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250939001
[단독]'물관리 일원화'는 홍준표 공약...왜 입장 바꿨나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입력 : 2017.07.25 09:39:00 수정 : 2017.07.25 11:11:18
올해 4월29일 자유한국당이 발표한 홍준표 전 대선후보의 환경·재해 공약 발표 보도자료 일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반대해 ‘물관리 일원화’를 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석 달 전에는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의 공약으로 ‘물관리 일원화’를 명시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실이 25일 확인됐다.
자유한국당은 대선을 앞둔 4월29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 제6탄-환경·재해 정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홍준표 후보(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환경분야 공약이 담겼다. 자유한국당은 ‘1. 미세먼지 대책’에 이어 ‘2. 집집마다 1급 청정수 공급’을 약속한 후 실행방안들을 나열했다. 이 과정에서 “수량·수질 관리체계를 일원화함으로써 현재 국토부와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따로따로 관리하여 효율적 물관리가 곤란한 점을 개선하겠다”고 명시했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수질과 수량을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 옳다’고 맞선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정책위 의장 “표현상 오해가...”
자유한국당의 이현재 정책위 의장은 “우리나라는 한 계절에 비가 오고 (이것을 가지고) 사계절을 쓰니까 저장이 중요하므로, 한 곳으로 묶는 것(물관리 일원화)은 무리라는 게 자유한국당의 입장”이라면서 “일본이나 중국처럼 대개 한 계절에 비가 오는 나라들은 그렇게 나눠서 관리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이 이 의장에게 ‘대선공약 보도자료에 수량·수질 관리 일원화 약속이 명시돼 있다’고 알리자 이 위의장은 “그 내용을 잘 모르겠다,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다시 전화를 해 와 “수돗물 관리 쪽으로 내용을 정리한 것이지 물 전체를 얘기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면서 “표현상 조금 오해를 살 수 있겠다고…(직원이 전달을 해 왔다)”고 말했다.
19대 대선 당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이 환경운동연합의 질의에 대해 보내온 답변서 (환경운동연합 제공)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물관리 일원화’를 반대한 바른정당 역시, 대선 때는 태도가 달랐다. 환경운동연합이 19대 대선 때 후보자들에게 보낸 ‘환경분야 공약 질의서’에 대한 당시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의 답변을 보면, 그는 ‘물 통합 계획과 유역 관리를 위한 물기본법 제정’에 ‘동의’했다. 다른 질의에는 ‘조건부 동의’라고 명시한 것과 달리 이 질의에 대해서만큼은 ‘동의’라고만 적었다. 다만 바른정당은 ‘물관리 일원화(물 통합계획)’ 관련 공약을 명시적으로 담아 자료를 배포한 적은 없다.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 반대하는 이유는
사실 ‘물관리 일원화’는 19대 대선 당시 모든 정당의 공통공약에 가까웠다. 국민의당도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공약이었기 때문에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물관리 일원화’에 반대하지 않았다. 정의당도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공약 보도자료’까지 낸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서 반대 목소리를 높인 이유에 대해,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19일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 의원은 YTN의 라디오 프로그램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과거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헤칠까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물관리 일원화가 4대강 사업과 연과된 문제가 돼서, 특히 자유한국당 같은 경우는 환경부가 4대강 사업을 전반적으로 총괄하게 되고,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가 이것을 전적으로 다루게 되면, 4대강 사업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헤치지 않겠는가, 이런 걱정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발 위주 하천 정책, 언제 끝날까
‘물관리 일원화’는 대중들에겐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물관리 문제에서는 오랜 이슈였다. 국토부가 수량을, 환경부가 수질을 관리하던 것을 통합해 환경부가 모두 관리하자는 것이다. 이는 행정 업무를 합치는 것을 넘어 물에 대한 ‘철학’과도 연관된 문제다. 개발로 점철된 하천 정책에 종지부를 찍자는 게 ‘물관리 일원화’의 숨은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재자연화 추진’을 약속하면서 “수질·수량·재해예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5월 22일에는 환경부로 물관리를 일원화하라는 업무지시를 내렸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보며 “하천관리에 대한 정부의 철학이 바뀐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하천을 개발 대상으로 봐온 그간의 시각이 적절하지 않음을 뜻한다”며 “국토부의 개발 위주 하천 정책이 소임을 다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댐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개발에 치중해온 물관리 정책 방향을 수질과 생태계 보존으로 돌리겠다는 의지가 업무지시로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물관리 일원화는 결국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빠지고 말았다. 여야는 9월말까지 특위를 구성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민주당은 우선 관련 법안부터 발의하기로 했다.
[단독]'물관리 일원화'는 홍준표 공약...왜 입장 바꿨나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입력 : 2017.07.25 09:39:00 수정 : 2017.07.25 11:11:18
올해 4월29일 자유한국당이 발표한 홍준표 전 대선후보의 환경·재해 공약 발표 보도자료 일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반대해 ‘물관리 일원화’를 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석 달 전에는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의 공약으로 ‘물관리 일원화’를 명시해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실이 25일 확인됐다.
자유한국당은 대선을 앞둔 4월29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 제6탄-환경·재해 정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홍준표 후보(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환경분야 공약이 담겼다. 자유한국당은 ‘1. 미세먼지 대책’에 이어 ‘2. 집집마다 1급 청정수 공급’을 약속한 후 실행방안들을 나열했다. 이 과정에서 “수량·수질 관리체계를 일원화함으로써 현재 국토부와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을 따로따로 관리하여 효율적 물관리가 곤란한 점을 개선하겠다”고 명시했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수질과 수량을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 옳다’고 맞선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정책위 의장 “표현상 오해가...”
자유한국당의 이현재 정책위 의장은 “우리나라는 한 계절에 비가 오고 (이것을 가지고) 사계절을 쓰니까 저장이 중요하므로, 한 곳으로 묶는 것(물관리 일원화)은 무리라는 게 자유한국당의 입장”이라면서 “일본이나 중국처럼 대개 한 계절에 비가 오는 나라들은 그렇게 나눠서 관리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이 이 의장에게 ‘대선공약 보도자료에 수량·수질 관리 일원화 약속이 명시돼 있다’고 알리자 이 위의장은 “그 내용을 잘 모르겠다,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다시 전화를 해 와 “수돗물 관리 쪽으로 내용을 정리한 것이지 물 전체를 얘기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면서 “표현상 조금 오해를 살 수 있겠다고…(직원이 전달을 해 왔다)”고 말했다.
19대 대선 당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이 환경운동연합의 질의에 대해 보내온 답변서 (환경운동연합 제공)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물관리 일원화’를 반대한 바른정당 역시, 대선 때는 태도가 달랐다. 환경운동연합이 19대 대선 때 후보자들에게 보낸 ‘환경분야 공약 질의서’에 대한 당시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의 답변을 보면, 그는 ‘물 통합 계획과 유역 관리를 위한 물기본법 제정’에 ‘동의’했다. 다른 질의에는 ‘조건부 동의’라고 명시한 것과 달리 이 질의에 대해서만큼은 ‘동의’라고만 적었다. 다만 바른정당은 ‘물관리 일원화(물 통합계획)’ 관련 공약을 명시적으로 담아 자료를 배포한 적은 없다.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 반대하는 이유는
사실 ‘물관리 일원화’는 19대 대선 당시 모든 정당의 공통공약에 가까웠다. 국민의당도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공약이었기 때문에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물관리 일원화’에 반대하지 않았다. 정의당도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공약 보도자료’까지 낸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서 반대 목소리를 높인 이유에 대해,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19일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 의원은 YTN의 라디오 프로그램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과거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헤칠까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물관리 일원화가 4대강 사업과 연과된 문제가 돼서, 특히 자유한국당 같은 경우는 환경부가 4대강 사업을 전반적으로 총괄하게 되고,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가 이것을 전적으로 다루게 되면, 4대강 사업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헤치지 않겠는가, 이런 걱정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개발 위주 하천 정책, 언제 끝날까
‘물관리 일원화’는 대중들에겐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물관리 문제에서는 오랜 이슈였다. 국토부가 수량을, 환경부가 수질을 관리하던 것을 통합해 환경부가 모두 관리하자는 것이다. 이는 행정 업무를 합치는 것을 넘어 물에 대한 ‘철학’과도 연관된 문제다. 개발로 점철된 하천 정책에 종지부를 찍자는 게 ‘물관리 일원화’의 숨은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재자연화 추진’을 약속하면서 “수질·수량·재해예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5월 22일에는 환경부로 물관리를 일원화하라는 업무지시를 내렸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보며 “하천관리에 대한 정부의 철학이 바뀐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하천을 개발 대상으로 봐온 그간의 시각이 적절하지 않음을 뜻한다”며 “국토부의 개발 위주 하천 정책이 소임을 다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댐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개발에 치중해온 물관리 정책 방향을 수질과 생태계 보존으로 돌리겠다는 의지가 업무지시로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물관리 일원화는 결국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빠지고 말았다. 여야는 9월말까지 특위를 구성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민주당은 우선 관련 법안부터 발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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