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4대강 사업은 결국 영남문화권까지 위협할 것”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 “정치와 상관없이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김백겸 기자 kbg@vop.co.kr 입력 2013-08-13 09:00:40 l 수정 2013-08-13 09:28:08 기자 SNS http://www.facebook.com/newsvop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강정고령보 상류 쪽에서 선명한 녹색을 띄는 녹조가 발견됐다.ⓒ민중의소리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녹조현상이 심각해진 낙동강은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한 모습이다.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을 살펴본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4대강 사업은 생태계뿐 아니라 낙동강을 중심에 두고 있는 영남문화권에게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6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4대강국민검증단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생긴 문제점들을 파악하기 위해 낙동강, 영천댐, 한강을 직접 둘러봤다. 4대강검증단 둘째날인 7일에는 대구 달성군 논공읍의 달성보부터 상류 쪽으로 강정고령보, 칠곡보, 구미보 등 낙동강의 중‧상류 지역을 둘러봤다.
이날 동행한 김 교수는 생태학자로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낙동강의 변화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면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낙동강의 수중뿐 아니라 수변 생태도 망가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4대강 사업은 손톱만큼도 생태계에 도움이 안 된다”
김 교수는 먼저 현재 낙동강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녹조로 인해 현재 낙동강의 수중 생태계는 “아우슈비츠 가스실을 연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수면에 띠를 이루고 있는 녹조는 빛을 차단해 수중의 산소 결핍 현상을 만든다. 수면에 층을 이루고 있는 녹조가 강 속에 용존(녹아서 존재)할 수 있는 공기를 제한하게 되는 것이다. 또 어패류의 아가미에 작은 크기의 녹조가 달라붙어 호흡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낙동강의 수중은 어둡고 숨 막히는 상태로 말 그대로 “가스실”과 다름없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녹조가 수중뿐 아니라 수변 생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독성이 있는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물을 육상생물이 흡수했을 때, 농도 높은 녹조가 인간에게 위험한 만큼 육상생물에도 위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또 4대강 사업은 대형보 주변으로 생태공원을 조성했지만 김 교수는 이 생태공원이 아무 생태적 역할을 하지 못해 원래 수변이 가진 수질 정화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실제로 본 생태공원은 생태적이지 않으며 수질정화에 손톱만큼도 도움을 주는 구석이 없었다”며 “현재 생태공원에는 외래 생물과 조경 식물만 있어 많은 비료와 이질적인 토양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4대강 주변의 생태공원은 생태의 개념이 없는 ‘생떼공원’”이라고 비꼬았다.
생태공원에 자란 외래종
계명대 김종원 교수가 달성보 인근 생태공원에 자란 외래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민중의소리
“4대강 사업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영남문화권 위협할 것”
김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변한 낙동강이 영남의 생태계와 문화권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6,500만년 전, 낙동강이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돼 그 속에서 영남인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한가운데 흐르는 거대한 낙동강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깊어지면서 우리나라 생태계는 절단이 났다”며 “깊어진 낙동강으로 인해 야생동물 서식처가 나뉘면서 생물 다양성에 결정적인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이 때문에 유사 이래 이뤄지지 않았던 생물 다양성의 초토화가 발생하리라 본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그 증거로 낙동강 주변의 로드킬(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 사망하는 것)이 증가하고 있다”며 “서식처가 단절돼 밀도가 높아지고 그로 인해 로드킬과 근친교배가 늘고, 인근 지역의 농부‧주민들과 야생동물의 충돌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에 의한 낙동강의 변화는 녹조를 포함해 직‧간접적으로 국가 전체 생태계에 위협적인 요소”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더 나아가 영남문화권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국 수나라의 양제는 황하와 장강을 잇는 대운하 공사를 하다 백성들의 원성을 사서 결국 멸망했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도 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멸망하고 말았다”며 “4대강 사업은 결국 영남문화권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탄했다.
“4대강 사업 때문에 낙동강이 ‘죽음의 구간’이 됐다”
김 교수는 이처럼 녹조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낙동강을 보고 “낙동강이 죽음의 구간(Dead Zone)이 됐다”고 탄식했다.
‘죽음의 구간’이란 수중에 생활하수나 산업폐수, 가축 배설물, 비료 등으로 인해 유기물질이 유입돼 질소와 인이 많아질 때 발생하는 부영양화 현상으로 생긴다. 영양물질 증가로 녹조류의 성장과 번식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데 녹조류가 번식했다가 죽는 과정에서 수중의 산소를 고갈시키는 ‘죽음의 구간’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죽음의 구간’은 일반적으로 영양물질이 최종적으로 모이게 되는 지점인 강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언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죽음의 구간’이 흐르고 있는 낙동강의 중‧상류에서도 발생된 원인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대형보에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한다.
버드나무 고사에 대해 설명하는 김종원 교수
계명대 김종원 교수가 낙동강변에 자생하던 버드나무 군락지가 수몰돼 고사당한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하구언에서 발견되는 ‘죽음의 구간’이 4대강 곳곳에서 출현하고 있는 원인은 보 때문에 물이 흐르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며 “수면을 보면 강 전체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물의 깊이에 따라 흐름의 속도가 달라, 실제로는 수심 깊은 곳의 정체된 물의 양이 많아 죽음의 구간이 항상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4대강 사업이 우리나라 강의 고유한 특징을 모두 훼손한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녹조를 자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소규모 자연습지가 여기저기 있는 것이 우리나라 강의 특징이었다”며 “그런데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그것들을 몽땅 준설해서 없애버렸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부영양화를 해소할 기회가 없어져 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4대강 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질을 개선해서 양질의 물을 국민에게 공급한다는 기본목표에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정치와 상관없이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김 교수는 “녹조는 현상에 불과하다”며 녹조로 인한 수질 문제뿐 아니라 전체적인 강의 환경을 되돌리는 것에 관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강은 모래사장이 있고 긴 여울에 짧은 소(강이 굽이치는 곳에 만들어지는 웅덩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여울은 짧아지고 수심이 깊은 곳이 늘어나 강은 호수와 비슷한 상태가 됐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낙동강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4대강 사업처럼 생태계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법의 대책을 세우고 철저한 검증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보를 허물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맑은 물, 맑은 공기, 깨끗한 백사장이 있는 것이 우리나라 강이 가진 모습이었고 이 모든 것은 모두가 나누어 가지는 자산이며 천부권”이라며 “다시는 한 사람의 대통령의 정치적인 판단으로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이 4대강 사업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국가 생태계에 접근하면 안 된다”며 “정치와 상관없이 낙동강은 흘러야한다”고 강조했다.
원래 모습을 찾으려는 낙동강
원래의 강변 지대보다 자갈과 흙을 쌓아 더 높게 조성한 구미보 인근 강변이 낙동강에 깎여 본래의 모래사장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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