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들여 만든 수변 공원, 썩어가는 흉물로…
SBS | 최우철 기자 | 입력 2013.05.21 21:15


<앵커>

정부와 지자체가 4대강 수질을 개선하고 레저 공간을 조성하려고 비싼 돈 들여서 수변 생태 공원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원들이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최우철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20분간 구불구불 시골 길을 달려 도착한 한 산골 마을.


조경용 석재와 나무로 산책로를 꾸민 공원이 보입니다. 4대강 사업비 33억 원을 들여 3년 전 완성한 수변 생태 공원입니다. 사람의 손길이 오래 전 끊긴 듯 이파리 하나 없이 죽은 고사목들만 즐비합니다.

[김진우/제천환경운동연합 : 잎이 있는 나무도 반쯤 말라서 죽는 상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인공 습지는 곳곳에 물이 고여 잡풀과 함께 썩어가고 있습니다. 캠핑용 공터와 잔디 운동장도 만들어 놨지만, 이용객은 전무 하다시피 합니다.

[풍기섭/마을 주민 : 축구장도 여지껏 한 번도 이용하는 걸 못 봤어요. 3년 정도 됐는데. 저런 식으로 공원이 공원답지 못하게 되니까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강원도에 있는 또 다른 4대강 수변 공원. 거대 조형물과 놀이터, 자전거길 조성에 1천 530억 원을 썼습니다. 역시 이용객이 없어 텅 비었습니다.

인공적으로 물길을 만든 하천엔 생활 하수가 썩으면서 생긴 푸른 이끼 천지입니다. 하천 바닥을 긁어봤더니, 침전물이 시커멓게 올라옵니다. 4대강 사업비로 전국에 조성된 생태공원만 230곳여 곳이 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사시사철 이처럼 이런 유령 공원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어마어마한 공원 관리 비용 때문. 수변 생태 공원이라 농약 사용이 금지돼 잡초 제거에 필요한 인건비가 일반 공원에 2배가 넘게 듭니다. 공원 한곳에 해마다 수억 원대 관리비가 드는 겁니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 : 국가 재산이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유지·관리만 하는 거죠. 국비로 (관리비) 요청을 해서 타당한 거라면 내려오는 식으로 …]

정부가 수변 생태공원 조성에 쓴 예산은 2조 원. 공원 관리를 위해 지자체에 지원한 예산만도 지난해 450억 원이나 됩니다. 거액의 세금을 들여 만들어 놓고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는 수변공원. 썩어가는 흉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김경연)
최우철 기자justrue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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