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이후의 헌법] ① 윤석열 파면 이후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 없을 수도
이범준 2025년 03월 04일 18시 00분
 
윤석열이 주도해 일으킨 12‧3 내란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파괴했다. 이 때문에 탄핵 소추되어 파면되게 됐지만, 그와 추종 세력은 지금도 헌법을 부정하고 있다. 이들이 무너뜨리고 있는 헌정 질서는 쉽게 회복되기 힘들다. 헌법과 국가가 어떻게 부정되고 있는지를 연속 보도 <윤석열 이후의 헌법>에서 점검한다.
 
① 윤석열 파면 이후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 없을 수도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은 끝나지 않은 ‘장기 내란’
 
윤석열 대통령은 조만간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받는다. 헌법에 관해 어느 정도 지식만 있어도 예측할 수 있는 결론이다. 많은 사람이 탄핵 인용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끝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대통령직 파면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차기 대선 시점을 여름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헌법이 정한 선거를 미루는 등 선거를 조작하는 것은 장기 내란의 전형적 방법이다. 이와 관련 전두환‧노태우 내란도 장기 내란이었다. 1979년 12월 12일 하루에 끝난 게 아니다. 이들의 내란 종료 시점을 서울고등법원은 1987년이라고 했고, 대법원은 1981년이라고 했다. 내란 진행 중이던 1980년 10월 전두환은 헌법을 개정했고, 이를 기반으로 제11대 대통령에서 다시 제12대 대통령이 됐다. 이처럼 특정 집단이 권력을 획득하거나 유지하는 과정이 모두 내란을 구성한다.
 
최상목 권한대행, 차기 대통령선거 당분간 미룰 수도
 
대한민국헌법 제68조 제2항: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공직선거법 제35조 제1항: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하되, 선거일은 늦어도 선거일 전 50일까지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공고하여야 한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치르려면 최상목 권한대행이 대통령 선거를 공고해야 한다. 헌법 제68조 제2항과 공직선거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10일 안에 대선을 공고하고 60일 이내에 차기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최상목 권한대행이 대통령 선거를 즉각 공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대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수용할지 여야 간 합의가 없기에 대통령 선거를 곧바로 공고하기 힘들다. 여야 합의가 정해지면 그때 대통령 선거 일을 공고하겠다.' 이유는 그가 지금 보이는 헌법과 헌재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일에 부산 강서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되겠지만 다음 대통령선거가 언제 치러질지는 미지수이다. (출처:연합뉴스)
 
마은혁 임명 거부는 헌법 제111조 해석 개헌
 
최상목 권한대행은 12‧3 비상계엄 이후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정계선‧마은혁‧조한창 가운데 마은혁에게 임명장을 주지 않았다. 그는 “재판관 선출은 여야 간 정치적 협의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하는데 … 재판관 후보자 추천에 관한 여야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어서 마은혁에 대한 임명을 보류한 것일 뿐(2025헌라1)”이라고 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이뤄진 문서를 공개했지만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이러한 임명거부가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지만 시간을 끌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11조 제2항: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11조 제3항:
제2항의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
 
국회의장이 합의 문서를 공개했지만, 애초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선출하는 데 합의는 요건이 아니다. 헌법은 국회의 선출만 정하고 있다. 이에 헌법재판소가 개소한 1988년에는 국회가 4당 체제였는데 의석수 상위 세 당이 한 명씩 추천했다. 1994년에는 제1당 민주자유당 의석수가 제2당 민주당 두 배에 이르러, 민자당이 두 명, 민주당이 한 명을 추천했다. 이후 양당 체제에서 제1당과 제2당이 한 명씩, 두 당 합의로 한 명을 추천했다. 2018년에는 제3당인 바른미래당까지 세 당이 한 명씩 추천했다.
 
이번 국회 의석 분포는 1994년과 비슷해 더불어민주당이 두 명, 국민의힘이 한 명을 추천했다. 국민의힘은 최선을 선택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한 명을 추천하는 방식에 합의하지 않았을 때, 더불어민주당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3명을 다 선출하거나 비록 비교섭단체이지만 제3당인 조국혁신당이 한 명을 추천하는 방안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재판관 추천에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헌법적 근거가 없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헌법을 새로 쓰고 있다.
 
헌법 제111조 부정에 이은 제68조 부정 우려
 
이처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정한 헌법 제111조 제3항을 사실상 새로 쓰고 있다. 구체적으로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 부분을 “3인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선출하는 자”로 바꾸어 개헌한 셈이다. 이 때문에 최상목 권한대행이 차기 대통령 선거를 정한 헌법 제68조 제2항을 임의로 해석해 차기 대통령 선거를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이 궐위된 때 …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부분을 “(여야 합의로) 대통령이 궐위된 때 …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라고 마음대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이후 최상목 권한대행이 1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공고하고,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헌법이 아닌 정치 상황에 달려 있다. 게다가 그가 선거를 관리하는 60일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는 이번 내란의 피의자이며 국회의 내란 특검법을 거듭해서 거부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윤석열과 추종 세력이 벌이고 있는 장기 내란의 효과이기도 하다.
 
제작진
취재  이범준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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