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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 빼자 물가 내렸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입력 : 2011-11-29 21:08:13ㅣ수정 : 2011-11-29 21:08:14

정부가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품목에서 금반지를 빼는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금반지는 최근 가격급등으로 물가지수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지수 개편시기도 과거에 비해 앞당겨졌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물가지수를 끌어내리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지수개편으로 10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종전 방식보다 0.4%포인트 하락한 4.0%를 기록, 한국은행의 올해 물가안정목표(3±1%) 범위 안에 들어가게 된다. 정부는 그러나 “국제기준과 소비생활 변화를 감안한 정기개편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 금반지 빼고 스마트폰 이용료, 떡볶이 추가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2010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안’의 골자는 조사대상 품목과 가중치 조정으로 요약된다. 

우선 소비자 기호변화, 신제품 출현 등 소비행태 변화로 43개 품목이 새로 추가됐다. IT기술 발전 등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로 스마트폰 이용료, 인터넷전화료, 휴대용멀티미디어기기 등이 포함됐고, 늘어난 여가생활을 고려해 문화강습료, 원예용품, 캠핑용품, 게임기, 유모차, 애완동물미용료 등도 반영됐다. 노령화에 따른 실버계층 증가를 고려해 요양시설료와 화장장 이용료 등도 새롭게 등장했다. 또 식문화 변화에 따라 혼식곡, 외식 막걸리, 외식 오리고기, 밑반찬, 삼각김밥, 떡볶이 등이 조사대상 품목에 포함됐다.

반면 캠코더, 유선전화기, 전자사전, 공중전화통화료, 영상매체대여료 등 사양 제품이나 서비스이용료 21개 품목은 제외됐다. 다른 품목을 통해 조사를 대체할 수 있는 소갈비(외식), 생선회 등도 이번에 조사대상 품목에서 빠졌다. 금반지는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되, 장신구를 새로 포함시켰다. 통계청은 유엔의 국민소득편제기준(SNA)과 목적별 소비지출 분류기준(COICOP)상 금반지는 자산으로 구분돼 소비지출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소비지출 형태가 달라지면서 품목의 가중치도 새롭게 구성했다. 전기·수도·가스를 포함한 서비스와 공업제품은 가중치가 소폭 높아졌지만 농축수산물은 가중치가 종전보다 더 떨어졌다. 지출목적별로 따져보면 보건부문의 가중치가 크게 높아진 반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음식 및 숙박 등은 하락했다.

■ 지수개편으로 물가 3%대 끌어내리나

정부는 “지수개편이 물가지수를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 

당장 개편된 지수가 올 1월부터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올해 물가상승률이 4%선 아래서 묶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들어 10월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4%지만 새로운 지수를 적용하면 이보다 0.4%포인트 떨어진 4.0%로 낮아진다. 하반기 들어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중·후반을 횡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상승률은 4%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이를 염두에 두고 정부가 개편된 지수의 적용시점을 11월부터로 앞당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번 개편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 효과(-0.4%포인트)가 역대 최대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5년 주기의 지수 개편에서 하락폭은 1991년 마이너스 0.3%, 1996년 마이너스 0.1%, 2001년 마이너스 0.3%, 2006년 마이너스 0.2% 등으로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금반지가 조사대상 품목에서 제외되면서 전체 지수를 0.25%포인트나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제기준 권고 등에 따른 조정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관련기준(유엔 국민소득편제 기준)이 17년 전인 1993년에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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