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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평의 이순신 이야기-47] 오직 한 마음으로 가라
공익을 위한 일심결(一心決)
박종평 이순신 연구가 | ilyo@ilyoseoul.co.kr [1061호] 승인 2014.09.01 11:45:16
처음과 끝이 늘 한결 같아야
‘한마음’을 한자로 표현하면 ‘일심(一心)’이다. 한마음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수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갈대와 같은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한마음을 지니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그 일심을 자신의 별명으로 삼기도 했다.
조선 시대에는 오늘날의 사인(Sign) 혹은 서명을 ‘수결(手決)’이라고 불렀다. 수결은 임금부터 노비까지 다 갖고 있었다. 글을 모르는 노비는 자신의 손바닥을 그리는 것으로 수결을 대신했다. 그 중 임금과 관료들의 수결은 ‘一心(일심)’을 각자가 변형해 활용했다. 이를 ‘일심결(一心決)’이라고 한다. 임금이나 관료들이 일심(一心)을 수결로 한 까닭은 이유가 있다. 임금이나 관리들이 오직 한마음으로 조금의 사심(私心)도 갖지 않고 공심(公心)으로 일하겠다는 선언의 의미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는 특이한 낙서가 가득한 면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바로 일심 수결을 연습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순신이 어떤 까닭에서인지 자신의 ‘일심’ 수결을 새로 만들기 위해 연습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순신이 일심 수결을 새로 만들면서 스스로 다졌던 것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려는 마음가짐이었을 것이다. 이순신은 스스로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 나는 일심(一心)으로 충효만 생각했다(吾一心忠孝到此俱喪矣, 오일심충효도차구상의) 《이충무공전서》
이순신의 일심에 대한 생각은 장계에도 분명히 나타난다.
▲ 모두 한마음으로 분발하여(一心憤發, 일심분발) 모두 죽을힘을 다하니 배 안에 있는 관리와 군사들도 그 뜻을 본받아 서로 격려하며, 분발하여 죽기를 기약했습니다. … 모든 장수와 군사들이 이 말(일본군의 악행 소식)을 듣고는 더욱더 분하게 여겨 서로 돌아보면서 기운을 돋우어 한마음으로 힘을 합하여(同心戮力, 동심육력) 적선을 섬멸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옥포파왜병장(玉浦破倭兵狀)〉, 1592년 5월 10일)
이 장계는 ‘동심(同心)’도 나온다. 승리라는 같은 목적을 표현한 것이다. 리더 이순신은 승리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 주고, 부하들과 백성들을 일심과 동심으로 묶어 승리할 수 있었다. 이순신은 부하들과 일심과 동심으로 전투를 했고 항상 함께 했지만, 전투가 끝나면 언제나 신신당부했다. “처음과 끝이 하나같도록 하라(終始如一, 종시여일).” 그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여러 장수들에게는 “한번 승첩했다 하여 소홀히 생각하지 말고 군사를 위무하고 전선을 다시 정비해 두었다가 급보를 듣는 즉시로 출전하되 처음과 끝을 한결같이 하도록 하라(終始如一종시여일)”고 엄하게 신칙하고 진을 파하였습니다. (〈당포파왜병장(唐浦破倭兵狀)〉, 1592년 6월 14일)
경청은 리더라면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의 하나다. 경청의 핵심이 바로 일심 자세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박영근 박사는 ‘경청(傾聽)’의 뜻을 이렇게 풀이했다.
▲ 경청(傾聽)이란 말은 뜻이 깊다. ‘경(傾)’은 ‘기울일 경’ 자다. 남과 대화를 할 때 네 가지를 기울여야 한다. 몸을 기울이고,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기울이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온몸이 귀가 되어 열심히 정성껏 경청해야 한다. 그래야만 남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청(聽)’ 자는 뜻이 깊은 글자다. ‘청(聽)’ 자의 제일 마지막 획을 보라. 일심(一心)으로 되어 있다. 정신을 집중하여 한마음으로 열심히 듣는 것이 ‘청(聽)’이다.” (박영근,《말 통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1)》)
잘 듣는 것도 결국 한마음, 일심이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병법책에서도 일심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승리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에서는 백성과 군사의 마음을 얻고 일심(一心), 즉 한마음으로 만들면 완전한 승리全勝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승리의 비결로 한마음을 말했다.
▲ 전군이 한마음(一心)이 되어 장수 한 사람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가 있다(能使三軍如一心, 則其勝可全. 고능사삼군여일심, 즉기승가전). (《삼략(三略)》)
▲ 부하들을 잘 지휘하려면 부대원 모두가 한마음(一心)이 되어야 한다. 마음을 하나로 통일시키려면 유언비어를 막고 의혹을 없애야 한다. (《이위공문대》)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순자(荀子, 기원전 313~283)도 일심을 강조했다.
▲ 용병술의 요체는 장병들의 마음을 얻는 데 달려 있다. 무릇 어진 자(仁人, 인인)의 군대는 장수와 군사들이 한마음이 되고 삼군(三軍)이 힘을 합친다(上下一心, 三軍同力. 상하일심, 삼군동력). 자식이 부모를 섬기고 아우가 형을 공경하듯 하고, 손과 팔이 머리와 눈을 보호하고 가슴과 배를 덮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용병술의 요체는 장병들이 한마음으로 단결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특히 순자는 이순신이 말한 일심(一心)과 동력(同力)을 모두 말한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용병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보았다. 게다가 순자는 한 가지를 더 강조한다. 이순신이 자주 쓰는 표현인 “처음과 끝이 하나같도록 하라(終始如一, 종시여일)”이다.
▲ 생각은 반드시 일보다 우선하지만 공경하는 마음으로 이를 되풀이하고, 끝맺음을 신중하게 하기를 처음처럼 하고, 처음과 끝이 하나같도록 하는 것(愼終如始, 終始如一. 신종여시, 종시여일)을 일러 크게 길한 것(大吉)이라고 한다.
일심, 한마음은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비교하지 않는 마음이다. 그 길 위에 놓인 시련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는 당당함이다. 이런저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꼿꼿함이다. 변칙적인 타협을 하지 않는 올바름이다. 순자와 이순신이 말한 것처럼 시작과 끝이 한결같아야 한다. 몇 번을 누구에게 말해도, 스스로에게 항상 다짐해야 할 말이다. 시작과 끝이 다른 것이 우리들의 흔들리는 삶이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삶을 붙잡는 힘은 일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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