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형 건설사의 담합 놀이터가 된 4대강 공사
입력 : 2013-09-24 21:18:04ㅣ수정 : 2013-09-24 21:18:04
 
대기업 건설사들이 서로 짜고 수조원의 4대강 공사비를 나눠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어제 4대강 살리기 사업 수주 과정에서 가격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11개 건설사의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 현대·대우·GS·SK 건설과 삼성물산 같은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모두 담합에 가담했다. 이들은 사전 각본대로 들러리를 세우거나 밀어주기를 통해 경쟁입찰을 무력화시켰다고 한다.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 입찰이 일부 대기업들의 담합 놀이터로 전락한 꼴이다. 그간 담합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약속한 정부는 뭘 했는지 의문이 든다.

이번 수사를 통해 허술한 국책사업 경쟁입찰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3조8000억원의 공사비가 걸린 4대강 사업은 말이 경쟁입찰일 뿐 실상은 대형 건설사들의 독무대였다. 매출 상위 6개사는 입찰 전 과정을 자기 맘대로 주물렀다. 전체 14곳의 공사구간 중 이들 6개사가 2곳씩을 나눠 가졌다. 경쟁입찰을 가장하기 위해 나머지 업체가 들러리를 서거나 저급한 설계도면을 내는 방식으로 져주기 게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의 윤리의식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정부의 관리감독 부재다. 문제가 된 공사구간의 낙찰률은 90~99%에 달한다. 시공업체가 미리 정해진 탓에 공사비는 부르는 게 값인 구조라 생긴 현상이다. 국민 세금이 줄줄 새는데도 발주처인 국토부는 비리 건설사를 싸고 돌았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과정에 선처를 부탁하는 공문을 보낸 것도 국토부였다. 공정위도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담합 혐의를 확인하고도 과징금만 물린 채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국책과제인 4대강 사업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검찰 수사는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제기된 비자금 의혹은 드러난 게 없다. 검찰도 비자금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이상 4대강 사업 비리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중소업체 도화엔지니어링이 조성한 비자금만 463억원이라고 하니 대형 건설사는 미뤄 짐작할 만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장석효 전 도로공사 사장은 뇌물 혐의로 이미 구속된 터다. 국민 세금을 축내는 고질적인 담합 구조는 반드시 손봐야 한다. 담합의 폐해는 재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이번에 적발된 건설사는 공공부문 입찰에서 철저히 배제해 불이익을 줘야 한다. 담합으로 걸리면 회사가 거덜 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담합행위 근절은 법·제도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실천 의지에 달린 문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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