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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검찰, 박은정 검사 외부접촉 차단
조미덥·남지원 기자 zorro@kyunghyang.com  입력 : 2012-03-01 03:00:02

‘나경원 남편 기소 청탁’ 파문… 경찰 “박 검사 곧 조사”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박은정 검사(40)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현직 판사로부터 기소 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진 29일 법원과 검찰은 모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법원은 이날 청탁의 당사자인 나경원 전 의원(49)의 남편 김재호 판사(49)에게 기소를 청탁한 게 맞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법관이 수사기관에 기소를 청탁한 일은 아직까지 알려진 적이 없는 초유의 일이다. 지난해부터 영화 <도가니> <부러진 화살>의 영향으로 법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조심스러워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소 청탁이 사실이라면 법관윤리강령에 어긋나 징계를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로 문제가 된 전례가 없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서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처음 김 판사의 기소 청탁 의혹을 제기했을 때, 김 판사를 자체 조사해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수사로 청탁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법원 자체 조사가 ‘제 식구 감싸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박 검사를 조사한 사실이 더 이상 외부로 퍼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데 급급했다. 이날 오전 대검찰청 관계자는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에서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했다. 부천지청은 이날 내내 기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송인택 부천지청 차장검사는 “박 검사가 언론 접촉을 원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검에 확인하라”고 말했다. 박 검사의 사무실 관계자는 “박 검사가 출근은 했는데, 지금은 출타 중”이라는 응답이 반복됐다.

정점식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브리핑에서 “(박 검사를 조사했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국민적 관심사니 확인이 필요하다”고 누차 요청했지만, 정 차장검사는 같은 답을 되풀이했다. 반면 검찰이 주진우 기자를 구속할 방침을 세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에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청탁 사실을 밝힌 박 검사를 지지한다는 글이 이어졌다. 

부천지청 홈페이지는 이날 하루 종일 자유발언대에 박 검사를 지지하는 글을 남기려는 접속자들이 폭주하면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진정검사 박은정’이라는 카페가 개설돼 몇 시간 만에 가입자가 400명 이상 몰렸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나 전 의원 측이 선거를 앞두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주 기자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변창훈 부장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 중이다.

경찰은 2~3일 안에 박 검사를 조사할지 말지 결정할 예정이다. 기소 청탁이 있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인 만큼 서면으로라도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청탁이 사실로 확인되면 주 기자는 조사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판사가 기소하도록 청탁했다는 김모씨는 2005년 자위대 행사에 참석한 나 전 의원에 대해 친일파라고 하는 글을 올렸다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대법원에서 벌금 700만원형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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