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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이 만든 녹색 강물?... "낙동강 녹조 위험"
[4대강 현장검증-둘째날] '생명의 강 연구단' 현장조사 <오마이뉴스> 동행취재
11.12.21 21:56 ㅣ최종 업데이트 11.12.21 21:56  최지용 (endofwinter)

▲ 경북 강정고령보 부근의 물 색깔. 보 바로 아래 수심이 깊은 곳은 짙은 녹색을 보이고 있다. ⓒ 최지용

'녹색성장'이라더니 정말 강물이 녹색이 됐다. 시민환경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로 구성된 '생명의 강 연구단'의 낙동강 현장조사 이틀째인 21일 오전. 경북 달성군과 고령군에 걸쳐 있는 강정고령보에 도착하자 물의 색깔이 녹색 빛을 띠는 게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조사 첫날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 최상류인 상주보에서 목격된 녹색 빛의 물이 9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이곳에서도 포착된 것이다.(관련기사 : 에폭시 주사로 '땜질'... 흉터 흉칙한 '누더기 보' ) 이날 조사에 합류한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강물을 보고 "녹조가 심각해 보인다"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녹색으로 변한 낙동강... "수온 올라가면 녹조류 엄청날 것"
 
▲ 강정고령보 부근의 수심이 얕은 강변도 녹색을 띠고 있다. ⓒ 최지용

유 의원은 이어 "지금 육안으로 봐도 물이 녹색인 게 확연하고, 부유물과는 다른 조류가 떠 있는 모습 같은 게 보이는 것 같다"며 "수온이 올라가고 햇빛이 잘 비추면 녹조류가 엄청나게 번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단체 출신으로 시화호와 관련한 생태운동을 벌인 경험이 있다.
 
물의 깊이나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물의 색이 달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장소를 계속 이동하며 물의 색을 살폈다. 강변에서 보고 보 위에 올라가 보고, 햇빛을 마주보고 또 등지고도 바라봤지만 녹색은 일관되게 관찰됐다. 수심이 깊은 곳과 얕은 곳도 마찬가지다.
 
▲ 녹조가 의심되는 강정고령보에서 '생명의 강 연구단'이 수질 검사를 위해 채수를 하는 장면. ⓒ 최지용

상류에서부터 낙동강의 각 보와 주요지점의 수질을 확인하기 위해 채수작업을 진행 중인 이현정 박사(서울대 환경대학원)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녹조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도심하천 유역관리 전문가인 이 박사는 "녹조 현상은 현장에서 측정하는 걸로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는다"며 "질소나 인 같은 영양소들의 유입이 중요한데, 연구소에서 분석해야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녹조는 부영양화된 호수나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녹조류가 광합성으로 대량증식하며 물의 색깔을 현저하게 녹색으로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녹조가 발생할 경우 햇빛을 차단해 수중생물들의 생존에 영향을 주고 수질 또한 떨어뜨린다. 최근 북한강과 팔당댐 등에서 발생한 수돗물 악취도 이 같은 녹조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녹조가 의심되는 강정고령보 부근에는 대구지역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죽곡취수장이 위치해 있고, 그보다 상류에는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문산취수장이 있다.
 
보마다 바닥보호공 공사... "부실설계가 원인"
 
▲ 경북 칠곡보 하류 부근에 바닥보호공 공사를 위한 가물막이가 세워져 있다. ⓒ 최지용

▲ 경북 강정고령보의 가동보 앞쪽에 바닥보호공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최지용

'생명의 강 연구단' 조사 둘째 날 살펴 본 칠곡보와 고령강정보, 달성보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는 첫날 조사한 상주보와 구미보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가동보(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물을 내려보내는 부분) 앞쪽에 가물막이를 하거나 바지선을 띄워, 굴착기와 크레인을 이용해 보 하류 쪽에 조성된 바닥보호공을 새로 만드는 작업 중이었다.
 
각 보가 준공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아주 기초적인 공사라 할 수 있는 바닥보호공 공사를 다시 하는 이유는 지난 봄과 여름에 내린 비로 보호공이 유실되거나 밑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 현상을 예측하고 설계상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지금 4대강 사업으로 세워진 보들은 대부분 기둥만 기초를 암반에 했고 나머지 부분은 붕 떠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강물이 그 떠 있는 부분 밑으로 계속 흘러 나가게 된다. 보호공은 물의 낙차로 인해 바닥이 파이는 걸 막기 위해 블록이나 콘크리트로 설치한 건데, 강바닥 모래 위에 자리하게 돼 있다. 보에 붕 떠 있는 부분으로 물이 흘러나오면서 바닥보호공 아래 모래들을 계속 쓸고 나가면서 유실되거나 밑으로 가라앉게 만든 것이다."
 
▲ 강정고령보에서 누수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 최지용

박 교수는 "이는 명백히 잘못된 설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아무리 시트파일(기초 공사 시 흙이 무너지지 않게 땅에 박는 철제 말뚝)을 박고 그 안에 콘크리트를 바른다고 해도 또 다시 유실되거나 주저앉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에서 발생한 누수현상은 추운 겨울에도 속도전으로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바닥보호공 문제도 사업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 충분한 검증 없이 날림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누수현상으로 인해 부실시공 논란이 있었던 4대강 사업이 또 다시 기초 설계 작업부터 부실했다는 우려를 낳는 지점이다.
 
이러한 지적에 현장 관계자들은 "지난 봄에는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비가 왔고, 그러다 보니 물이 한곳으로 집중되는 경우가 있어 바닥공이 유실된 것"이라며 "공사가 완료된 상태였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고, 공사가 거의 완료된 지금은 그럴 걱정이 없지만 만일을 대비해 더 안전하게 공사하는 것"이라고 대응했다. 
 
달라진 현장 분위기... 작업자들의 '뼈있는 농담'
 
현장 작업자들에 따르면 낙동강의 대부분의 보에서 이러한 보강작업들은 오는 30일까지 마치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했던 콘크리트 고정보 누수현상도 보강공사를 완료한 곳이 거의 없다.
 
누수를 막기 위한 작업은 물이 새어 나오는 곳뿐 아니라 물이 스며드는 상류 부분도 보강을 해야 하지만 이틀 동안 조사에서 이 과정을 진행 중인 곳은 구미보밖에 없었다. 보 상류 쪽 부분을 보강하려면 채워놓은 물을 빼내야 하지만 낙동강 8개 보가 한꺼번에 물을 뺄 수는 없는 일이다.
 
작업 시한은 정해져 있고 이를 맞춰야 하는 현장에서는 또 다시 추운 날씨에도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한 현장에서는 아침 일찍 찾아온 연구단에게 "오신다고 해서 밤새 누수작업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연구단의 지적에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조사를 격렬하게 막던 이전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누수현상을 비롯해 부실설계 등 4대강 공사 완료 지점에 제기된 문제들에 어느 정도 수긍하기도 했다.
 
겨울철 무리한 공사로 누수현상이 일어났다는 지적에 "CCTV 설치해 청와대에서 직접 보고 밤에 공사 안하면 전화 온다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거나, "그러니 투표를 잘 해야 한다"는 관계자도 있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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