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금 ‘고립무원’
2012-01-17 오후 1:54:49 게재

야당은 파상공세, 여당은 거리두기
민심까지 등 돌려, 정무기능 회복 시급

'고립무원(孤立無援)' 

고립돼 도움 받을 곳이 전혀 없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 청와대의 모습이 딱 그렇다. 새로 선출된 야당 지도부는 청와대와 당장이라도 전쟁을 치를 듯한 기세다. 비대위 중심의 여당은 거리두기에만 바쁘다. 그렇다고 민심 역시 곱지 않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0%대로 떨어졌다. 

◆강경한 야당을 '어찌할꼬?' = 현재 가장 불편한 것은 야당과의 관계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15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했다. 한명숙 전총리를 필두로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김부겸 최고위원 등이다. 

그런데 새 지도부의 첫 일성이 강경 일변도다. 'MB정부의 실정과 각종 비리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따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면 한미FTA까지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16일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는 이런 기류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한명숙 대표는 "처음 출발하는 이 마당에 우리들은 수많은 국민들의 요구, 국민들의 명령, 정권을 심판하고 바꿔달라는 그 요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문성근 최고위원은 "중앙선관위 테러와 비비케이, 내곡동 사저 매입사건 등 세 가지 사건에 대해 별개 특검도입을 요구한다"며 "한나라당에서 이를 거부하고 제대로 수용하지 않으면 이것은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이명박 정부의 공동 책임이다"라고 주장했다. 

박영선 최고위원 역시 "새 지도부는 변화와 개혁, MB정권 심판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총선압승,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룰 것을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쯤 되면 청와대와 야당의 관계는 쉽게 풀릴 기색이 아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 역시 "야당과의 관계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데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책협의 할 여당 파트너조차 없다" = 그렇다고 여당과의 관계 즉 당청 관계가 매끄러운 것도 아니다. 지난해 연말 임명된 하금열 대통령실장의 취임일성은 '당청관계 회복'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원회 체제가 등장하면서 당청관계는 실종됐다. 당청관계를 따지기 전에 당 내부정비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비대위원회와 친이(친이명박)계의 기싸움은 물론이고, 공천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은 당청관계를 따질 여지를 주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청관계를 회복하고 정책협의를 하고 싶어도 사실상 파트너가 없는 상황"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여기에 당내 전반적인 기류는 'MB정부와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이 4월 총선에서 살 길'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넓게 깔려 있다. 쇄신파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을 버리고 재창당을 주장했던 것도 사실상 MB정권과의 단절을 위한 수순이었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노무현의 실(失)민심으로 집권한 MB가 자신의 실(失)민심으로 노무현을 부활시킨 셈"이라며 "정권교체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나라는 거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촌평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여야 정치권과의 관계가 일시적으로 무너졌다 하더라도 여론의 지지가 두터우면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지지도는 20%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민심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 역력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여야 정치권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정무기능이 시급히 복원돼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만만찮다. 현재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돈봉투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운신의 폭이 줄어든 실정이다. 고립무원을 넘어 사면초가로 치닫는 이 상황을 임기말 청와대가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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