 하단).
마지막으로, 측방침식에 대한 제방 공사가 진행 중인 달성보 하류를 방문하였습니다. 사진에서 빨간 선까지가 육지여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만큼 침식이 진행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4대강 사업이 종료된 지 벌써 일 년이 훨씬 지나가는데, 아직도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과연 이러한 일들이 제방을 쌓으면 해결되기는 하는 걸까요?
측방 침식이 진행되어 제방 공사가 한창인 달성보 하류.
서울에 돌아와서도 낙동강에서의 기억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여기 저기 파헤쳐진 흔적으로 가득한 낙동강과 모순적이게도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보가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지나는 도림천을 보면서 조금은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신림동에는 도림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도림천은 가끔 범람해서 주변 저지대에 침수피해가 있기도 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도림천 정비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강에서 물을 끌어와서 대부분 말라있던 도림천에는 언제나 맑은 물이 흐릅니다. 주변에 산책로도 있어서 저도 가끔 도림천 주변을 산책합니다. 아마,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사람들은 낙동강도 그렇게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공원을 조성하고, 언제나 물을 담아두고, 배도 띄우고 싶어 했었나 봅니다. 보기에 따라, 아쉽게도 혹은 다행히도 낙동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그 자체로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독립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스스로 유기적으로 잘 얽히고설켜, 심지어는 수백만 대구 시민에게 마실 물을 제공해 주는 낙동강은 도림천과는 달랐습니다. 팀장님 말씀이 수질 관리는 결국 오염원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생활에 강이 최대한 영향 받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물을 사용하려는 우리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수질 관리가 되는 것인 듯합니다. 예컨대, 서해바다를 정수해서 동해처럼 맑게 하는 것을 ‘살리기’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서해바다는 늘 그렇듯 진흙이 떠다니는 것이 자연스럽고 깨끗한 것입니다.
낙동강에 배를 띄우려는 관점에서 4대강 사업은 성과일지 모르지만, 낙동강의 입장에서, 그리고 낙동강 물을 마시고 살아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그것은 분명 파괴입니다. 우리는 거기에다가 22조를 쏟아 부었습니다. ‘제5원소’라는 영화에서 '조그'라는 악당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셨죠, 신부님. 작은 파괴를 만듦으로써, 저도 실질적으로는 생명을 북돋고 있는 겁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사람들은 그것이 파괴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의도한대로 낙동강은 달라졌고, 4대강 사업은 분명히 낙동강을 파괴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사람들은 ‘조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당신들의 등을 두들겨 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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