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 개통1년
데스크승인 2013.05.28   지면보기| 13면 문병호 | webmaster@kyeongin.com  

▲ 문병호 국회의원(민주당) 

25일은 경인아라뱃길이 개통한 지 꼬박 1년이 되는 날이다. 작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개통식에서 서해뱃길을 잇는 물류의 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국민에게 말했다. 그러나 개통 1년을 맞이한 경인아라뱃길 성적표는 초라하다. 3년동안 2조2천500억원의 직접 공사비와 그밖의 부대비용까지 합쳐서 3조원의 국민 세금을 들인 아라뱃길에는 화물선이 한달 평균 고작 3척에서 5척 정도가 지나갈 뿐이다. 개통 초기라고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성적표에 국민들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국책연구기관 KDI가 개통 첫 해 컨테이너 화물 29만4천TEU를 처리할 것이라고 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올해 4월 21일 기준 2만1천600TEU(34만5천t)로 예측치의 7.3%에 불과한 성적표가 제출된 것이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경인아라뱃길이 물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상상력이 과했던 탓에 2004년 노무현 참여정부가 폐기한 경인운하 민자사업을 2008년 재정사업으로 이명박 정부가 서둘러 추진한 것도 4대강 사업에 비해 저렴한 공사 비용이라는 상식 이하의 잣대를 들이대 밀어붙여서 만든 '괴물'이 경인아라뱃길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경인아라뱃길의 자랑거리로 삼은 것은 자전거도로다.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로 자전거도로 홍보에 열을 내고 있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자전거 동호인들조차도 '3조짜리 명품 자전거길'이라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이다.

며칠 전 본 의원실 주관으로 '경인운하 개통 1주년 평가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아라뱃길 검토 당시 제기했던 문제점들이 대부분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수자원공사는 이를 감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라뱃길의 한계와 태생적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감추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아라뱃길은 이미 만들어졌고 다시 덮을 수도 없다. 그러나 아라뱃길 인근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심각하다. 이제 경인아라뱃길에 가장 인접한 계양구 주민들에게로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다가설 시기다. 경인아라뱃길사업으로 계양구 주민들의 생활권은 단절됐다. 교량을 경인아라뱃길을 지나다니는 큰 배를 기준으로 어마어마하게 크게 만들어, 롤러코스트를 타는 느낌으로 다리를 건너는 시민들과 학생들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출퇴근길이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로망도 아라뱃길 사업으로 엉망이 되면서 생활 편리성이 모두 파괴돼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계양주민들의 생활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물과 도로망을 개선하고 해소하는 데 한국수자원공사가 힘써야한다.

앞으로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반면교사로 삼아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감정평가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실수로 과대평가했을 경우 책임져야하는 것처럼, 엉터리 경제성 분석과 이를 근거로 국책사업을 무분별하게 밀어붙이는 관계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만드는 일이 경인아라뱃길과 같은 '괴물'이 우리 사회에 더이상 양산되지 않도록 막는 국회의원의 책무가 아닌가 싶다.

/문병호 국회의원(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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