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생태사업에 위협받는 천혜의 생태하천
등록 : 2013.09.17 17:46수정 : 2013.09.17 20:42 

1 낙동강 하류부 삼강리 국도 59호선변조망대에서 낙동강 상류 삼강교 쪽을 바라본 모습. 김정수 선임기자 2 낙동강 하류부에 연결교가 들어섰을 경우 국도 59호선 변 조망대에서 내려다본 경관을 상상한 그림.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제공 (※ 클릭하면 이미지가 더 크게 보입니다.)

[지구와 환경] 낙동강 내성천 환경정비사업 논란
생태하천에 웬 생태하천 조성?

우리나라의 대표적 모래강으로서 경관과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낙동강 상류 지천인 내성천 하류 하천변 6곳 14만여평에 국토교통부가 생태하천 조성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또 내성천 하류 하천변 곳곳에 ‘문화·생태 공간 재창출’을 목표로 대규모 캠핑장, 축제장과 캠핑장을 겸한 다목적 광장, 정원, 쉼터, 자전거도로와 연결 교량 등을 건설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런 사업은 자연스러운 하천 공간의 유지와 수질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상류의 영주댐 건설로 모래 흐름이 막혀 모래강의 본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내성천에 또다른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내성천 하류에서 국토부가 펼치려는 이 사업을 ‘4대강 사업의 축소판’으로 규정하고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 5월 말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에 제출한 ‘내성천 용궁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등 3개 지구 환경영향평가서(초안)’를 보면 국토교통부는 낙동강 합류점에서 경북 예천군 호명면 직산리까지 내성천 하류 22.6㎞ 구간에 672억원을 들여 제방과 호안 설치, 생태하천 조성, 자전거도로 신설, 교량 가설, 하상유지시설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사업 목적을 “내성천을 홍수에 안전하고, 문화·생태가 살아 있는 수변 공간으로 재창출”하는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내성천 하류는 홍수 위협에 시달려온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홍수에 안전한 곳을 만들겠다는 사업 목적부터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국가수자원관리 종합정보시스템’을 보면 예천군에는 홍수 피해가 잦은 수해상습지 14개 지구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 국토부가 정비사업을 벌이려는 내성천 하류 22.6㎞ 구간 가운데 수해상습지에 포함된 구간은 전혀 없다. 예천군 관내 내성천 전체로 보면 14개 수해상습지에 1곳이 포함돼 있으나, 그곳은 이번 사업 구간의 상류인 예천읍 관내를 지나는 구간이다.

‘문화·생태가 살아있는 수변 공간 재창출’이라는 사업 목적도 도심을 지나는 생태적으로 메마른 하천에나 적합한 것으로, 내성천에서는 오히려 고유한 문화·경관·생태적 가치의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환경단체들의 우려다.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는 “국토부의 하천정비사업은 삼강 유역 등 4대강 사업 이후 삵, 수달,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종들이 피신해온 생태적 요충지를 파괴하려는 위험천만한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사업 내용을 뜯어보면 우려할 이유는 충분하다. 국토부는 명승지 19호인 선몽대 건너편 하류 쪽을 비롯한 6곳 14만여평의 하천변에 이른바 ‘생태하천’을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다. 이 생태하천 조성은 식생을 복원하는 것이 중심이지만, 지역에 따라 다목적 광장, 캠핑장, 자전거 탐방로, 쉼터, 꽃밭, 산책로 등의 시설도 들어서게 된다. 명승지 16호인 회룡포 주변을 비롯한 강변 3곳 10만3000여평에도 ‘애벌매기뜰’, ‘갈잎습지마당’, ‘은물결추억마당’이라는 이름을 붙여 캠핑장, 다목적 광장, 정원, 쉼터, 자전거 탐방로, 산책로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3 경북 예천군 호명면 형호리 형호교 옆에 국토부 계획대로 생태하천이 조성됐을 경우를 상상한 그림. 하천 변이 본래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사라지고 조경이 잘 된 정원과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제공

국토교통부, 내성천변 6곳에 광장·정원·쉼터·교량 등 건설 계획 
‘홍수 대비’ 명분 내세우지만 공사구역엔 수해상습지 전혀 없고 모래밭, 습지 발달해 있는 곳 많아
상류선 영주댐이 물 흐름 막고 하류선 하천정비로 경관 해치는 꼴 
“4대강 사업 축소판” 재검토 목소리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된 사업계획도를 보면 국토부가 조성하려는 캠핑장, 축제장과 캠핑장을 겸한 다목적 광장, 쉼터 등 인공시설물의 대부분이 하천구역인 제방 바깥에 있어 수질오염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자연스러운 강변 경관 훼손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회룡포 옆에 위치한 갈잎습지마당과 선몽대 인근에 위치한 ‘금모래빛 선몽마당’ 등 생태하천 조성 예정지 가운데는 모래하천 특유의 습지가 잘 발달해 있는 곳이 적지않다.

선몽대 인근 하천변에 조성하려는 생태하천에 내성천의 자연스러운 경관과는 동떨어진 2만2000여평의 대규모 유채꽃밭을 꾸미려는 계획과, 다른 생태하천들에도 식생 복원을 내세워 초화류를 심어 마치 잘 다듬어진 정원처럼 꾸미려는 계획은 국토부의 ‘생태’에 대한 인식을 잘 드러내준다.

경관 훼손도 문제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보면 국토부는 이 사업을 통해 내성천에 자전거도로 연결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한 다리 2개를 신설하고, 내성천과 낙동강 합류점에 있는 삼강교 약 1㎞ 하류에도 낙동강을 횡단하는 350m 길이의 ‘연결교’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이들 다리 가운데 특히 연결교가 들어설 곳은 특히 위쪽 도로변에 조망대까지 설치돼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위치다.

회룡포 하류를 가로막는 형태로 설치하려는 일종의 보인 하상유지시설과 금천과 내성천 합류지점 바로 아래로 옮겨 설치하려는 하상유지시설은 4대강 사업이 없었다면 불필요했을 시설이다. 낙동강 준설의 부작용으로 하천 바닥의 모래가 쓸려나가는 속도가 빨라지는 반면, 이것을 채울 모래는 상류에 건설되는 영주댐에 막혀 내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모래라도 지키려는 것이 이들 시설의 주요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계획에 대해서 환경부도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최근 이 사업을 추진하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하천 지형, 경관, 수환경 및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 계획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바, 내성천의 자연성과 건강성을 유지·보전할 수 있도록 생태·환경 보전 중심의 사업계획으로 재수립·시행하여야 한다”는 협의 의견을 제시해, 국토부가 이 의견을 어떻게 반영시킬지 주목된다. 은종관 대구지방환경청 환경평가과장은 “내성천은 양호한 하천 경관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이어서, 인위적 시설물과 조경 계획은 하천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내성천의 경관적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며 “현 상태를 보전할 수 있도록 정비계획의 재검토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8~29일 내성천을 살리기 위한 강길 답사와 인간띠 잇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지율 스님은 “국토부가 정말로 내성천을 더 생태적인 하천으로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면, 수백억원을 들여 제방을 쌓고 캠핑장, 광장 등을 조성하기보다 그 돈으로 강변의 땅을 사고 제방을 허물어 내성천에 더 많은 땅을 돌려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예천/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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