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수사 귀띔’ 공무상 비밀누설 논란
[한겨레] 김태규 기자 등록 : 20111231 03:38
‘잠재적 피의자’인데… 공범들 말 맞출 기회줘
“수사방해 여부 조사를” “정무수석 업무” 반론도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아무개(27·구속 기소)씨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누리집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한 혐의로 체포된 사실을 최 의원에게 곧바로 알려준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 수석의 행위는, 자신의 비서가 저지른 범죄와 연관돼 있을지도 모르는 최 의원을 도와 결과적으로 경찰의 수사를 방해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최 의원을 통해 경찰의 수사 사실이 이 사건의 공범들에게 미리 알려지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앞서 수사 과정에서 조현오 경찰청장과 수사결과 공개 범위를 조율하며 ‘외압’을 넣지 않았느냐는 의혹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당시 상황을 되짚어 보면, 경찰은 지난 1일 아침 8시46분께 공씨를 그의 집에서 긴급체포했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그가 최구식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9급 비서인 점을 확인했다. 경찰은 매일 아침 7시와 오후 5시, 치안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통상적인 수사 상황을 보고하기 때문에, 공씨의 체포 사실은 그날 오후 5시에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 수석은 이날 공씨의 체포 소식을 듣고 최 의원에게 전화로 이 소식을 알렸다. 경찰이 공씨의 체포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다음날인 오후 1시30분이었다. 최 의원은 언론에 공개되기 하루 전에 공씨의 체포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공씨의 체포 사실이 공개되자마자 언론의 관심은 배후가 누구인지에 집중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날인 10월26일 선관위 누리집을 공격하는 엄청난 일을 9급 비서가 혼자서 결정·실행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씨가 ‘모셨던’ 최 의원이 그날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것은 상식적인 수순이었다. 공씨의 단독범행인지, 아니면 ‘윗선’이 개입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최 의원은 공씨의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다고 의심받을 수 있는 ‘잠재적 피의자’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김 수석은 수사 대상으로 떠오른 최 의원에게 공씨의 체포 사실을 일찌감치 알려줬다. 만약 최 의원이나 그 주변인이 디도스 공격을 공모했다면 국회의장 전 비서 김아무개(30·구속)씨나 또다른 디도스 공범 차아무개(27)씨 등과 충분히 말을 맞출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최 의원은 공씨의 체포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2일 오후 3시께 공개적으로 자신의 연루 여부를 부인하고 나섰다.
김 수석의 행위를 두고, 수사 기밀을 누설해 수사를 방해했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에 방해를 초래할 만한 정보가 나갔을 때는 공무상 비밀누설로 본다”며 “김 수석이 단순히 공씨가 체포된 사실만 최 의원에게 알려줬는지, 그밖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단순히 체포 소식만 알려준 게 아니라 ‘사건이 커지지 않도록 잘 대비하라’고 조언했으면 수사방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김 수석의 의도가 무엇인지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론도 없지는 않다. 또다른 검찰 간부는 “정무수석은 당과 청와대를 조율하는 자리이고, ‘이런 일이 있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는 건 정무수석 고유의 업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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