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국민이 직접 ‘4대강 조사’ 참여하자”
2013 06/11ㅣ주간경향 1029호

정부 ‘조사위’ 참여 학자들 중립적 입장 견지 의문…
“제대로 검증하려면 국민배심원제 바람직”

6월 중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이하 4대강 조사위)’가 출범할 예정이다. ‘4대강 조사위’에는 중립적 인사를 중심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 및 반대 인사 등 20명으로 구성된다는 것이 국무조정실의 입장이다. 1년여 동안 운영되는 조사위 산하에는 8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 작업단’을 두고 수자원, 수환경, 농업, 문화·관광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4대강 조사위’ 구성에 앞서 검찰은 5월 15일 4대강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30여개 건설사 및 설계업체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을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 이후 ‘검찰 내 최고 화력’이라 불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가 담당했다는 점에서 MB 정권 자체를 타깃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4대강 공사 입찰 담합과 관련해 30여곳의 건설사 본사를 압수수색한 5월 15일 검찰 수사관들이 서울 남대문로 GS건설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건설사들의 담합 시인을 받아냈다면서, 비자금 수사로 폭을 넓힐 것이라 한다. 앞서 지난 4월 초 민주당 임내현 의원실에서는 4대강 시공사 전직 고위층으로부터 ‘회사에서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가 이명박 정권의 실세 E씨에게 전달됐다’는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와는 별도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감사원에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을 사실상 총체적 부실이라 지적했다. 감사원이 ‘설계부실에 따른 보 내구성 부족 및 계속된 유실, 침하로 근본적 보강 필요’라는 것과 ‘수질 악화 우려와 준설량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는 것은 22조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도 보 구조물에서는 누수 현상이 의심스러운 상황으로 벌어지고 있고, 지류지천의 역행침식도 계속되고 있다. ‘녹조라떼’로 대변되는 수질 악화와 ‘헛공사’ 지적이 끓이지 않는 모래 재퇴적 현상, 허황된 이야기로 확인된 34만개의 일자리와 40조원의 생산유발 등은 4대강 사업의 부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담합 수사 최종 타깃은 MB정권 비자금?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당장 농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지하수 수위가 올라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은 경남 고령군 일대 농민들은 “장화를 벗고 일하는 것이 소원”이라면서 “물이 원수”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영산강 나주시 인근에서는 논밭이 늪으로 변해버려 영농장비가 들어갈 수 없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강바닥 모래를 긁어낸 준설공사 등에 따른 생태계 피해도 만만치 않다. 환경부도 뒤늦게 4대강 사업에 의한 생태계 훼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멸종 위기종 Ⅱ급인 한강의 꾸꾸리와 금강의 미호종개 등이 본류에서 확인할 수 없으며, Ⅰ급인 흰수마자는 내성천 합류지점에서 한 마리가 확인되는 등 개체 수가 격감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돗물의 악취를 유발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시아노박테리아가 우점화됐고, 강바닥에 살고 있는 생물 중에는 오염에 내성이 강한 실지렁이가 우점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지난 4월 말 ‘보 건설 전후 수생태계 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환경부가 밝힌 내용이다.

이러한 4대강 사업에 수많은 이들이 적극 찬동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으로 수질 및 생태계 개선, 홍수 및 가뭄 예방, 기후변화 대비, 일자리 창출 및 경기 활성화 등을 모두 이룰 수 있다는, 이른바 ‘4대강 만능론’을 펼쳐왔다. 이명박 대통령 본인은 물론 정종환·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장, 박석순 전 국립환경과학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외에도 4대강 사업의 공로로 훈·포장, 표창장을 받은 이가 1300여명에 이른다.

4대강 사업에 핵심적으로 관여했던 이들은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8일 전 국립환경과학원장이었던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는 동아일보에 <잘못된 환경지식으로 선동하지 말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아직까지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가 훼손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의 4대강 부실 지적에 가장 강하게 반발했던 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은 퇴임 후 자숙의 시간도 거치지 않은 채, 지난 4월 국립대학인 한국교통대학교 총장 후보에 올라 사회적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박 전 원장과 권 전 장관처럼 4대강에 핵심적으로 찬동한 인사들을 ‘4대강 조사위’에 참여시킨다는 것이 국무조정실의 입장이다. 불행히도 이들은 22조원을 낭비한 것에 대한 반성조차 없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밝히는 것은 자신들의 과오를 드러내는 작업인데, 과연 그들이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그들은 필연적으로 4대강 사업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할 수밖에 없다.

핵심 찬동인사 조사위 참여

또한 그들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4대강 부작용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인사라는 점에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중립적 인사에 대해서도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연·지연 등으로 맺어진 우리 학계의 특성상 중립적인 인사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4대강 사업 조사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국민이 4대강 조사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침수 피해를 당하고 있는 농민들은 담수된 물을 한 달만 빼보고 평가하자고 말한다. 보 안전성 점검도 물을 빼고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

최근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속빈 강정’ 논란이 벌어졌다. 엄청난 수압을 견디며 개폐해야 하는 수문 기둥의 일부가 콘크리트로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수공 및 건설사는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하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란은 근본적으로 4대강 사업 과정이 철저히 비공개인 채 속도전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일부 인사가 아닌 국민의 직접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전문가들과 함께 국민이 참여할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국민 참여 재판과 같은 배심원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4대강 검증 국민 배심원제’인데, 무작위 추첨을 통해 국민 배심단에 참여할 인사를 선출하고, 학습과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는 우리 시대의 과제인 직접 민주주의와 숙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정권의 과오를 국민이 직접 합의하고 결론 낸다는 점에서 불신과 갈등을 풀고,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4대강 검증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라도, 4대강 검증 결과를 국민이 쉽게 납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국민 눈높이 참여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철재 <에코 큐레이터·환경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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