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91195
게걸스러운 '지네발 재벌'...자영업자 '떡실신'
[주장] 100년전 미국 '기업과의 전쟁'에서 배워라
12.01.30 17:59 ㅣ최종 업데이트 12.01.30 20:07 선대인 (battiman)
▲ 씨어도어 루즈벨트(1858-1919) ⓒ 미국회도서관
"부정한 돈벌이에 대한 효과적인 주와 연방 차원의 제한조치가 없다 보니 엄청나게 부유하고 경제적으로 강력한 사람들의 계급이 나타났다. 그들이 공공복리와는 전혀 무관하게 행사하는 힘의 토대를 바꾸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다."
미국의 26대 대통령인 씨어도어 루즈벨트(1901~1909년 재임)가 퇴임 후인 1910년 미국 캔자스주 오사와토미에서 행한 연설에 나오는 구절이다. 19세기 후반부터 미국에서 발호하기 시작한 대규모 독점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함을 역설한 명연설이다. 당시 미국 상황이 어떠했기에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처럼 호소했을까.
19세기 후반부터 미국에는 철강, 철도, 석유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생활소비재인 위스키, 설탕, 담배, 가축 사료, 철사못, 양철, 성냥, 육류, 우유 등 거의 모든 상품 영역에서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형태인 트러스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예를 들어, 1879년 스탠더드오일 트러스트는 트러스트 증권을 나눠주는 조건으로 약 40개 석유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수탁받았다. 이에 따라 록펠러 등 소수의 수탁자는 이들 석유회사들의 임원 선임과 경영을 좌우하고 석유제품 가격과 공급량을 통제해 막대한 초과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무수한 소규모 기업들이 번성하던 초기 경제발전 단계에서 대량생산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소수 대기업 체제로 시장구조가 재편됐다.
철강, 석유, 위스키, 설탕, 성냥까지... 미국 장악한 독점기업들
그 결과 1904년에 이르자 300여 개의 거대 트러스트들이 미국 전체 산업자본의 3분의 2를 통제하고 미국 주요 산업들의 5분의 4를 영향권 아래에 두게 됐다. 이들은 온갖 탈세와 매수 등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물론 정부와 정치인들을 매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1880년대 이후로 이들 독점 트러스트들을 해체하려는 주정부 법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독점 대기업들은 회사의 근거지들을 옮기면서 이들 주정부들의 규제를 무력화시켰다.
이에 미국 연방의회가 나서기 시작했고, 그 결과 1890년 셔먼 반독점법이 탄생했다. 이 법에 따라 당시 몇몇 독점 트러스트가 해체되기는 했으나 위반 행위에 대한 벌금액은 너무 적어 실효성이 없었다. 더구나 당시 법조계는 오히려 대기업을 편드는 판결을 내려 이 법의 실효성을 번번이 무력화시켰다. 이 때문에 "보통 사람에게는 앞길을 막아 놓은 돌벽으로 보이는 것이 대기업 변호사에게는 의기양양하게 통과할 수 있는 거대한 개선문 아치이다"라는 풍자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당시 아돌프 벌리와 가디너 민스가 1932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909년과 1928년 사이의 20년간 나타났던 대기업들 및 모든 기업들의 성장률의 차이가 유지된다면 1950년에는 모든 기업 활동의 70%가 대기업에 의해 수행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독점 대기업들의 횡포에 재갈을 물리려는 미국의 노력은 지속됐다. 1911년 당시 미국 석유시장의 90%를 차지했던 스탠더드오일을 30개 회사로 해체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미국 담배시장의 95%를 장악했던 아메리칸토바코를 16개 회사로 분리했다. 1914년에는 셔먼법을 보완해 경쟁을 제한하는 가격차별을 금지하는 등의 클레이튼법이 제정됐고, 연방공정거래위원회가 설립됐다.
이어 대공황을 거치면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을 펼치는 한편 은행, 증권, 보험 간의 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글래스-스티걸법과 증권거래법 등을 통해 금융규제의 틀을 완성하게 됐다. 또한 1936년에는 개인 소매업자들을 대형 체인스토어 사업자로부터 보호하는 로빈슨-패트만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각고의 노력 끝에 고비 풀린 독점대기업들이 점차 정부의 규제 틀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공황 이후 미국 독점기업들의 해체... 록펠러의 퇴장과 변신
▲ 1929년 경제 대공황시 은행 파산으로 사람들은 길거리로 내몰렸다. 사진은 당시 노동자들이 은행앞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면. ⓒ 엔사이버닷컴
1800년대 말부터 대공황 이후 시기까지 수십 년에 걸쳐서 민간에 맞서는 정부의 역할과 권한이 정립됐다. 이때 마련된 규제 체계 속에서 상당수의 독점기업들이 해체되기 시작했다. '날강도 귀족들(robber barons)'이라고 불렸던 철강산업의 카네기와 석유산업의 록펠러 등 창업주들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자선사업가로 변신했고, 미국은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주주자본주의로 빠르게 진화했다.
이와 함께 21세기 전반까지 극단적으로 벌어졌던 빈부격차도 완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 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 경제는 빠른 성장과 함께 빈부격차가 크게 축소되고 대다수가 중산층의 삶을 누리는 '대압착(Great Compression)의 시대'로 나아갔다.
미국과는 다르지만 일본의 재벌도 2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해체됐다. 일본 재벌들은 오너 가족들이 과반수의 지분을 가진 지주회사가 중심이 돼 산하에 은행 금융기관을 이용해 대기업 계열사와 자회사, 손자회사로 이어지는 계열기업들을 피라미드식으로 지배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정이 일본의 대재벌들이 전쟁 기간 군수물자를 대며 제국주의의 원동력이 됐다고 판단해 오너 가족이 소유한 유가증권과 회사에 대한 각종 권리를 몰수하고 경제계에서 추방했다. 이후 일본의 재벌들은 해체되면서 기업집단이라는 형태로 느슨한 협력체제를 유지하지만,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기업구조가 확립됐다. 1990년대 이후에는 그나마 이 같은 기업집단 체제마저 허물어져 미쯔비시 정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2차 세계대전까지 강력히 성장했던 카르텔과 콘체른과 같은 독점기업들이 전쟁 이후 연합군에 의해 해체되기 시작했다. 이후 카르텔과 가격담합을 금지하는 경쟁제한금지법이 제정돼 강력히 시행됨으로써 불공정한 시장 지배 기업들을 규제하고 경쟁을 촉진하게 된다. 그 결과 독일 또한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
이처럼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형태는 다르지만 한 때 거대독점기업들이 발호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며 소비자들의 혜택을 착취하고 중소기업을 짓밟은 때가 있었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독점대기업들을 해체하면서 오히려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공정한 경쟁 규칙 아래 질적으로 훨씬 건전한 경제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물론 건전한 경제구조가 다시 허물어지면서 버블 붕괴나 금융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말이다).
MB 규제완화와 함께 재벌들 계열사 문어발식 확장에 열 올려
▲ 2006년 11월 확대당정협의회에서 권오규 당시 경제부총리가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안 등 안건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100여 년 전 미국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다음에 열거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뭔지 한번 맞춰보시라.
보나비, 휴먼티에스에스, 스테코, 에스비리모티브, 에스엔폴, 에스코어, 오픈핸즈, 월드사이버게임즈, 이엑스이씨엔티, 지이에스, 에스엠피, 에스티엠….
대부분 독자들에게는 매우 생소할 이름의 이 회사들이 모두 삼성그룹 계열사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아마도 잘 모를 것이다. 삼성 계열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지인에게 물어봐도 모를 정도였으니 일반인들이 알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지 않겠는가.
이처럼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못할 정도로 삼성 계열사는 늘어나 있다. 삼성 계열사는 2007년 59개에서 80개로 증가했다. 2002년 삼성의 계열사 수는 64개였고,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까지는 오히려 59개까지 줄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4년 만에 21개사가 늘어난 것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은 36개에서 55개, 에스케이그룹은 64개에서 92개, 엘지그룹은 33개에서 61개, 롯데그룹은 44개에서 79개로 늘었다. 이런 식으로 자산 기준 상위 10대 재벌들의 계열사 수는 2007년 383개에서 630개로 늘었다. 무려 64%나 늘어난 것이다.
좀 더 범위를 확대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토지주택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등 일부 거대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벌들로 구성. 2011년 말 현재 55개 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를 보면 2008년 1069개에서 2011년 1621개로 늘었다. 그동안 재벌들의 계열사 확장 행태를 문어발로 표현해왔지만 이제는 지네발 수준까지 온 것이다.
이처럼 재벌 계열사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노무현 정부 때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를 풀고 난 뒤 급기야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2009년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한 때문이다. 출총제는 재벌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여 마구잡이로 계열사를 늘려 여러 업종을 섭렵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였다.
재벌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편법으로 상속하는 것을 막는 장치로도 활용됐다. 거꾸로 이처럼 재벌 계열사들이 마구잡이로 늘어나면 중소기업이 발붙일 여지는 점점 줄게 된다.
이에 앞서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 명목으로 1979년 도입돼 256개 업종이 지정됐던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도 2006년 폐지됐다. 두 제도의 폐지가 맞물리면서 재벌 계열사들은 전통적인 중소기업 업역까지 침범해 수익을 독점하고 중소기업들을 고사시켰다.
두부업계는 그 여파를 잘 보여준다. 2006년 두부 업종이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해제된 직후 당시 이미 대기업이던 풀무원 외에 CJ, 대상 등 재벌 기업의 진출이 본격화 됐다. 그 후 불과 5년 만에 4500억 원 규모의 두부시장에서 이들 3대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절반의 시장에서 먹고살아야 하는 중소 두부가공업체들은 계속 문을 닫아야 했다.
그 결과 2006년 2300여 개에 이르던 두부가공업체들은 2011년 1580여 개로 급감해 700여개나 줄어들었다. 살아남은 업체들도 대부분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이런 식의 문어발식 확장이 지속되면 재벌의 배를 불리지만 중소기업이 숨 쉴 공간은 점점 줄게 된다. 중소기업이 줄어든 만큼 일자리도 사라지고, 중소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든 만큼 임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중소업체에 주문생산하고, 자체 인력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재벌기업들이 빈자리를 메워준 것도 아니다.
사실 두부업계만 이런 것이 아니다. 노영민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재생타이어, 장류, 국수, 양말, 쇠못, 아스콘, 골판지상자, 아연말, 리드와이어, 플러그 부착 코드제조업 등 재벌기업들이 펼치기에는 정말 좀스러운 수준의 사업까지 파고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출총제와 중기 고유업종 제도의 폐지는 2000년대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선 재벌가 3, 4세들의 사업거리를 확보해주고 경영권 세습을 정당화해주기 위한 재벌들의 로비가 작용한 측면이 크다. 그렇게 해서 재벌 3, 4세들이 '가만히 앉아서 돈 먹기'식의 사업 확장과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통해 21세기 대명천지에 중세 봉건왕조나 북한의 세습체제와 맞먹는 재벌 세습체제를 지속하고 있다.
▲ 2010년 1월 정릉동 상인연합회 회장 박은호(46)씨는 자신의 가게 입구에 '근조 정릉동 자영업자 5000명'이라는 근조기를 붙였다. ⓒ 허진무
이처럼 대형마트 하나만 봐도 그 주변의 재래시장이 초토화되고 동네상권이 무너지는 것은 다반사다. 재벌계열사들이 활개치면서 대한민국 중소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떡실신'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지금까지와 같은 속도로 계속 재벌 계열사들이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추세로 계속 재벌 계열사 수가 늘어난다면 현재 630개인 상위 10개 재벌 계열사 수는 1000개를 넘고, 2030년경에는 1500개를 넘게 된다. 현재 55개 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는 2020년 약 2200개, 2030년 약 3000개까지 늘게 된다.
지금보다 재벌 계열사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됐을 때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얼마나 심각해질까. 재벌 3세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떡실신'하고 있다. 재벌 그룹 3대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이 정도인데, 4세, 5세까지 이런 추세로 대물림을 하고 계열사를 확장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의 산업 생태계는 질식하고, 일자리는 줄어들며 극단적 양극화가 계속 심화될 것임은 뻔하다. 그런 경제를 원하는가.
1세기 전 미국이 치렀던 '거대독점기업과의 전쟁' 치러야
▲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오는 총선과 대선에 가장 중심적인 화두는 재벌개혁이 될 것이다"며 "재벌이 사회적 책임은 커녕 최소한 범죄적인 행동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따라서 지금이라도 1세기 전 미국 정부가 치렀던 '거대독점기업과의 전쟁'을 지금이라도 치러야 한다. 그래야 한국경제에 희망이 있다. 만약 지금 재벌들을 통제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멕시코형 경제'로 갈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정치권에서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가 내놓은 '재벌세' 아이디어는 매우 신선하다. 재벌의 지네발 확장 통한 경제력 집중 막기 위해 계열사 주식 보유분 배당금을 수익으로, 계열사 투자 차입금 이자 비용을 비용으로 불인정해 법인세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재벌의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대해 부가가치세 세율을 높이는 등 생각해볼 수 있는 '재벌세'는 더 많을 것이다.
이와 함께 재벌기업들이 혜택 대부분을 누리는 법인세 비과세, 감면 혜택(3조 원 이상)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민주당 경제개혁특위의 '재벌세' 제안이 이 같은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밖에도 재벌개혁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전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첫걸음은 정부가 민간과 차별화되는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의 역할은 뭔가. 흔히 정부정책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 원칙과 게임의 룰을 강화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여기에서 자본은 건전성, 시장은 공정성이 원칙이다. 자본의 건전성은 다시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과 재무구조의 건전성으로 나눌 수 있다. 또 시장의 공정성은 소비자와 투자자의 권익을 우선하기 위한 공정성을 말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자본의 건전성이든 시장의 공정성에서 생겨나는 문제가 수십 년 동안 거의 해소되지 않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전 제국주의 일본의 재벌구조를 21세기 대명천지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가 제 역할을 하기는커녕 최근으로 올수록 재벌기업들의 포로가 돼 오히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짓밟고 있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오히려 한국경제가 중첩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재벌 개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재벌 개혁의 구체적 내용은 많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우선, 자본 건전성 측면에서 재벌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물산 → 삼성에버랜드 식으로 이어지는 재벌들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한국의 재벌들은 계열사간 상호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그룹 전체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비상장회사를 두고 이를 그룹 오너가 장악함으로써 그룹 전체를 통제한다. 이렇게 해서 막대한 권한은 행사하면서도 경영상의 책임은 각 계열사로 떠넘기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재벌그룹 안에 금융계열사를 두고 금융계열사의 고객자금으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행태도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
이어 시장 공정성 측면에서는 재벌의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고 공정경쟁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물론 정부는 형식적으로는 독과점 규제의 틀도 만들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설립한 상태이기는 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같은 독과점과 담합행위에 대한 처벌이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또한 재벌기업들에 대한 온갖 특혜와 직간접적 지원을 철회하고 재벌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술력과 혁신능력으로 승부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과거 선진국들이 했듯이 재벌을 개혁해야 건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자리잡을 수 있게 된다. 당장 재벌개혁을 추진하면 반발도 따르고 일정 기간 한국경제가 동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지속적인 발전을 기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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