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국감 자료]‘4대강 면책’ 할 테니 밀어붙여라… ‘MB 의지’에 감사도 시늉만
홍진수·구교형 기자 soo43@kyunghyang.com  입력 : 2013-10-14 06:00:13ㅣ수정 : 2013-10-14 06:11:02

MB, 당시 공무원들에 ‘비공개 지시’ 논란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의중’을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전달한 것은 2008년 11월29일이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발표(12월15일) 2주 전으로 대통령 의지를 공무원들에게 확실히 인지시키기 위해서였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13일 공개한 ‘말씀사항 정리’라는 국토부 문서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정 전 장관이 ‘수자원 분야 현안보고’를 한 자리에서 여러 가지 지시를 내렸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을 동원해 “일하다 실수한 것은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운하 운운하는 데 위축되지 말고 추진하라”고 격려했다.

‘감사원 동원’은 말뿐 아니라 석 달 뒤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졌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경선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은진수씨를 2009년 2월 차관급인 감사위원에 임명했다. 은씨는 이후 ‘4대강 감사’ 주심을 맡았고 2010년 6월 종료된 4대강 1차 감사 결과는 반년 이상을 묵히다 2011년 1월에야 공개됐다. 은씨는 ‘늑장발표’가 논란이 되자 2010년 10월 주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감사위원 자리는 2011년 5월까지 유지했다. 은씨는 2010년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를 완화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브로커에게 3차례에 걸쳐 7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11년 6월 구속됐다.

 
2009년 7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관을 둘러보고 있다(왼쪽 사진). 최재해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지난 7월 10일 감사원에서 4대강 사업 3차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 청와대사진기자단·연합뉴스

대운하 용역자료 “사업에 반영하라” 언급하기도
“섬진강은 조용히…” 공사 불필요 알면서도 추진

이 전 대통령은 또 현안보고 자리에서 “섬진강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잘 정비되어 있으니 정비는 조용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섬진강은 정비가 필요없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공사 추진을 지시한 것이다. 이 지시에 박재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자전거도로라도 시행하면 좋겠다”고 거들었고, 섬진강은 4대강 사업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자전거길이 만들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용역자료(장석효) 성과물을 마스터플랜에 반영하라”는 지시도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한반도 대운하 TF’ 팀장을 맡았던 장석효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의 대운하 용역자료를 4대강 사업에 반영하란 뜻이다. 이는 지난 7월 공개된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이 설계됐다”는 내용이 담긴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 계약집행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청와대 비서실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마스터플랜을 짤 것을 국토부 등에 주문했고, 이 전 대통령도 준설을 더 깊게 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면책’을 약속한 이후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시늉에 그쳤다. 2011년 1월 발표된 1차 감사 결과는 ‘합격점’이었다. 감사원은 정치권과 환경단체의 숱한 의혹 제기에도 “사업 타당성이나 환경·문화재 파괴 등의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홍수 예방과 가뭄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까지 덧붙였다.

이 같은 감사 결과는 박근혜 당선인에게 권력이 넘어간 올해 1월 정반대로 뒤집어졌다. 감사원은 2차 감사 결과에서 “국토부가 소규모 보에 적용하는 하천 설계 기준을 적용해 보의 내구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고, 환경부에 대해서도 “잘못된 수질관리 기준을 적용해 수질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사업 타당성은 물론 부실 시공에 환경 문제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이란 의미다. 

여기에 더해 지난 7월에는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감사 결과도 추가로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두 정권을 거치며 ‘뒤죽박죽’ 4대강 감사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사업 초기 제대로 감사를 했으면 막을 수 있었을 수십조원의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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