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상급식이 올해 물가 0.14%P 내렸다
[하니Only] 등록 : 20111219 17:00
무상급식 시행 지자체 물가 상당한 폭으로 하락
무상급식 안하는 지역은 급식비 상승으로 물가 올라
≫ 인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인천/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무상급식이 올해 전체 물가 수준을 떨어뜨리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1월까지 무상급식이 우리나라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14%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이 4.0%(전년 동기비)였는데, 무상급식을 시행하지 않았다면 4.14%로 상승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또한 무상급식이 없었다면 물가가 정부의 전망치(4.0%)와 한은의 목표치(3±1%)에서 상당폭 벗어났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급식비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1000)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7.9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무상급식의 물가하락 기여도가 생각보다 큰 폭”이라며 “무상급식 등 복지를 반대하던 이명박 정부가 지자체의 무상급식으로 물가하락 효과를 보는 아주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 지자체의 경우 물가가 상당한 폭으로 하락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급식비 상승으로 물가가 상승했다. 초교 전면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 경기도 등 8개 광역 지자체에서 무상급식의 물가하락 기여도는 평균 0.23%포인트에 이른다.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광주(-0.31%p)였다. 다음으로 경기(-0.3%p), 충북(-0.28%p), 인천(-0.25%p), 충남(-0.24%p), 전북(-0.22%p), 제주(-0.21%p), 서울(-0.10%p) 순으로 나타났다.
급식의 재료가 되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했지만, 무상급식으로 가계의 급식비 지출이 줄면서 물가지수가 낮아진 것이다. 실제 광주에 사는 박상현(46)씨는 무상급식으로 초교 3학년인 자녀에 대한 급식비 4만320원을 올해부터 내지 않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가계 부담을 덜게 됐다. 그는 “내년부터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큰아이에 대한 무상급식까지 예정돼 있어 매월 10만원이 넘던 급식비 부담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무상급식을 시행하지 않는 울산의 경우엔 급식비가 물가지수를 0.1%포인트 끌어올렸다. 이어 제한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경남(0.07%p), 대구(0.06%p), 경북(0.06%p), 강원(0.01%p), 부산(0.01%p) 등의 순으로 급식비가 물가상승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무상급식 폭이 컸던 전남과 대전에서는 급식비가 물가하락에 각각 0.10%포인트, 0.05%포인트씩 기여했다.
무상급식이 지역 물가 등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자 무상급식을 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하는 지자체들은 지난달 말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때 물가에서 차지하는 급식비의 가중치를 크게 낮추거나 아예 물가 조사 항목에서 빼달라고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요청하기도 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자체의 이런 요구가 있었지만, 수용할 수 없었다”며 “급식비에 대한 소비 지출이 있는 한 이를 물가에 반영하지 않을 순 없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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