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contents.nahf.or.kr/directory/item.do?levelId=cr_007_0060_0020

부거리 유적의 성격

부거리 일대의 유적을 다른 지역의 발해유적과 비교하면 공통점도 있지만 이 지역의 독특한 점도 많다.

1) 부거석성은 평지성으로서 돌로 성벽을 쌓은 성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발해시기의 평지성에서 성벽을 완전히 돌로 축조한 성은 별로 없다. 중국의 왕청현 춘양향에 위치한 석성 고성은 조사 당시 성벽이 이미 다 파괴되고 밑부분에 돌로 쌓은 기초 부분만 남아 있기에 성벽 윗부분도 전부 돌로 쌓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다만 이 고성을 석성이라고 부르는 점을 고려하여 돌로 성벽을 쌓았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발해시기의 평지성에서 주급 이상으로 판단되는 성에서 지금까지 확실하게 돌로 성벽을 구축한 성은 부거석성이다. 이는 발해 평지성에서 확실히 성벽을 돌로 구축한 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2) 부거리 일대의 무덤은 대부분 지상에 축조되었다. 연차골과 다래골에 축조된 무덤은 전부 지상에 무덤을 축조하였고 또한 모두 석실봉토분이고 규모도 크다. 합전 고분군에도 많은 양의 무덤을 지상에 축조하였으며 지금도 지상에는 높이 솟은 봉분이 뚜렷하게 잘 남아 있다. 부거리 일대의 무덤을 보면 석실봉토분은 다 지상에 축조하고 석곽묘, 석관묘는 지하에 축조하였다.

발해 무덤을 지상에 축조하였는지 아니면 지하에 축조하였는지를 두고 그동안 논란도 많았고 지상이냐 지하냐에 따라 그 연원을 밝히는데도 여러 가지 설이 제기되었다. 중국 동북 지방에서 발견된 발해 무덤에도 일정한 양의 무덤은 지상 혹은 반지하에 축조하였다. 부거리 일대에서 발굴·조사된 무덤은 대부분 지상에 축조한 무덤으로 발해시기의 무덤에서 상당한 양의 무덤을 지상에 축조하였음을 확실하게 증명하였고 이로부터 이전에 제기된 일부 선입견은 새로운 자료에 의해 다시 인식되어야 한다.

3) 부거리 일대의 석실봉토분은 대부분 타원형 혹은 원형으로 되었고 천장은 궁륭식으로 축조되었다. 이 역시 부거리 일대의 무덤 구조상 독특한 점이다. 중국 동북 지역의 발해석실봉토분은 방형 혹은 장방형이 위주고 천장은 삼각고임, 평행고임, 평천장이다. 부거리 일대의 석실봉토분구조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독특한 구조를 띠고 있어 대조적이다.

4) 부거리 일대의 석실봉토분에서 목관을 사용한 흔적이 거의 없고 대부분 묘실 내에 석관을 설치하였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이곳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발굴을 거친 다래골과 연차골의 대부분 석실봉토분에 한 개 혹은 두 개의 석관을 설치하였고 석관을 하나만 설치한 무덤에서도 석관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고 빈 자리에 석관을 축조할 판석을 그대로 방치한 상황도 보인다. 이는 이 지역의 독특한 장속(葬俗)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또는 판석이 많은 자연조건을 살려 이곳만의 독특한 장례문화를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5) 부거리 일대의 무덤에서는 인골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고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 지역의 토양은 인골을 보존하기 힘든 성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매장습속을 파악하는 데 아쉬움이 있다.

6) 무덤에서 출토된 토기를 보면 태질이 무르고 조잡한 토기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회색 혹은 흑회색으로 된, 태질이 단단하고 구운 온도가 높은 윤제 토기다. 단지 중 어깨에 세 개의 대칭되는 손잡이를 마련한 것이 많은데 역시 이 지역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릇뚜껑의 수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나오고 있다.


7) 무덤에서 마구가 출토되는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 지금까지 보도된 발해시기의 무덤에서 출토된 마구로는 중국 안도 동청의 재갈과 등자뿐이다(흑룡강유역의 蘿北團結, 송화강유역의 楊屯, 老河深에서 재갈과 등자가 출토되었으나 발해가 건국되기 이전의 흑수말갈과 속말말갈 유적이다). 연차골1지구 1, 2, 12, 15호 무덤에서 모두 재갈과 등자가 나왔는데 한 곳의 고분군에서 이렇게 많은 재갈과 등자가 출토되는 것은 보기 드문 것으로서 무덤 구조와 함께 어느 정도 이 지역의 지방 세력가들이 무력으로 보장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음을 반영한다.

부거리 일대의 발해유적에 대한 조사발굴은 우리가 북측 경내의 발해유적을 파악하고 앞으로 발해의 역사와 문화를 심도 있게 연구하는 데 있어 아주 귀중한 실물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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