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kids.hankooki.com/lpage/study/200504/kd2005042115002445730.htm
[민족의 혼, 고구려 여행] 약수리 고분
<8> 세계 문화 유산 고구려 유적
많아진 중장기병, 강해진 국력 알려 줘
김용만 (우리 역사문화연구소장) 입력시간 : 2005-04-21 15:02
평안남도 남포시 강서 구역의 약수리 고분은 5세기 초에 만들어진 무덤으로, 널방과 앞방 두 개의 방에 여러 벽화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 시신을 넣어 둔 널방의 북벽에는 묘 주인 부부가 그려져 있습니다.
또 서쪽 벽에는 여러 부하가 주인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네 벽에는 현무ㆍ청룡ㆍ주작ㆍ백호 등 사신도가 그려졌고요. 이 무덤에서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앞방 북벽에 그려진 성의 모습입니다.
고구려 성·행렬 모습 담아
약수리 고분 중장기병(위)와 사냥도.
벽화에 표현된 성의 네 방 중앙엔 높은 성문이 있고, 네 모서리에는 망루라 불리는 높은 건물이 있습니다. 또 성 안에는 두 개의 건물이 그려졌습니다. 이 성은 무덤 주인공이 성주로 있었던 곳 같습니다.
평안남도 순천군에 있는 요동성총에도 이와 비슷한 성이 그려져 있습니다. 삼실총ㆍ용강대총 등에도 성벽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성에 대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약수리 고분에는 앞방 북벽의 성 그림 서쪽에서부터 앞방 서벽과 남벽의 일부까지 연결되는 공간에 그려진 행렬도에는 무려 80여 명이 나옵니다.먼저 행렬 가운데에는 무덤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타고 있습니다.
여주인공이 탄 수레는 좌우가 막혀 있어 얼굴은 잘 볼 수 없지만, 그 둘레에 여자 시종들이 따라옵니다. 또 수레를 중심으로 앞에는 재주를 부리며 흥을 돋우는 재주꾼, 북을 치는 악사가 있고, 좌우에 말을 탄 창병 등 다양한 군사들을 길을 인도합니다.
광개토 대왕의 부하 장군 무덤
약수리 고분의 행렬도와 규모가 비슷한 것은 앞서 말한 덕흥리 고분의 행렬도입니다. 덕흥리 고분의 주인공이 유주자사를 지낸 사람이므로, 약수리 고분의 주인공도 비슷한 신분, 즉 고구려의 지방 장관이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므로 약수리 고분 앞방 북벽에 그려진 이 성도 지방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큰 규모의 성일 터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무덤 주인공에게는 성주로 임명되어 가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겠지요.
이 성 앞방 동쪽 벽의 벽화는 수십 명이 호랑이ㆍ사슴 따위를 사냥하는 그림입니다. 특이한 것은 말을 타고 활을 쏘는 사람이 20 명에 가깝고, 산에 숨어서 동물을 몰아 주는 몰이꾼이 많은 점입니다. 게다가 나팔을 불며 따라오는 악단도 있답니다. 이 정도의 사냥은 큰 규모의 군사 훈련과 마찬가지입니다.
약수리 고분 행렬도. 안악 3호분보다 규모가 작지만 중장기병은 더 많다.
이 약수리 벽화에서 또 주목할 것은 행렬도에 그려진 중장기병입니다.
행렬 뒷부분에는 모두 갑옷을 입은 중장기병 12 명이 저마다 긴 창을 들고 나란히 달려옵니다. 여기에 칼을 든 지휘관과 깃발을 든 기병이 이들과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약수리 고분 행렬도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동원된 안악 3호분의 행렬도에는 8 명의 중장기병만이 보입니다. 즉 약수리 고분에는 행렬도의 사람은 적지만, 중장기병의 숫자가 더 많고 이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덕흥리 고분에도 역시 12 명의 중장기병이 보입니다.
357년에 만들어진 안악 3호분에 비해 약수리 고분과 덕흥리 고분은 50 년쯤 뒤에 만들어졌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 고구려 군대에서 중장기병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던 것이지요. 바로 이 때가 광개토 대왕의 시기랍니다.
약수리 고분의 주인공은 덕흥리 고분의 주인공과 함께 광개토 대왕의 부하 장군이었던 것입니다. 고분 벽화는 광개토 대왕 시기에 중장기병의 비중이 높아졌고, 그것이 곧 고구려가 강해진 원인의 하나임을 알려줍니다. 이처럼 고분 벽화는 글로 알려주지 못하는 역사를 우리에게 들려 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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