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없는 대선, ‘이명박근혜’ 안 먹히는 이유
[뉴스분석] MB정권 계승자로 안 비치는 박근혜…민주당 미래를 말하라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입력 : 2012-12-01  15:55:43   노출 : 2012.12.01  18:47:57
이번 18대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바로 여당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측이 연일 이명박 정권을 공격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0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이명박 정부의 민생(정책)은 “실패”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여론은 좀처럼 현 정권과 박근혜 후보를 연결 짓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대변인실을 총동원해 연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후보를 ‘한 세트’로 엮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의 이명박 정부 비판 한 마디에 박근혜 정부는 ‘새 정권’ 취급을 받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의 ‘노무현 정부 심판’ 프레임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리고 그 근본배경은 대북관의 차이, 일종의 색깔론과 민생경제 실패론에 있다. 노무현 정권 5년이 심판 받아 이명박 정권 5년이 들어섰는데, 여전히 경제실패의 책임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가 있는 셈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응답자가 60%를 전후하지만, 정작 야권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것도 그 이유다. 대중은 박근혜 후보를 ‘이명박 정권의 계승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두 후보와 과거정권 사이에서 차이는 후보들이 정권에 참여했는지 여부다.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비서실장 등을 거쳤지만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권 내각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권당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대부분 침묵해왔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응답자는 100%에서 여당 지지율을 뺀 수치만큼 나온다”며 “선거판세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 사이의 교집합이 많은 것이 아니”라며 “집권 초반에 워낙 야당보다 정부에 대척점에 있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과거 프레임이 지속되면 민주당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제9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문재인 후보 측으로서는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오는 가운데, 현 정권 심판론으로 맞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는 처지다. 문재인 후보는 1일 춘천 연설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5년 동안 속은 것도 억울한데, 박근혜 새누리당에게 또 다시 속을 수 있겠는가?”라며 “부자감세 100조, 4대강 사업 22조를 하는 동안 박 후보가 모두 찬성했고, 4년 내내 예산안 날치기 통과에도 박 후보가 동조했으며, 이명박 정부가 과기부, 정통부, 해수부를 폐지할 때도 박 후보가 법안을 공동발의하고 표결에 찬성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는 이어 “민생에 실패한 책임이 박근혜 후보에게 있고, ‘이명박근혜’ 정책이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근본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1일 “박 후보가 올해 초 당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을 때만해도 ‘현 정권과 인위적 차별은 없다’며 이 대통령과 국정 동반자로 누구보다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 측 황대원 부대변인도 “박 후보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보증했다”며 “‘이명박근혜와 함께’, ‘이명박이 약속하고 박근혜가 보장하는 국민성공시대’를 국민 앞에 약속했다. 이명박 후보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박근혜가 책임진다는 계약을 국민 앞에서 보증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에 1일 “박근혜 캠프에서 MB정부를 도마뱀 꼬리로 여기는 모양”이라며 “거기에는 이렇게 받아치면 된다. ‘MB 정권은 어느 당 정권입니까?’, ‘새누리당 정권이요’, ‘박근혜가 집권하면 어느 당 정권입니까?’, ‘새누리당 정권이요’ 예,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미래를 말해야 하는 때’라는 것이 정치권 주변의 의견이다. 이택수 대표는 “일단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야권단일화 과정이 미완상태”라며 “야권단일화 프레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권 실정을 비판하니 맞대응 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건 프레임에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후보도 새정치 프레임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도 세비 30%인하를 통해 새정치에 대한 신호를 보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춘천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이 새 정치와 정치쇄신을 열망하고 있고, 의원들의 권한을 내려놓으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과 함께 한다는 취지에서 세비를 30% 삭감하는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민주당의 이번 결의로 문재인 후보가 국민에게 약속하고 안철수 후보와 다짐한 새정치 공동선언의 구체적인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고 안철수 지지층과의 공감대를 확대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해서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할 생각이고, 이 개정안의 대표발의는 제안자인 박지원 원내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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