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나라에서 활약한 발해인들 1] 아골타의 이상을 바꾼 발해인, 양박 - 동북아역사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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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나라에 활약한 발해인들 전편"에서 "양박" 내용과 서론,결론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아골타의 이상을 바꾼 발해인, 양박

금나라에서 활약한 발해인들 1
 
금나라에서 활약한 발해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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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년 갑작스런 거란족의 공격으로 대륙을 지배한 한민족의 고대왕조 발해는 멸망했다. 발해가 멸망한 후에도 그 유민들은 굴하지 않고 200여년 간 복국 운동을 펼쳤다. 발해의 멸망은 우리에게 많은 아쉬움을 가져다 주었다. 발해의 멸망으로 우리 민족이 대륙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발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리고 발해 멸망 후 발해 유민들의 삶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그러나 발해는 멸망한 후에도 그 혼이 꺼지지 않았고, 발해인의 혼은 금나라로 이어졌다. 미개한 여진족이 금이라는 정복왕조를 건설하고 200년 가까이 중원을 지배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발해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금나라에 활약한 발해인, 그 발해인을 찾아 역사 여행을 떠나 보기로 하자.

아골타의 이상을 바꾼 발해인, 양박
 

요나라를 멸망시키고 금을 건국한 아골타의 야망은 거란의 통치권 밖에서 살아온 생여진과 거란의 통치권 안에서 살아온 숙여진(熟女眞)을 하날 통일시키려는데 있었다. 그런데 이런 아골타의 이상을 만리장성 넘어 북송까지 멸망시키게 바꾸는 인물이 바로 발해인 양박이었다.

 

양박은 조상이 철주로 이주해 옴에 따라 철주를 본향으로 삼은 명문 출신으로, 거란의 진사과에 급제하여 받은 벼슬이 교서랑(敎書郞)이었다. 그는 아골타의 "발해와 여진은 본래 한 집안"이라는 포용정책에 감화되어 그의 수하가 되었다. 아골타의 수하가 된 양박은 아골타에게 성을 왕씨로, 이름을 민(旻)으로 고침과 동시에 황제라 칭하고 국호를 대금(大金), 연호를 천보(天輔)라고 정할 것을 건의하였고, 아골타가 그의 건의를 받아들이자, 다시 동양의 전통적 정치사상에 따라 하늘의 명을 받아 나라를 세우는 인물은 반드시 큰 나라(당시 큰 나라는 거란족의 요)의 책봉을 구한다고 건의하였다.

 

이에 아골타는 요의 천조제에 정식으로 사신을 파견하여 책봉을 구하였다. 아골타는 이 때

 

1. 아골타가 칭하고 있는 대성대명황제(大聖大明皇帝)를 인정할 것

2. 대금이라 정한 국호를 인정할 것

3. 아골타가 탈 수레를 옥으로 꾸며서 보내줄 것

4. 아골타가 황제로서 입을 곤룡포와 머리에 쓸 면류관을 보내줄 것

5. 아골타의 옥새와 옥보를 새겨서 보내줄 것

6. 형 여진과 아우 거란간의 안부를 물어 형제간의 예로 통문할 것

7. 아골타의 생신과 정월 초하루에 사신을 파견할 것

8. 해마다 은과 비단 25만필과 송에서 거란에 보내는 공물의 반을 대금으로 보낼 것

9. 요동과 장춘의 두 길을 금에 할양할 것

10. 여진을 배반한 아골산, 조삼, 대왕을 즉각 금으로 송환할 것

 

등 10가지를 요구했으나, 거란은 이런 금의 요구를 묵살하고 거란의 건위를 세우는 범위 내에서 아골타에 곤룡포, 면류관, 금인, 평범한 수레를 보내고 그를 동회국 황제로 책봉한다는 교서를 내렸다.

 

양박은 거란이 금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지 않은 것은 아골타를 모욕한 것이라며 거란의 물품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역설하였다. 아골타 역시 양박의 말을 옳게 여겨 휘호, 국호, 옥로, 어보는 여진도 갖고 있으며 아골타는 대금국의 황제이므로 거란의 책문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회답을 거란에 보냈다. 그러나 당시 거란의 정계를 장악한 소봉선이 아골타가 보낸 회답 내용을 천조제에 보고하지 않았고, 그 결과 나타난 것은 여진군에 의한 거란 상경의 함락이었다.

 

그러자 요의 천조제는 금에 강화를 요청했으나, 아골타는 그런 거란의 요구를 묵살하였고, 거란을 멸망시키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정하게 되었다. 사실 여진과 거란의 사신 왕래와 외교관행으로 보아 지배적 위치에 있던 거란으로서는 아골타의 10가지 요구사항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양박은 능히 거란의 부정적 반응을 예상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양박은 생여진과 숙여진만을 통일시키려 한 아골타의 소박한 이상을 중국적인 것으로 바꿔놓은 장본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양박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혼란에 빠져든 거란 말기의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신속하게 판단해 낸 통찰력이 뛰어난 안물이었다.

 

금나라를 거란과 대등한 위치로 올려놓은 공적으로 금나라의 군국 문제를 맡고 있는 추밀원의 지추밀원사 벼슬에 발탁된 양박은 포찰씨를 황후로 책립하자고 건의하는 등 금나라의 건국 초기에 갖추어진 국가의 예의, 규범 등 모든 제도를 정비하는데 공헌하였다. 이런 점으로 보아 금나라의 건국 기초를 확립한 발해인 가운데서 양박의 기여는 으뜸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는 많은 발해사람들이 금나라에 협력하는 길을 터준 인물이었다.

발해 유민

고구려가 망했을 때 당나라에 고선지, 왕모중, 왕사례, 이정기 등 많은 고구려 유민들이 활약했다. 하지만 이들 중 이정기 장군을 빼고 나머지 세 명은 자신들의 조국을 멸망시킨 적국에 큰 활약을 했다.

 

그런데 우리는 발해 유민들의 향후 행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발해 유민들의 부흥운동이 있었고, 그것이 실패로 끝났다고만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발해 유민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혼을 잃지 않았고, 그들 중 일부는 금나라로 가 자신들의 적국 요나라를 멸망시키고, 정복왕조 금을 건설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여진족이 200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국가를 세우고 중원을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은, 발해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금나라 건국의 주역 뒤에는 발해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