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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낙동호’ 된 낙동강 중·상류, ‘죽음의 구간’으로 전락
4대강사업 2년 현장검증, “보 하류는 역행침식, 보 상류는 녹조로 뒤덮여”
김백겸 기자 kbg@vop.co.kr 입력 2013-08-08 01:48:45 l 수정 2013-08-08 09:00:01기자 SNS http://www.facebook.com/newsvop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강정고령보 상류 쪽에서 선명한 녹색을 띄는 녹조가 발견됐다.ⓒ민중의소리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정비사업으로 8개의 대형보가 설치된 후 2년이 지난 낙동강은 지금 녹조와 역행침식, 침수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4대강조사위원회, 대한하천학회, 시민환경연구소 등이 참여한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은 6일부터 9일까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기 위해 낙동강, 영산강, 한강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4대강검증단은의 현장조사 이틀째인 7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의 달성보를 시작으로 상류로 올라가며 강정고령보, 칠곡보, 구미보 등 낙동강의 중‧상류 지역을 둘러봤다.

이들은 4대강 사업 중 가장 긴 구간인 낙동강을 둘러보면서 “흐르는 낙동강을 8개의 보로 가둬 놓고 거대한 ‘낙동호’를 만들어 놨다”고 탄식했다.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강정고령보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상류에서 녹조가 발견됐다. 뒤로 원래 이곳에서 자생하던 버드나무가 물에 잠겨 고사한 것이 보인다.ⓒ민중의소리

“낙동강의 수중 생태계는 지금 아우슈비츠 가스실”

4대강검증단에 참여한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녹조로 인해 낙동강의 수중 생태계는 지금 아우슈비츠 가스실이나 다름없다”며 “현재 낙동강 중‧상류는 죽음의 구간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경북 고령군 다산면 지역의 옛 지명인 강정과 현재 지자체명을 섞어 이름을 지은 강정고령보의 상류에는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녹조가 형성돼있었다.

점심 시간 무렵 검증단이 처음 도착했을 때는 전날 내린 50mm의 소나기 탓인지 녹조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검증단은 관리소 측이 이날 오전 물을 뿌려 녹조를 흩어놓으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간 좀 흐르자 선명한 녹색을 띤 녹조 덩어리가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녹조가 보이자 강정고령보 관리소 측은 물을 뿌리기 시작했지만, 한번 생겨 강변에 엉킨 녹조 덩어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김종원 교수에 따르면, 낙동강 중‧상류에 생긴 녹조는 어패류의 호흡을 방해하고, 녹조가 부식하면서 수중에 녹아있는 산소를 줄어들게 만들며, 햇빛을 차단한다. 김 교수가 “지금 수중에 있는 어패류에게 낙동강 중‧상류는 어둡고 숨 막히는 가스실이나 다름없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수변 생태계도 엉망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대형보 주변마다 생태공원을 만들었지만 불모지에서 자라는 개망초, 겹달맞이꽃, 기생초 등 외래종만 가득했다. 또한 수변 식물이 아닌 은행나무를 심어 말라 죽도록 방치하기도 해 보여주기 식 사업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김 교수는 “4대강이 만들어 놓은 생태공원은 수변 생태 개념이 전혀 없다”며 “생태공원이 아니라 ‘생떼 공원’”이라고 비꼬았다.

또 원래 이곳에 자생하던 버드나무까지 말라죽어 있었다. 강정고령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류 지점에서는 300m 달하는 버드나무 군락지가 물에 잠겨, 말라 비틀어진 가지를 물 밖으로 내놓은 채 초토화한 모습을 보였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녹조가 발견됐다.

물 새는 칠곡보
물 새는 칠곡보
칠곡보 수문 중 하나에서 강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민중의소리

“4대강 공사 완료됐다지만, 유실과 침하로 곳곳 공사 중”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4대강 공사가 완공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침하와 유실로 인한 보수공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4대강 공사로 인한 보수공사까지 합하면 들어간 비용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성보, 칠곡보, 구미보 곳곳에서 강변이 빠른 유속에 의해 깎여 나가는 측방 침식을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곳곳에도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또한 보의 안전 문제와 관련해 박 교수는 낙동강에 지어진 대형보가 처음부터 잘못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칠곡보, 구미보 등이 강물의 유압을 잘못 계산해 언제 문제가 생길지 모르고 지금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칠곡보의 닫힌 두 개의 수문 중 한 곳은 끊임없이 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에 대해 검증단이 질문하자 관리소 관계자는 고무패킹이 손상된 단순한 문제라고 답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그것을 비롯해 심각한 원인일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수문의 물이 새는 원인에 대해 첫째, 수문이 강의 수압에 뒤틀렸거나 둘째, 보바닥이 부등침하(바닥의 한쪽이 내려앉아 높이가 다르게 되는 것)가 일어났거나 셋째, 고무패킹이 손상됐을 수 있다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 중 박 교수는 강의 유압을 잘못 계산해서 설계했다면 첫째와 둘째의 가능성이 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수문 작동에 이상이 생기는 등 다른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낙동강과 이어진 지천에서는 역행침식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구미보 하류 지점에 있는 지천인 감천은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심이 깊어져 수량이 많아지자 모랫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울러 낙동강과 낙차로 인해 유속도 빨라져 강바닥과 강변의 유실이 눈에 보일 정도로 심각하게 진행돼 강바닥의 유실을 막는 하방보호공 공사가 한창이었다.

“보 때문에 땅을 조금만 파도 물 나온다...농사도 못 지을 상황”

칠곡보가 생긴 이 후 조금 파도 물이 나와
칠곡보가 생긴 이 후 조금 파도 물이 나와
칠곡보 인근 칠곡군 양목면에 사는 백민기 씨가 사료를 저장하기 위해 파놓은 웅덩이에 칠곡보가 생긴 후 계속 물이 고여있다고 설명하고 있다.ⓒ민중의소리

4대강은 주변 주민의 삶도 망가뜨렸다. 

칠곡보 주변의 농지는 칠곡보로 인해 수위가 높아지면서 지하수 수위도 함께 높아졌다. 이곳 주민들은 “이제 40cm만 파도 물이 콸콸 나온다”면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칠곡보 인근의 칠곡군 양목면은 해발 25.5m 정도로 지대가 낮은 편이다. 그런데 칠곡보가 낙동강을 막으면서 평균수위가 양목면의 지대와 비슷한 25m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로 인해 양목면 지하수의 수위도 덩달아 올라 주민들이 농사를 짓는 밭에는 습기가 가득했다.

칠곡군 양목면 덕산리에 살고 있는 전수보(64)씨는 “칠곡보가 생기기 전에는 마을의 지하수가 자연배수가 됐는데 이제는 전기를 사용해 펌프로 365일 내보내고 있다”며 “멀쩡하게 흐르던 물을 이제는 국민 혈세를 들여가며 빼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전 씨에 따르면 이곳 양목면은 지하수가 뿜어져 나오기도 해 마을 주민들은 낙동강 수위와 지하수의 수위가 같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칠곡보를 짓기 전 수자원공사는 주민들에게 지하수가 6m 정도 아래에 있어 괜찮다며 안심시켰다고 전 씨는 전했다.

칠곡군 양목면 관호리의 백민기(74)씨의 밭에는 사료를 모으기 위해 파놓은 구덩이에는 칠곡보가 생기고난 후 항상 물이 차게 됐다. 백씨는 결국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자 자비를 들여 흙을 더 덮어 밭이 있는 지대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백 씨는 “예전에는 가뭄 때는 (지하수 깊이가) 6m, 물이 많을 때는 5m 정도였는데 지금은 40cm정도만 파도 물이 나온다”며 “농민을 우롱해도 이렇게 우롱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런 데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어 주민들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고 말했다.

“유일한 대책은 물을 흐르게 하는 것”

검증을 진행하면서 김 교수는 “흐르던 강을 막아 놨으니 다시 흐르도록 해야한다”며 “지금 낙동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형보의 수문을 개방하고 장기적으로는 생태를 복원하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에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낙동강의 생태 복원을 약속한 박근혜 정부는 책임을 지고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와 같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미보에는 강이 스스로 제 모습을 찾아가려는 움직임도 발견됐다. 원래의 강변 지반보다 자갈과 흙을 쌓아 더 높게 조성한 강변은 낙동강에 의해 침식돼 예전의 모래사장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숙사 사무처장은 “인간이 낙동강에 뭔가를 바꿔놓으면 자연이 다시 되돌려 놓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흐르는 강은 제 힘으로 결국 제 모습을 되찾겠지만 그것을 앞당기기 위해서 노력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검증에는 김종원 교수와 박창근 교수가 전문가로 참여했으며, 민주당 이미경·박수현 의원도 함께 했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과 대구환경운동연합 김성팔 의장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도 낙동강 구간을 함께 검증했다. 

검증단은 다음날에는 영천강, 영주댐을 둘러보고 마지막 날인 9일에는 한강 구간에서 역행침식으로 인한 교량피해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버드나무 고사에 대해 설명하는 김종원 교수
버드나무 고사에 대해 설명하는 김종원 교수
계명대 김종원 교수가 낙동강변에 자생하던 버드나무 군락지가 수몰돼 고사당한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칠곡보 수문 물샘에 대해 설명하는 박창근 교수
칠곡보 수문 물샘에 대해 설명하는 박창근 교수
관동대 박창근 교수가 칠곡보 수문 옆으로 강물이 새는 현상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생태공원에 자란 외래종
생태공원에 자란 외래종
계명대 김종원 교수가 달성보 인근 생태공원에 자란 외래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녹조물 뜨는 4대강국민검증단
녹조물 뜨는 4대강국민검증단
강정고령보 상류 지역에서 4대강국민검증단 참가자가 녹조가 발생한 낙동강물을 채취하고 있다.ⓒ민중의소리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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