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둑 사업 '뻥튀기'> ③무너진 코리안드림(끝)
(장수=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2013/04/18 11:05 송고

중국동포 2명 숨진 장남저수지 공사현장
중국동포 2명 숨진 장남저수지 공사현장
(장수=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지난달 24일 전북 장수군 장남저수지 물막이 공사장에서 건설자재가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하명진(54)씨 등 중국동포 2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사진은 하씨 등이 공사를 했던 장남저수지 둑 높이기 공사현장의 모습. 2013.4.18 <지방기사 참고> sollenso@yna.co.kr

장수, 장남저수지 공사장서 중국동포 등 2명 숨져
주말작업에 동원됐다 참변…'속도전'이 부른 人災

그는 꿈이 있었다. 중국에 있는 외아들(30)에게 집을 사주는 일이다. 좋은 아빠로 기억되고 싶었기에 그에게 그 꿈을 정말 간절했다. 하지만 한 중국동포의 꿈은 몽우리도 맺지 못한 채 산산조각이 났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주말 작업에 나섰다가 물에 빠져 주검으로 발견된 것. 지난달 24일 전북 장수군 장남저수지 물막이 공사장에서 건설자재가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동료 지모(60)씨와 함께 숨진 중국동포 하명진(54)씨의 이야기다. 

그는 아내 김일분(51)씨와 함께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2007년 3월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을 찾았다. 하씨는 중국 흑룡강성에서 20여년간 일어 교사로 일해왔지만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한국행을 택했다. 그에게는 돈을 모아야 할 이유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작년 10월에 결혼한 외아들에게 집을 사주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생 꿈이었던 보일러 설치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서울 독산동에 둥지를 튼 하씨는 전국 곳곳을 떠돌며 일용직으로 노동을 했지만 한국 생활은 생각했던 만큼 녹록지 않았다. 하씨는 파스를 몸에 달고 살았다. 허리가 안 좋아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았다.

중국동포 2명 숨진 장남저수지 공사현장
중국동포 2명 숨진 장남저수지 공사현장
(장수=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지난달 24일 전북 장수군 장남저수지 물막이 공사장에서 건설자재가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하명진(54)씨 등 중국동포 2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사진은 하씨 등이 공사를 했던 장남저수지 둑 높이기 공사현장의 모습. 2013.4.18 <지방기사 참고> sollenso@yna.co.kr

아들에게 집을 사주겠다는 일념으로 전국을 떠돌며 고된 생활을 이어갔다. 장남저수지 공사현장에는 사고 나흘 전에 왔다.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려는 시공사는 주말에도 작업 신청을 받았고, 하씨는 사고 당일에도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일을 자청했다가 변을 당했다. '빨리빨리 속도전'이 부른 참극이었다.

숨지기 닷새 전 하씨는 "조금만 있으면 할아버지가 되겠다"며 아내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장수로 떠났다. 아내가 본 하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김씨는 "남편은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 한다면서 새벽마다 공사현장에 나간 성실한 가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삶의 동반자였던 남편을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절망감에 김씨는 밤을 꼬박 지세우는 일이 잦아졌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TV를 멍하니 바라본 채 가슴을 쥐어뜯는 일이다. 김씨는 "남편이 죽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라며 "아직도 남편의 사고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최근 시공사로부터 받은 합의금으로 아들의 집을 사주기로 결심했다. 결국 하씨는 자신의 목숨과 그토록 소망하던 아들의 집을 맞바꾸게 됐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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