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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모르고 쓰는 역사 이야기<29>제15대 미천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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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도 모르고 쓰는 역사 이야기<30>제15대 미천왕(2) - 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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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15대 미천왕(美川王)의 이름은 을불(乙弗).

낙랑군을 멸망시키고 요동 지역을 완전히 석권한 왕으로서,

훗날 고구려에 불교를 수용하고 율령을 반포하여

내정개혁으로 고구려를 중흥시키는 소수림왕이 바로 그의 손자이며,

광대한 영토를 개척하여 고구려의 최전성기를 이끌게 되는 영락태왕(永樂太王)은

바로 미천왕 을불의 증손자다. 

그런 그가, 젊어서 소금 장사꾼 노릇을 하며 떠돌아다녔던 일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백부에 의해서 작은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잃고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머슴 노릇도 하고,

소금 장사꾼으로 돌아다니다가 도둑으로 몰려 몰매를 맞기도 했다.

그가 왜 소금 장사꾼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왕이 될 수 있었는지,

《삼국사(三國史)》에 기록된 이 동화같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美川王<一云好壤王> 諱乙弗<或云憂弗>. 西川王之子古鄒加固之子. 初, 烽上王疑弟固有異心, 殺之. 子乙弗畏害出遁.]

미천왕(美川王)<또는 호양왕(好壤王)이라고도 하였다.>의 이름은 을불(乙弗)<혹은 우불(憂弗)이라고도 썼다.>이고 서천왕의 아들인 고추가(古鄒加) 돌고(固)의 아들이다. 처음 봉상왕이 아우 돌고가 배반할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해 그를 죽였다. 아들 을불은 해를 입을것이 두려워 도망쳤다.

《삼국사》 권제17, 고구려본기5, 미천왕 즉위전기

 

그래, 여기까지는 봉상왕편의 기록과 대략 같았었다.

그때 도망친 을불이 어떻게 살았느냐에 대해서 《삼국사》는

처음에는 머슴살이를 했었다고 기록했다.

 

[始就水室村人陰牟家, 傭作. 陰牟不知其何許人, 使之甚苦. 其家側草澤蛙鳴, 使乙弗, 夜投瓦石禁其聲, 晝日督之樵採, 不許暫息.]

처음에는 수실촌(水室村) 사람 음모(陰牟)의 집에 가서 머슴살이[傭作]를 했다. 음모는 그가 누군줄도 모르고 일을 몹시 호되게 시켰다. 그 집 옆의 늪[草澤]에서 개구리가 울면 을불을 시켜 밤에 기와조각과 돌을 던져 그 소리를 못내게 하고, 낮에는 나무하기를 독촉하여 잠시도 쉬지 못하게 했다.

《삼국사》 권제17, 고구려본기5, 미천왕 즉위전기

 

졸지에 왕족에서 도망자 신세가 되어버린 을불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수실촌이라는 마을로 도망가서 음모라는 사람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자가, 을불이 왕족일줄 뭐 상상이나 했겠나.

왕족이 왜 머슴살이를 하겠나 생각했겠지.

하긴 알았어도 그자가 을불을 그냥 보냈을지

아니면 그대로 붙잡아 봉상왕에게 보냈을지도 알수 없지만.

 

어쨌거나 음모는 을불을 그저 떠돌아다니는 사람으로 보고서,

머슴 부리듯이 마구 부려먹는다.

낮에는 땔감 쓸 나무 해오라고 부려먹고,

(이 무렵 고구려에서도 온돌을 썼음)

밤에는 집 근처의 늪에서 시끄럽게 우는 개구리 소리 그치게 하라고, 

잠도 제대로 재워주지 않았다.

 

[不勝艱苦, 周年乃去. 與東村人再牟販鹽.]

괴로움에 못 이겨 1년만에 그 집을 떠났다. 동촌(東村) 사람 재모(再牟)와 함께 소금장사를 하였다.

《삼국사》 권제17, 고구려본기5, 미천왕 즉위전기

 

소금 장사꾼이 된 을불. 조금은 살이가 편했을까?

적어도 밤에 잠을 못 자는 괴로움은 없을테니.

하지만 울면서 잠드는 것만큼 괴로운 것은 없는 법.

조금 폈다 싶었던 을불에게 재수없는 일이 터진다.

 

[乘舟抵鴨淥, 將鹽下寄江東思收村人家. 其家老請鹽, 許之斗許. 再請不與. 其恚, 潛以置之鹽中. 乙弗不知, 負而上道, 追索之, 誣以廋屨, 告鴨宰. 宰以直, 取鹽與嫗, 決笞放之. 於是, 形容枯槁, 衣裳藍縷, 人見之, 不知其爲王孫也.]

배를 타고 압록에 이르러 소금을 내려 놓고 강 동쪽 사수촌(思收村) 사람의 집에서 묵었다. 그 집의 할멈[老]이 소금을 달라고 하므로 한 말쯤 주었다. 더 달라는 것을 주지 않았다. 그 할멈은 원망하고 노하여 소금 속에 몰래 신발을 넣어 두었다. 을불은 알지 못하고 짐을 지고 길을 떠났는데, 할멈이 쫓아와 신발을 찾아내서는 을불이 신발을 숨겼다고 꾸며 압록재(鴨宰)에게 고소하였다. 재는 신발 값으로 소금을 빼앗아 할멈에게 주고, 을불은 장을 쳐서[笞] 놓아 주었다. 결국 얼굴은 야위고 옷은 남루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보고도 그가 왕손인 줄 알지 못했다.

《삼국사》 권제17, 고구려본기5, 미천왕 즉위전기

 

세상사가 힘들다지만 이렇게 힘들 수가 있는가.

하필이면 못된 노파에게 잘못 걸린 을불은,

신발 도둑으로 몰려서 가지고 있던 소금을 모두 빼앗기고 곤장까지 맞고 쫓겨난다.

하긴 그 노파를 욕할 것이 못 되겠지.

그 무렵에는 워낙 세상이 이상해서 먹고 살기도 빠듯했으니까.

잘못이 있다면 더러운 세상에 잘못이 있지, 그 노파가 무슨 잘못이겠나.

따져보면 이리저리 흉년으로 먹을 것 없지,

하루가 멀다하고 토목공사한다 사람 잡아가지,

외적들은 수시로 쳐들어오지.

혼란한 세상이, 사람을 독하게 만드는 것인가보다.

이리하여 얼굴이 야위고 옷이 허름해져서,

완전히 '거지'꼴이 된 을불을 왕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是時, 國相倉助利將廢王, 先遣北部祖弗, 東部蕭友等, 物色訪乙弗於山野. 至沸流河邊, 見一丈夫在舡上. 雖形貌憔悴, 而動止非常. 蕭友等疑是乙弗, 就而拜之曰 “今國王無道, 國相與臣陰謀廢之. 以王孫操行儉約, 仁慈愛人, 可以嗣祖業, 故遣臣等奉迎.” 乙弗疑曰 “予野人. 非王孫也. 請更審之.” 蕭友等曰 “今上失人心久矣固不足爲國主, 故臣望王孫甚勤. 請無疑.” 遂奉引以歸. 助利喜, 致於鳥陌南家, 不令人知.]

이때 국상 창조리가 장차 왕을 폐하려고 먼저 북부의 조불(祖弗)과 동부의 소우(蕭友) 등을 보내 산과 들로 을불을 찾게 하였다. 비류하 가에 이르러서 한 장부가 배 위에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용모는 비록 초췌하였으나 몸가짐이 보통사람과 달랐다. 소우 등은 이 사람이 을불이라 짐작하고 나아가 절을 하며 말하였다.

“지금의 국왕이 무도하므로 국상이 여러 신하들과 함께 왕을 폐할 것을 몰래 꾀하고 있습니다. 왕손께서는 행실이 검소하고 인자하여 사람들을 사랑하셨으므로 선왕의 업을 이을 수 있다고 하여, 저희들을 보내 맞이하게 하였습니다.”

을불은 의심하여 말하였다. 

“나는 야인이지, 왕손이 아니오. 딴데 가서 알아보시오.”

소우 등이 말하였다.

“금상(今上)은 인심을 잃은지 오래라 나라의 주인이 될수 없습니다. 여러 신하들이 왕손을 매우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의심하지 마소서.”

마침내 받들어 모시고 돌아왔다. 조리가 기뻐하며 조맥(鳥陌) 남쪽 집에 모셔두고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였다.

《삼국사》 권제17, 고구려본기5, 미천왕 즉위전기

 

국상(國相) 창조리는 자신의 간언이 끝내 묵살되자,

마침내 이 폭군을 몰아내고 새로운 왕을 모실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옛날에 들판으로 도망친 을불을 찾게 하고,

마침내 비류수 강가에서 을불을 찾아내어 숨긴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세력을 규합하는 일이었다.

 

자고로 도박판은 판에 거는 돈이 크면 클수록 사람이 많이 모이는 법.

그리고 '쿠데타'라는 노름판.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많은 돈을 따낼 수 있는,

그러면서도 이것은 도박사의 목숨마저 담보로 한다.

도박에서 판돈과 위험 부담은 비례한다.

성공하면 반정(反正)이고, 실패하면 반역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무튼 이 노름판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될까?

 

[秋九月, 王獵於侯山之陰, 國相助利從之, 謂衆人曰 “與我同心者, 我.” 乃以蘆葉揷冠, 衆人皆揷之. 助利知衆心皆同, 遂共廢王, 幽之別室, 以兵周衛. 遂迎王孫, 上璽綬, 卽王位.]

가을 9월에 왕은 후산(侯山) 북쪽으로 사냥나갔는데, 국상 창조리가 따라가며 여러 사람들에게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자, 나를 따라하라.”

하고, 갈대잎을 관에 꽂으니 여러 사람들도 모두 꽂았다. 조리는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같은 것을 알고, 마침내 함께 왕을 폐하여 별실에 가두어 군사로 주위를 지키게 하고, 이윽고 왕손을 맞이하여 옥새와 인끈[璽綬]을 바치고 왕위에 오르게 하였다.

《삼국사》 권제17, 고구려본기5, 미천왕 즉위전기

 

도박은 성공이었다.

마침내 국상은 폭군 봉상왕을 폐위시키고, 을불을 왕위에 올렸다.

그가 바로 고구려 15대 태왕 미천왕이었다.

이때가 서기 300년의 일이다.

그리고 쫓겨난 봉상왕은 자신의 두 아들과 함께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평생을 의심과 시기 속에 살면서 백성을 혹사시키며

자신의 지위와 위엄을 지키기에 급급했던 왕의 비참한 최후.

어떻게 보면 참 슬프고도 덧없는 일이 아닌가.

이렇게 비참하게 죽을 것을 모르고 왜 그렇게 무도한 정치를 행했는지.

 

<안악 3호분 벽화에 그려진 호위근신들의 모습. 손에 도끼며 깃발을 들고 있다.>

 

[冬十月, 黃霧四塞. 十一月, 風從西北來, 飛砂走石六日. 十二月, 星孛于東方.]

겨울 10월에 누런 안개가 끼어 사방이 막혔다. 11월에 바람이 서북쪽으로부터 불어와서 엿새 동안이나 모래를 날리고 돌을 굴렸다. 12월에 살별[星孛]이 동쪽에 나타났다.

《삼국사》 권제17, 고구려본기5, 미천왕 원년(300)

 

어쨌거나 저쨌거나, 국상 창조리 등의 추대를 받아 새로이 왕위에 오른 미천왕. 

그의 즉위를 축하한다기에는 너무도 이상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누런 안개ㅡ그러니까 황사 비슷한게 사방에 자욱하게 깔리지를 않나,

모래 날리고 돌이 구를 정도의 강한 서북풍이 엿새 동안 불지를 않나.

불길한 징조라는 살별까지 동쪽에 나타났었지.

 

과연 그 일련의 일들은 모두가 미천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뭔가 또 다른 사건들이 그렇게 은유되어 표현된 것일까?

(어쩌면 이때 고구려에서 일어난 것은 '반정'이 아니라 '왕통교체',

즉 '역성혁명'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해온다)

해석을 어떻게 하든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미천왕 때에 이르러 고구려가 한 군현 세력을 완전히 소멸시켰다는 것.

 

[三年, 秋九月, 王率兵三萬, 侵玄郡, 虜獲八千人, 移之平壤.]

3년(302) 가을 9월에 왕은 3만 군사를 거느리고 현도군을 침략하여(?), 8천 명을 붙잡아 평양으로 옮겼다.

《삼국사》 권제17, 고구려본기5, 미천왕

 

나라 안이 온통 굶주리는 판에 조금 무리한건 아닌가 싶지만,

재위한지 3년만에, 왕은 3만 군사로 현도군을 쳐서 포로 8천명을 평양으로 데려온다.

단재 선생 말씀에 따르자면 이것은 일찌기 차대왕이 한으로부터 빼앗아 차지했다가

발기 왕자가 한에 군사를 청하면서 그들에게 갖다바쳐버린 요동을 탈환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는데.

하지만 여기서 끝날수는 없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데.

한 군현의 소멸을 위한 미천왕의 노력, 그리고 고구려의 중흥을 위한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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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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