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kids.hankooki.com/lpage/study/200503/kd2005033115164845730.htm
[민족의 혼, 고구려 여행] 덕흥리 고분 벽화
<5> 남녀가 평등했음을 알려 주는 그림
김용만 (우리역사문화연구소장) 입력시간 : 2005-03-31 15:18
널방 북벽 서쪽 벽화는 남자 주인공의 그림
덕흥리 널방 북벽 서쪽(왼쪽)과 동쪽. 서쪽에는 남자 주인공이 그려져 있지만, 동쪽은 텅 비어 있다. 이는 아내가 죽은 뒤 그림이 그려질 공간이다.
덕흥리 고분에는 광개토대왕 때 살았던 고구려 귀족의 생활 모습을 보여 주는 벽화가 가득합니다.
시신을 넣어 두는 널방과 이음길, 그리고 앞방에 그려진 벽화들을 보면 얼마나 정성껏 무덤을 꾸미려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널방 북벽 서쪽에는 이 무덤의 남자 주인공이 평상 위에 앉았고, 그 옆에서 시종들이 부채를 부치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건물 바깥에서는 주인공의 나들이에 대비해 말을 대령해 놓았습니다.
이와는 달리 널방 북벽 동쪽 장방 안에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건물 바깥엔 어린이 둘이 소가 끄는 수레를 세워 둔 채 기다리고, 위 아래로 여자 시종 6 명과 남자 시종 2 명이 있습니다. 수레 옆에는 키 큰 여자가 서 있습니다. 이 수레는 무덤의 여주인공(주인공의 부인)이 탈 것입니다.
덕흥리 고분 널방에는 주로 무덤 주인공의 집 안 풍경을 그렸고, 앞방에는 바깥으로 행차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장면을 그려 놓았습니다.
그런데 앞방과 널방을 이어 주는 이음길에는 서벽과 동벽에 서로 대비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답니다. 이음길 서벽에는 말을 탄 부하들이 앞장을 서고, 개방형의 수레를 탄 남자 주인공이 부하들과 행차하는 그림이 보입니다.
이음길 동벽에는 소가 끄는 수레가 보이는데, 좌우가 막혀 있습니다. 또 수레 주변에도 여자 시종들이 천천히 걸어가고, 소 옆에는 어린 소년이 있습니다. 수레 뒤쪽에는 말을 탄 두 무사가 쫓아가며 행차을 지켜줍니다. 그렇다면 수레에 탄 사람은 당연히 여자겠지요.
동쪽 벽화 빈공간은 주인공 부인의 그림 들어갈 자리
장천 1호분의 부부 연화화생도.
앞방 동쪽 벽에 그려진 행렬도에도 남자가 탄 수레 뒤쪽에 그의 부인이 탄 수레가 따라가고 있답니다. 이는 널방인 집 안에서, 앞방인 실외로 나가는 모습을 이음길에 그려 넣은 셈입니다.
이제 벽화가 덜 그려진 널방 북벽의 남자 주인공 옆 자리에 무엇이 그려져야 하는지 잘 알겠지요? 바로 주인공의 부인 모습을 그릴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이 무덤의 주인공인 진은 77 세에 죽었습니다. 물론 진이 죽었을 당시에 그의 부인은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에, 무덤에 함께 묻히지 않았을 터입니다. 죽지 않은 사람의 초상화를 무덤 안에 그려 넣지 않은 것이고요.
그런데 무덤 널방에는 관을 놓을 관대가 크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두 사람의 시신을 넣기에 넉넉한 정도입니다. 덕흥리 무덤은 이처럼 처음부터 부부가 함께 묻힐 수 있도록 설계됐고, 벽화 역시 두 사람을 위해 그려졌습니다.
무슨 까닭에선지 알 수 없지만, 부인이 죽은 뒤에도 그녀를 위한 그림을 다시 더 그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미완성이 된 셈인데, 오히려 그 때문에 우리는 더 확실히 고구려 사람들이 어떻게 무덤을 만들려 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장천 1호분 벽화에는 ‘연화화생도’라 불리는 그림이 있습니다.
이처럼 고구려 사람들은 죽은 후에도 부부의 인연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는 소망을 그림에 담아 놓았습니다. 남성 중심의 조선 시대와 달리 고구려 시대는 남녀가 평등한 가운데 서로 존중했고,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살았음을 벽화를 통해 잘 알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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