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 "4대강에, 농작물도 물고기도 노동자도 죽었다” - 미디어오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563

MB가 만든 ‘4대강의 눈물’ 닦아줄 수 있을까?
[현장] 민주당 4대강 진상조사위 출범식-피해증언대회
13.05.20 20:33 l 최종 업데이트 13.05.20 20:34 l 유성호(hoyah35) 유성애(find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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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사업 피해증언대회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 출범식 및 피해증언대회'에서 이정현 전북환경연합 처장이 농업용저수지둑 붕괴사고로 인한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제가 낙동강 주변에서 30년 넘게 농사를 지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칠곡보 건설 후 강 수위는 높고 농사짓는 곳은 낮다 보니, 감자도 그렇고 씨앗을 뿌리면 다 썩어버립니다. 수위 때문에 축사 바닥에 항상 습기가 차 있으니 송아지들도 병에 잘 걸려 많이 죽어요. 보 수위를 약 2m 만 낮춰줘도 주변 농민들이 살 수 있는데,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그것조차 안 해줍니다. 대통령이 잘 살자고 만들어놨으면, 적어도 농민들 피해는 없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단상에 선 전수보(64)씨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20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주당 진상조사위 출범식 및 4대강 피해증언대회'에서다. 경북 칠곡군에서 농사를 짓는 그는 "나 말고도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주변 지역 주민들은 다 같은 피해를 입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전씨의 구체적인 사연은 <오마이뉴스>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관련기사: 칠곡보 때문에 타는 농심... "이렇게는 농사 못 짓는다" ). 

민주당은 증언대회에 앞서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 출범식(이하 4대강 진상조사위)'을 열고, 국정조사 및 청문회 실시 등 4대강 사업을 전면적으로 재조사하기로 약속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민주당 4대강 진상조사위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피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민주당 진상조사위 위원들을 비롯한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절절한 농민들 사연... "4대강 피해 뻔히 예고됐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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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 출범식 및 피해증언대회'에서 팔당유기농지 유영훈 회장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발표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오고 있다. ⓒ 유성호

행사는 1부 민주당 진상조사위 출범식, 2부 4대강피해증언대회로 진행됐다. 2부 발언자로 나선 유영훈 팔당유기농지 회장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는 뻔히 예고됐던 일이고,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 동안 저희 농민들 가슴이 터질 듯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유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다가도 입이 타는 듯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는 "우리 농민들은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삶을 이어간다"며 "하지만 청문회를 통해 4대강에 찬성했던 사람들을 단죄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미래 아이들에게 피해를 안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고령군에서 온 박상수씨도 4대강 피해농민 중 한 명이다. 그는 "4대강 사업 때문에 고령군 '그린수박'은 제대로 자라지도 않고, 수박 잎이 다 말라버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데도 정부에서는 늘 '조사를 하고 있다'고만 얘기한다"며 "그렇게 되풀이한 게 벌써 2년여가 지났는데 4대강 사업을 시행한 국가가 농민들에게 피해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4대강 사업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 중 하나인) 영산강 권역은 민주당 지역구 임에도 4대강 공사가 그대로 진행됐다"며 "당시 민주당 당론은 4대강 사업 반대였지만, 전남도지사나 현 나주시장 등 일부의원들은 4대강 사업에 침묵하거나 오히려 찬성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진상조사위, "4대강 문제를 분명하게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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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진상조사위원회 출범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 출범식 및 피해증언대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으로 민주당 이미경, 이인영, 박수현, 임내현, 김기준, 홍종학, 이학영 의원이 참석했다. ⓒ 유성호

민주당 진상조사위는 출범식을 통해 '4대강 사업 피해 진상규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4대강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이명박 정권 내내 문제가 되었던 일"이라며 "앞으로 잘못된 정책이 정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지 않도록 4대강 문제를 분명하게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4대강 진상조사위는 이미경 위원장과 강기정, 이인영 의원 등 23명으로 구성됐다. 진상조사위는 비리담합과 부실공사, 생태·환경파괴 등 3개 조사소위로 나뉘며 앞으로 ▲당초 4개이던 보가 16개로 늘어난 과정과 사유 ▲건설업체 담합비리 사실여부 등을 규명할 예정이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4대강의 과거 잘못을 캐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주민들 피해는 지금부터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피해 보상과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시급한 현안 등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전국 각지에서 피해를 증언하기 위해 모인 오늘이야말로 4대강 반대 운동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에는 외국인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아프키라 모잠비크에서 온 답띠 바나가(Dipti Bhatnagar·33)와 네팔인 마니 샤마(Prakash Mani Sharma·45)는 광주에서 열리는 환경관련행사를 위해 한국에 왔다가 '4대강 피해증언대회'에 참석했다. 

답띠 바나가는 "모잠비크에서도 4대강과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한 뒤 "잼베지 강(Zambezi River)를 두고 정부는 주민(people)이 아닌 기업(company)을 위해서만 일하고 있다"며 "먼저는 4대강 진상 조사가 확실히 선행돼야 하며, 한국 정부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그들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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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사업 피해증언대회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 출범식 및 피해증언대회'에서 참석자들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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