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시국선언 87년 이후 최대…“4대강이 사제들 각성시켜”
[9월20일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브리핑]천주교 사제들이 국정원 개혁 앞장서는 이유는
2013년 09월 20일 (금) 14:48:51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서울=뉴시스】고승민 인턴기자 = 11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 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천주교계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규탄과 국정원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그동안 사회 문제에 활발히 입장을 밝혀온 진보적 성향의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아니라 로마 교황청의 인가를 받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1987년 6.10민주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천주교계 시국선언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6월 항쟁 때도 불참했던 대구경북교구까지 포함해 15개 교구가 모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교구를 떠나 주교회의 차원의 입장 표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장동훈 신부는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사제들이) 그만큼 현 상황을 위중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본다”며 “실제로 대구나 부산 같은 경우 전 정권 때 4대강 사업의 경우 댐 16개 가운데 8개가 낙동강에 집중됐다. 그러한 정권의 실수가 대구경북, 부산 신부들의 시대에 대한 각성을 시킨 것”이라고 전국적인 사제들의 시국선언 참여의 배경을 진단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인 이용훈 주교에 이어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도 직접 시국미사를 주례했다는 점도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장 신부는 “젊은 사제들과는 달리 두 분 주교님과 많은 주교님들은 몸소 유신 군부독재 시절을 다 경험한 분이며 그만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신부는 이석기 의원 사건이나 국정원 모두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장 신부는 “(이석기 의원 등이 모임에서)나눴던 대화들의 내용들을 보면 심각한 역사인식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이런 정국에 사건이 나온 연유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현실인식에 대한 심각한 오류를 범하는 세력들이나 대선 개입 등과 같은 정치공작으로 오해될 수밖에 없는 일들을 주도한 국정원 일부 세력도 분명 우리 역사가 청산해야 할 과거”라고 주장했다. 

천주교 사제들의 움직임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종교의 정치개입이라는 측면에서다. 장 신부는 이같은 비판의견의 배경에는 ‘성속이원론’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속권력과 교회권력이 중첩.밀착돼 있었던 중세를 마감한 후 근대 이래 새롭게 등장한 국가주의가 이전에 교회가 수행했던 권력들을 가져오면서 사용했던 논리”라며 “성속이원론은 존재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장 신부는 “현실 자체를 외면하는 종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는 현실세계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을 무시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며 “이런 현실세계에 대한 교회 목소리를 이념적 잣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큰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예수님이 가난한 자를 편들었다고, 또 당시에 백성들을 억눌렀던 권력자들에게 예수님이 진보 또는 좌익, 빨갱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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