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궐한 녹조라떼... 칠곡보가 위험합니다
[현장] 녹조와 '부실 수문'에 농지 침수 피해까지... "대책 시급"
13.08.01 14:40 l 최종 업데이트 13.08.01 14:40 l 정수근(grreview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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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곡보 상류에 핀 녹조. 낙동강 녹조는 빠르게 북상하면서 현재 구미보까지 녹조가 강하게 피어올랐다 ⓒ 정수근

지난 6월 초에 처음 발견된 낙동강 녹조는 더욱 커졌다. 7월 30일 낙동강 함안보에서 올 들어 첫 조류경보제 경보가 발동됐다. 그 상류로 합천창녕보, 달성보, 강정고령보, 칠곡보, 구미보 또한 경보 수준의 조류가 창궐한 상황이다. 

'녹조라떼' 펑펑 새는 칠곡보

이른바 '녹조라떼' 현상으로 낙동강은 거대한 녹조 배양소이자, '녹조라떼' 공급처가 됐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이런 일이 도대체 왜 낙동강에서 일어나는 것일가? 낙동강이 8개의 거대한 보로 막혔기 때문이란 게 환경단체와 하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렇다면 강물을 막은, 무게가 600톤 이상이 나간다는 저 거대한 보의 수문에는 문제가 없을까? 보의 안전을 고려하면 그렇게 무겁고 큰 수문을 달 이유가 없다는 게 토목학자들의 중론이다. 즉 대운하를 염두해두었기에 저런 거대한 수문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7월 말 녹조 탐조 차 찾은 낙동강 칠곡보의 거대한 수문 세 개는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런데 그 수문 중 두 개에서 물이 펑펑 새고 있었다. 수문 오른쪽 옆구리 사이로 강물이 마치 폭포수마냥 펑펑 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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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게 닫힌 칠곡보 수문에서 마치 폭포수마냥 강한 물줄기가 새어나오고 있다 ⓒ 정수근

이른바 '부실 수문'의 현장을 목격한 셈이다. 지난 1월 감사원은 "구미보 등 12개 보는 수문 개폐 시 발생하는 유속으로 인한 충격 영향 등이 설계에 반영되지 않아 수문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칠곡보 등 3개 보는 상·하류 수위차로 인한 하중조건을 잘못 적용·설계해 수압을 견디지 못할 경우 수문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발표' 그대로 부실 수문이 현실이 됐다. 

물이 펑펑 새어나오는 문제의 수문에서는 큰 굉음도 들린다. 육중한 수문에서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이 들 정도다. 칠곡보 관리사무소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이유를 알 수 없다."

▲ 물 새는 칠곡보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만들어진 칠곡보 수문에서 물이 줄줄 샌다. ⓒ 정수근

물이 펑펑 새는 수문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굉음. 재앙으로 치닫는 4대강의 무서운 전주곡으로 들린다.

칠곡보 담수로 인한 신종 홍수피해

이런 상황에서 큰비가 낙동강 유역에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수압이 커져 보 수문에 더 심각한 문제를 발생할 수 있다. 설상가상 수문의 이상 작동으로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면? 그 후의 재앙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선 칠곡보 상류 쪽 양안 제방이 터지는 대홍수를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 않더라도 제방 안쪽 농가와 들판에 불어난 빗물이 칠곡보로 막힌 높은 강 수위 탓에 강으로 배수되지 않아 물난리를 겪을 수 있다. 바로 이런 홍수피해를 지난해 태풍 산바 때 경북 칠곡군 약목면 관호리, 무림리, 덕산리 주민들이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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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태풍 산바 당시 칠곡보로 막힌 낙동강으로 자연배수가 원할치 않아 침수피해를 입은 칠곡군 약목면 무림리 일대의 모습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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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수위 상승으로 올봄 파종한 씨감자가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했다. 이곳 농님들이 농사피해가 극심하다. ⓒ 정수근

홍수피해가 아니더라도 이곳 주민들은 칠곡보 담수에 따른 농경지 지하수위 상승으로 상시적인 침수피해를 겪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홍수피해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달라고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아직까지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재앙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  

이에 대해 덕산리에 산 지 30년이 넘었다는 농민 전수보씨는 "이곳은 경지정리가 비교적 잘 돼 있고, 낙동강이 가까워 물 대기도 쉬어 채소농사도 잘 돼 당시 다른 곳보다 비싼 값으로 땅을 샀다"며 "하지만 이제 4대강 사업 탓에 물난리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주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이렇게 농민들을 못살게 해도 되는가"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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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건초를 저정하는 들판의 저 공간에 칠곡보 담수 후 저렇게 지하수가 올라와 있다. 강 수위가 올라가지 제방 이쪽 농지의 지하수위도 연동해서 상승 대지의 바로 밑까지 지하수가 올라와 있는 것이다. ⓒ 정수근

침식현상으로 낙동강 제방이 위험하다

칠곡보 하류 강 좌안 둔치는 심각한 침식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마른 장마'로 이례적으로 적은 양의 장맛비에도 좌안 둔치가 심각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무너진 둔치를 복구하려 중장비를 동원한 상태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반복될 게 뻔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예산낭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계속 반복되는 것일까. 보 담수로 과거에 비해 강 수위가 높아졌고, 결국 이전과 달리 둔치와 제방이 늘 강물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물을 충분히 머금은 모래제방과 둔치가 장마나 태풍 때 무너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토목학자들의 의견이다.

보를 상시적으로 열거나 해체하지 않는 이상 제방 붕괴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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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곡보 좌안 둔치의 침식작용이 심하게 일어났다. 비교적 적은 양의 비만 뿌리고 있는 낙동강에서 큰비가 내리면 저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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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달성군 구지면과 경남 창녕군 이방면의 경계에 선 낙동강 제방에서 강물이 새나오고 있다. 응급복구 작업이 늦었다면 제방이 붕괴 되었을 것이란 것이다. ⓒ 정수근

실제로 작년 태풍 산바 때 경북 고령과 창녕 경계지점의 낙동강 제방이 터질 뻔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해당 지자체에서 수십 톤의 모래 투입 등 빠른 조처가 없었다면 큰 재앙을 겪을 뻔했다. 

그때의 일에 대해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낙동강 제방은 모래 제방으로 축조 당시는 그라우팅(축대나 건축물의 갈라진 틈에 묽게 갠 시멘트나 모르타르 따위를 밀어 넣어서 메우는 일) 같은 차수벽을 따로 설치하지 않았기에 제방의 약한 틈을 타고 강물이 새어들어와 제방이 붕괴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4대강 복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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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곡보 보수공사. 아직까지 보 아래 바닥 보수공사 중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보수공사 도대체 왜 해야 하는가? ⓒ 정수근

이는 칠곡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4대강 사업이 이뤄진 여러 현장의 전반적인 문제다.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대구환경운동연합 백재호 운영위원은 "4대강을 빠른 시일 안에 원래의 흐르는 강으로 복원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고 지금처럼 놔두면 4대강 재앙은 해마다 되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보의 수문을 상시적으로 열어 강물을 흐르게 하고, 더 근본적으로는 보를 해체하는 것이야말로 재앙을 줄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덧붙이는 글 | - 대구지역 인터넷매채 <평화뉴스>에도 실었습니다. 
-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지난 5년간 4대강 현장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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