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국산화사업 MB정부 때부터 제자리걸음
보라매사업 지지부진, 인력·경험은 있는데… 예산 무관심 “한미동맹 고수가 걸림돌”
입력 : 2013-10-02 10:30:01 노출 : 2013.10.02 10:30:01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차세대 전투기 도입사업, 이른바 3차 FX사업이 최종 입찰단계에서 아무 기종도 선택하지 않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나오면서 전투기의 국산화 필요성이 새삼 제기되고 있다. 10년 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했던 ‘보라매 사업’은 지난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지부진해지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다. ‘한미동맹’에 의해 지나치게 미국산에 의존하는 무기도입 관행 탓에 첨단정밀 분야의 기술이전이 지체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요인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공군조종사 출신으로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 이른바 보라매 사업 진행과정을 자문해온 이희우 충남대 군수체계종합연구소장(공군예비역 준장)은 1일 국군의날을 맞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번 FX사업 부결 사건을 봐도 전투기를 사는 것도 어렵고 그나마 너무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됐듯 전투기의 국산화 과제가 시급하다”며 “그런데도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보라매사업은 10년 째 제자리 걸음”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개발능력이 있는데도 외면당해왔다는 데에 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개발에 성공한 초음속고등훈련기 T-50은 우리 기술로 개발한 기종으로, 현재 훈련목적으로 90여대가 사용되고 있으며, 60여 대는 전투성능을 보강해 FA-50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도 했으며 필리핀과 계약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출자한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 제작했다.
문제는 전투기 개발에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회의론자들에 휘둘려 번번이 예산 배정에서 찬밥신세라는 것. 이 소장은 “숙련된 인력과 기술인프라와 시설을 활용해 한국형 전투기를 만드는 것이 보라매 사업인데 일부 회의적 시각이 갖고 있는 사람들에 휘둘리고, 정부가 무관심하다”며 “지난 정부(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밀렸으며, 박근혜 정부는 복지예산에 치였다”고 평가했다. 지지난 정부가 도입한 사업이 지난 정부에서 벌써 끊어져버렸다는 것. 보라매 사업은 지난 2003년에 시작해 오는 2017년 전력화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 초보적인 외형을 담은 설계도를 내놓는데(탐색개발) 그쳤다. 본격적인 체계개발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타당성 검토만 6번씩 하고 있다고 이 소장은 전했다. 체계개발을 통해 시제기(시험비행을 위해 제작된 전투기)를 제작하는 데 약 10년 간 총 6~7조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정밀센서를 필요로 하는 스텔스 기능과 같은 첨단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투기 구매사업 때 기술이전(절충교역) 조건으로 들여오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투기 국산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산 전투기만 운용해온 시스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희우 소장은 “전투기 사업마다 (좋은 조건의 기술이전이 포함된) 기종 도입에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이유는 평가항목에도 없는 ‘한미동맹’이라는 보이지 않는 요소 때문”이라며 “미국의 경우 정책적으로 항공기술 이전을 막고 있어 우리 정부가 고급기술을 받기가 불가능한데도 한미동맹이라는 특수성이 늘 미국산을 선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인정하더라도 평가는 공정해야 하고 국익이 더 앞서야 한다”며 “이런 구매습성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백윤형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보라매 사업의 경우 용역결과가 나와봐야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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