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은 실패한 국책사업”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입력 : 2013-05-20 23:02:19ㅣ수정 : 2013-05-20 23:23:49

개통 1주년 토론회… “운항 화물선 하루 한 척도 보기 어렵다”

수도권 물류 혁신을 꿈꾸며 2조2500억원을 들여 건설된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에 화물을 싣고 다니는 배는 하루에 한 척도 보기 어렵다.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기중기는 녹슬어가고 부두는 텅 비었다. 화물들이 쌓여 있어야 할 야적장은 나대지로 방치돼 있다. 

수로로 한강과 서해를 연결한 18㎞의 경인아라뱃길이 25일로 개통 1주년을 맞는다. 경인운하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문병호·우원식·최원식 의원과 관련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인운하 개통 1주년 평가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인운하는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국책사업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많았다.

문병호 의원은 “참여정부는 경인운하를 폐기하는 대가로 한국수자원공사와 현대건설 등이 참여한 경인운하(주)에 2007년 36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재정사업으로 재추진했다”며 “이명박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부활시킨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5일로 개통 1년을 맞는 경인아라뱃길이 당초 예측한 것보다 저조한 물동량과 수질악화 등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문 의원은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경인운하는 저조한 물동량과 수질악화, 지역주민 불편 등으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인운하 수요예측재조사’를 발표했다. 수공은 “KDI가 경인운하의 B/C(비용편익분석)를 1.07로 분석, 경제성이 있다”며 2009년 착공했다. B/C는 1이 넘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1이하는 사업성이 없다고 평가한다.

개통 1년, KDI 분석은 엉터리로 판정났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예상수요의 7.3%, 일반화물은 수요예상치의 1.8%, 관광객은 예상수요의 28.7%에 각각 불과했다. 운하·물류기능은 없고 수질도 나빠져 관광·레저 시설로 이용하기도 어렵다. 

서울시는 경인운하를 수도권매립지로 쓰레기를 운송하는 이동로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경인운하에는 중국 칭다오·톈진을 주 1회 오가는 컨테이너선이 유일하다. 부정기선을 포함해 한 달 화물선 운항 횟수는 20∼30회로 하루에 화물선이 한 척도 안 다닐 때도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 1년 실적을 토대로 경인운하의 경제성 사후 분석 결과, 비용편익비율이 0.10으로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하다”며 “경인운하는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었거나 강행된 다수의 실패한 국책사업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중 동국대 교수는 “경인운하는 2003년 감사원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한 사업”이라며 “이런 터무니없는 국책사업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사업을 추진했던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은 “경인운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사업의 일환으로 포장돼 졸속으로 시작됐다”며 “청문회를 통해 문제점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수공 관계자는 “경인아라뱃길을 단기 실적으로 평가하긴 무리”라고 말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