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636202.html?_fr=mt1

민경욱 대변인 ‘계란 라면’ 발언 보도했다고…
등록 : 2014.05.08 20:59수정 : 2014.05.08 23:32 

청와대 기자단, ‘비보도’ 깼다며 <한겨레> 등 중징계
국가 안위·안전 문제도 아닌데 누구를 위한 ‘비보도’?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8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비보도 전제’(오프 더 레코드) 발언을 보도한 <한겨레>에 ‘청와대 춘추관(기자실) 출입정지 28일(4주)’의 징계를 결정했다. 기자단은 또 민 대변인의 발언을 보도한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에 출입정지 63일(9주), <한국일보>에 출입정지 18일(3주)을 결정해 각 언론사에 통보했다. 징계를 받게 되면, 해당 언론사 기자는 그 기간에 청와대가 제공하는 보도자료 등 일체의 자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교육부 서남수 장관은 사고 당일인 16일 오후 4시께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컵라면을 먹었다./오마이뉴스 제공.
 
민 대변인의 ‘비보도 전제’ 발언은 지난달 21일 공식 브리핑이 끝난 뒤, 일부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 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다. 서 장관이 세월호 침몰 당일인 16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에서 응급 치료가 이뤄지던 탁자에서 의약품을 치우고 컵라면을 먹어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다.

이 발언이 다음날 뒤늦게 기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서 장관 라면 사건’을 처음 보도한 <오마이뉴스>는 기자단에 비보도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통보한 뒤 민 대변인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후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 대변인의 부적절한 발언을 비판하는 의견이 순식간에 퍼졌고,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이날 민 대변인의 발언을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이 대단히 부적절했으며, 이미 발언 내용이 널리 알려진 뒤여서 ‘비보도 약속’은 의미를 상실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한겨레> 등의 보도가 나간 뒤에도 논의 끝에 ‘비보도 약속’을 유지하기로 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총괄간사는 <한겨레> 등에 징계 결과를 통보하며 ‘비보도 약속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사진기자단

기자단의 징계는 청와대 출입기자 가운데 언론 매체별 간사들이 모인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징계위원회에는 총괄간사 외에 중앙일간지 및 통신, 방송사, 경제지, 인터넷 매체, 영문뉴스, 지역언론 등 모두 7명의 대표간사들이 참석해 결정한다. 각 간사들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 등 징계 결정 과정은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징계에서는 징계 기간에 대한 이견은 있었지만 다수의 의견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특히 비보도 약속을 가장 먼저 깬 <오마이뉴스> 외에 <경향신문>은 과거 비보도 약속을 한 차례 파기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두 달 이상의 중징계가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는 9일 기자단에 공식적으로 재심 요청을 할 계획이다. 기자단이 민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비보도 약속’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더라도, 이미 사실이 알려져 실질적으로 ‘보도가 된 사항’인데다, 발언 내용이 대통령의 경호상 필요한 ‘포괄적 엠바고’도 아니고, 국가안위나 개인의 안전 문제가 결부된 사안도 아니어서 ‘비보도 약속’이 계속 유지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재일 경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오프 더 레코드는 국익이라든지 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데 언론 보도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요청하는 것이다. 민 대변인의 ‘계란 발언’은 충분히 공적 의미를 갖는 발언으로 오프를 걸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어 “청와대 기자단이 이 문제에 대해 징계를 한 것은 기자단 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 자신들이 갖는 공적 지위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지나친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정국 석진환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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