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98505&PAGE_CD=N0120 

"애물단지 4대강 보, 차라리 폭파하자"
[재반론] 매년 2조원 유지관리비 소요... 여름 지나면 거짓말 들통난다
12.02.17 16:20 ㅣ최종 업데이트 12.02.17 16:20  홍헌호 (balance12)

▲ 5일 오후 낙동강사업 20공구 합천 창녕보 바로 아래 둔치에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쌓은 돌이 무너져 있다. ⓒ 윤성효  

예상했던 대로 4대강 보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어렸을 때 농산촌에서 콘크리트 보를 보면, 홍수기 때 보 측면 농토에 심각한 세굴(洗掘, 강바닥 파임)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4대강 보에서는 홍수기도 아닌데 깊이 수십 미터의 초대형 세굴현상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관련기사 보기). 중형댐 크기인 4대강 보를 댐이 아닌 보로 설계를 했으니 탈이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재퇴적 문제도 심각하다. 시민환경연구소(소장 박창근)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준설량 대비 재퇴적량 비율이 적게 잡아도 25%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시민환경연구소의 추정치가 정확하다면 이것을 재준설하기 위해서는 매년 2조 원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되어야 한다.
 
이런 애물단지 보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올 여름 홍수기를 지나봐야 정확한 자료가 나오겠지만 연간 유지보수비가 지나치게 많이 소요된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보를 폭파하는 게 좋을 것이다. 설령 연간 유지보수비가 1000억~2000억 원에 그친다 하더라도 편익이 그에 못 미친다면 폭파하는 게 옳다.
 
필자의 이런 주장에 대해 22조 원이 아깝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매몰비용(sunk cost, 지출되었기 때문에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은 무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A씨가 실수로 부실기업 주식 1억 원 어치를 샀는데 현재 가치가 2000만 원이라 하자. 그리고 몇 달 후면 그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자. 바보가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그 주식을 매각하는 게 좋다. 그게 바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본전 생각하면서 매각을 미루면 그에게는 더 심각한 재앙이 닥친다. 경제학자들이 매몰비용에 연연하는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 세계인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매몰비용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이 구덩이에 빠져 있음을 깨달았을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삽질을 그만 멈추는 것이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보의 유지보수를 위한 비용이 편익보다 더 크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보를 폭파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필자는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6일 <오마이뉴스>에 <4대강사업 유지관리비, 매년 1조 물속에 수장된다>는 글을 쓴 바 있다. 
 
지자체 부담 유지관리비는 유지관리비가 아니다?
 
글이 나가자 바로 그날 국토해양부가 보도해명자료를 내놓았고, 며칠 뒤 4대강추진본부의 신태상 사무관이 <오마이뉴스>에 <4대강 유지관리비 실제로 얼마나 들까?>라는 반론문을 올렸다. 이 글은 이에 대한 재반론문이다.
 
필자는 6일 글에서 국토연구원과 국토해양부의 자료들을 검토해 본 결과, 이들이 주장하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신규시설 유지관리비가 2000억 원 정도 될 것이라 추정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금년도 '국가하천 유지관리' 예산은 1997억 원이며, 이중 4대강 유지관리비는 1368억 원이라고 반박했다.
 
▲ '생명의강연구단'은 지난 12일 오전 낙동강사업 창녕함안보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 직하류에서 세굴현상이 심해 붕괴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창녕함안보 ⓒ 윤성효

국토부의 주장은 사실일까. 유감스럽지만 사실이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 유지관리비와 관련하여 최근 민주통합당 강기정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2012년 예산(안) 편성을 위한 예산당국과 협의 과정에서 제방·다기능 보·저수로 등 하천의 기본기능 및 안전과 관련된 시설은, 국가가 유지·보수를 책임질 필요가 있어 1497억 원 전액 반영되었고, 친수시설 등 지자체가 관리할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하되, 지자체의 재정여건을 감안하여 500억 원만 반영되었음.
 
이 자료는 국토해양부 하천계획과에서 작성한 것인데, 국토부가 이런 자료를 작성하고도 국가하천 유지관리비가 1997억 원이라고 주장한다면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국가하천 유지관리비에는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것과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국토부는 후자는 국가하천 유지관리비가 아니라고 우긴다. 
 
국토해양부 하천계획과가 강기정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생태하천 유지관리비 중 390억5000만 원, 고수부지 유지관리비 중 34억7000만 원, 수목관리비 중 45억2000만 원, 자전거도로 유지관리비 중 29억6000만 원, 도합 500억 원의 국가하천 유지관리비를 지방정부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정부 부담 50%, 지자체 부담 50%). 그런데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국가하천 유지관리비가 아니라니.
 
국토해양부 하천계획과가 강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보면 중앙정부 부담 1997억 원, 지방비 부담 500억 원, 도합 2497억 원이 국가하천 유지관리비로 책정되어 있다.  
 
물론 이 자료를 보고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국가하천 유지관리비가 500억 원에 그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인용문에서 "친수시설 등 지자체가 관리할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하되, 지자체의 재정여건을 감안하여 500억 원만 반영"했다는 문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50대 50으로 부담하지 않는 수많은 여타 4대강 시설의 유지관리비는 지자체 몫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전거도로 보수비는 유지관리비이고 대수선비는 아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국토연구원과 국토해양부가 추정한 국가하천 유지관리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비교해보자. 국토연구원은 연간 235억 원의 안전진단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자료에는 안전진단비가 전혀 없다. 부실하다.
 
예초비(풀 깎는 비용)도 서로 다르다. 국토연구원은 2010년 산림청 지침에 따라 국가하천 제방 등에 대한 예초비가 438억 원이라 주장했다. 반면 국토부는 2009년 지침에 따라 184억 원이라 주장했다. 2010년 산림청 지침이 나와 있는데도 국토부는 왜 2009년 지침을 썼을까. 궁금한 대목이다.
 
대수선비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서로 다르다. 국토연구원은 2004년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하천의 유지관리방안'을 토대로 하여 연간 2075억 원의 대수선비가 소요될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대규모 홍수피해에 따르는 시설물 개축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인 대수선비는 유지관리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 '생명의강연구단'은 12일 오전 낙동강사업 창녕함안보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 직하류에서 세굴현상이 심해 붕괴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와 민주통합당 김진애 의원이 본포교 부근에서 도면을 보여주며 세굴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그러나 국토부 주장은 지나치게 억지스럽다. 국토부는 자전거도로가 망가지거나 하천에서 재퇴적이 일어날 경우 그것을 원상태로 돌리기 위한 비용은 유지관리비가 맞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시설물이 망가질 경우 그것을 원상태로 돌리기 위한 대수선비는 유지관리비가 아니라고 한다. 설득력이 전혀 없다.  
 
이번에는 4대강 재퇴적 비율에 대한 논란을 짚어보자. 시민환경연구소(소장 박창근)는 지난 1월 실제 현장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상주보 상류의 준설량 대비 재퇴적량 비율은 25.47%였고, 합천보 상류는 67.81%였다. 함안보의 경우는 직하류지역은 50%에 달했고, 함안보 하류를 벗어난 하도구간은 10%에서 23%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이 연구소는 4대강 사업 준설량 중 재퇴적량 비율이 적게 잡아도 25%에 이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재퇴적량에 대해서는 민간연구소들이 추가적인 실제 현장 조사를 하면 그 실체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별다른 실사조사도 하지 않고 준설량 대비 재퇴적량 비율이 3%쯤 될 것이라 우기고 있다. 국민들 앞에 떳떳한 태도가 아니다.  
 
서울시의 한강 준설량이 4대강 준설량의 기준이다?
 
국토부는 또 필자의 글에 대한 반박자료에서 서울시 사례를 들어 4대강 재퇴적량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 강변했다. 한강 서울구간의 경우, 준설량 7000만㎥의 0.2% 수준인 11만~13만㎥만 매년 준설하고 있으므로 4대강에서도 추가준설량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준설하는 물량을 토대로 4대강 추가준설량을 추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코미디다. 이 코미디의 실체를 파헤치려면 국토부가 발표한 전국 골재채취량 통계를 들여다보면 된다.
 
이 통계자료를 보면 전국적으로 하천 골재채취 허가량은 1992년과 2009년 사이 4752만m³에서 1552만m³로 줄어든 반면, 바다골재·산림골재·육상골재의 허가량은 5431만m³에서 7687만m³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또 신고로만 채취된 채취량도 0에서 3924만m³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이 통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하천골재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해석해야 할까. 그것보다는 전체 골재 채취량 중 비허가분이 0에서 3924만m³로 늘어나면서 하천골재 채취 허가량이 줄어들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하천골재 채취량 총량은 허가분과 비허가분을 모두 합쳐 약 3000만m³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강에서도 물론 민간업자들이 많은 양의 골재를 채취하고 있다. 그 결과 한강 하류에서 서울시가 특별히 예산을 들여 추가로 준설할 양이 11만~13만 m³에 그쳤던 것이다.
 
4대강에서도 민간업체들이 추가로 골재를 채취하고 준설해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닌가. 그러나 골재를 채취한다고 바로 매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채취 비용보다 수요지로의 운송비가 엄청나게 많이 들기 때문이다.
 
▲ '함안보피해대책위원회'와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경남본부'는 16일 경상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창녕함안보 세굴문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안전대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 윤성효

연도별 골재채취현황을 보면 하천골재가 1552만 m³(비허가분까지 합치면 3000만m³ 추정)인 반면, 바다골재는 2342만m³, 산림골재는 4804만m³로 나타난다. 왜 이렇게 하천골재 아닌 다른 골재 채취량이 많은 것일까? 하천에 골재가 넘쳐난다 하더라도 수요지까지 운반하는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재 수요자들이 하천골재보다는 인근 지역에서 채취되는 비하천 골재를 선호하는 것이다. 2007년 대운하 추진론자들이 "4대강 골재채취 수익이 8조 원에 이른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런 주장이 황당무계한 코미디극으로 끝난 것은 이들이 골재 운송비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드시 국회 차원의 '4대강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4대강 사업 추진세력에게나 반대세력에게나 2012년은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올 여름 홍수기가 지나고 여러 가지 실측 데이터들이 나오면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대부분 다 가려질 것이다. 그리고 가을쯤에는 반드시 국회 차원의 4대강 청문회를 열어서 국민을 속인 세력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3년간 필자는 4대강 사업 추진세력들의 거짓말 홍수 속에서 살았다. 그 중 하나만 소개하면 4대강 사업으로 연간 4조 원의 재해복구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처럼 주장한 이명박 대통령의 거짓말이다.
 
소방방재청이 내놓은 '재해연보'에 따르면 2000년대 10년간 연평균 재해복구비는 3조2580억 원(2010년 환산가격)이었다. 2000년대 전반기에, 1980년대 이후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태풍이 두 차례나 전국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 이후 4년간 재해복구비는 연평균 5555억 원(2010년 환산가격)에 불과했다.
 
추세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4대강 사업으로 연간 4조 원의 재해복구비가 절약될 것처럼 국민들을 속이는 것은 '명백한 사기(詐欺)'다.   
 
또 한국방재협회가 2008년 내놓은 '유역단위 홍수대책 추진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1999년과 2003년 사이 5년간 전체 하천관련 직접피해액 중 국가하천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작 3.6%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떻게 4대강 사업으로 연간 4조 원의 재해복구비를 절약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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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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