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기에 작용하는 독소 많아…재해로 다뤄야
2013.08.20 19:52수정 : 2013.08.21 16:52
조류경보가 내려진 낙동강 창녕함안보 하류의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본포취수장 앞 본포교 아래에 지난 1일 녹색 페인트를 뿌린 듯 녹조가 넓게 퍼져 있다. 창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구와 환경] 남조류 녹조 왜 위험한가
1996년 2월 브라질 페르남부쿠 주 동북쪽 카루아루 지역의 한 병원에서 일상적인 혈액투석 치료를 받은 환자 136명 가운데 117명이 메스꺼움·구토·근무기력증 등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들 가운데 100명의 증상은 간염에서 급성 간부전으로까지 발전했고, 결국 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병원이 수돗물의 원수로 사용하는 저수지에는 1990년 이후로 마이크로시스티스와 아나베나종의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남조류)가 번성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이 센터의 자체 정수시설 필터, 환자들의 혈청과 간 세포 등에서 모두 마이크로시스티스에서 생성되는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죽은 환자들의 간에서 확인된 손상 형태도 마이크로시스틴에 노출시킨 실험 동물들의 간에서 나타난 손상 형태와 동일했다. 이들의 사망이 마이크로시스틴 독소에 의한 급성 중독과 관련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에 앞서 1988년 브라질 바히아 주의 파올로 아폰소 지역에서는 식수원인 저수지에 홍수가 밀려든 뒤 주민 2000여명에게 심한 위염이 발병하고, 42일 만에 이들 중 88명이 숨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역학 조사 결과는 홍수 뒤 저수지에서 증식한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들어낸 독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밖에 어떤 다른 감염원이나 독소도 확인되지 않았고, 발병과 사망 사례는
문제의 저수지로부터 식수를 공급받는 지역에서만 발생했다.
국내 하천·호수서 매년 녹조 유발
정부선 안전처리한다고 하지만 새로운 위험 발견 연구 속속 나와 방제기술 개발에 장기적 노력을
시아노박테리아 가운데는 간·신경·세포 등에 작용하는 독소를 만들어내는 종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하천과 호수에서 매년 여름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주범도 마이크로시스티스·아나베나와 같은 독성 시아노박테리아이다.
환경부는 현재의 정수처리 시설과 기술로 이들 독소를 모두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문제는 다양한 시아노박테리아 종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생체 독소들과 이런 독소들이 인간의 건강에 장기적으로 끼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의 이해가 아직 불완전하다는 데 있다. 앞으로 과학자들의 연구가 계속 진행되면서 이제까지 몰랐던 위험들이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녹색의 페인트를 쏟아부어 놓은 것과 같은 강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지역 주민들이 정부의 설명에도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시아노박테리아의 독성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새로운 위험들은 점점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까지 국외에서 나온 시아노박테리아 독성 연구 결과 가운데 특히 공중보건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시아노박테리아에서 생성되는 신경독소의 하나인 ‘베타-메틸아미노-엘-알라닌’(β-Methylamino-L-alanine·BMAA)이 알츠하이머병(치매)과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의 발병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결과다.
2009년 미국 마이애미대학의 신경과학자들은 대학 뇌은행에 보관돼 있는 12명의 치매 환자 사망자의 뇌와 같은 수의 정상인 사망자의 뇌에서 각기 24개씩의 뇌조직을 표본을 분석해 놀라운 결과를 얻어냈다. 치매 환자 뇌조직 표본 24개 가운데 23개에서 시아노박테리아 독소의 하나인 ‘베타-메틸아미노-엘-알라닌’이 발견됐다. 반면에 정상인 뇌조직에서는 24개의 표본 가운데 단 2개에서만 같은 독소가 검출됐다. 이들이 별도로 진행한 루게릭병 사망자 13명의 뇌 조직 표본 검사에서는 모든 표본에서 ‘베타-메틸아미노-엘-알라닌’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치매 환자의 뇌 조직에서 이 독소가 발견된 사실만으로 시아노박테리아가 치매를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독소를 주입한 쥐들이 그렇지 않은 다른 쥐들에 비해 학습 능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까지는 나온 상태다. 게다가 미국 뉴햄프셔주에 있는 마스코마 호수 주변에 많은 루게릭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또다른 추적 연구에서도 ‘베타-메틸아미노-엘-알라닌’이 루게릭병과 연관돼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다.
과학계의 연구 결과가 쌓여가면서 ‘베타-메틸아미노-엘-알라닌’을 비롯한 시아노박테리아 생체 독소들이 인체의 건강에 끼칠 수 있는 위험의 종류는 어떻게 될까? 아마 줄어들기 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한양대 생명과학과 한명수 교수는 “남조류의 대부분의 독소는 이미 발견됐고 인체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도 거의 밝혀져 있는 상태”라면서도 “그러나 인간의 질병에 비유하자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희소암들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것처럼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남조류의 새로운 독소와 건강 영향이 발견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새로운 독소가 발생하더라도 정수 처리 과정에서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것이 아니라 녹조 발생을 하나의 재해로 보고 방제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녹조 발생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현미경으로 본 시아노박테리아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남조류는
수십억년전 지구 생태계 창조자서 이젠 물자원 파괴하는 골칫덩이로 4대강 보가 증식메커니즘 더 굳혀
지난해 여름에 이어 올해도 낙동강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남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특성을 지닌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생물 중에 가장 뛰어난 적응력을 과시해 온 생물의 하나다. 민물과 바닷물 속에 항상 서식할 뿐 아니라 흙 속과 나무 위는 물론 뜨거운 온천수와 남극의 바위 표면과 같은 극한적 환경에서도 발견되곤 한다.
최근 인간들은 이들이 수생태계뿐 아니라 자신들의 건강까지 위협한다며 눈을 흘긴다. 하지만 이들이 없었으면 지구가 지금처럼 생명이 넘치는 별이 될 수 없었고, 인간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지구 탄생 뒤 수십억년 동안 유해가스로 가득찾던 지구의 대기는 25억년 전에서 35억년 전 사이 이들이 등장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푸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늘날에도 수생태계의 1차 생산자로서 지구 전체 광합성 생산의 20~30%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지구 생태계 형성과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를 지금 4대강에서처럼 가끔 골칫덩이로 변하게 만든 것은 인간이다. 인간들이 생활 하수와 축산 분뇨, 과도한 비료 사용 등을 통해 물 속에 이들의 증식에 필요한 질소·인 등 영양물질이 지나치게 많이 녹아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을 더 이용하려고 하천 곳곳에 댐과 보를 지어 하천을 호수와 같은 정체 수역으로 만든 것도 조류의 이상 증식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됐다. “영양염류 이외에 조류의 증식에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 물의 체류시간”이라는 진단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한 환경단체들에 앞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의 전신인 국립환경연구원이 이미 1999년 ‘녹조 현상의 원인규명 및 발생저감 방안’ 보고서에서 내렸다.
이처럼 부영양화 상태에서 잘 흐르지도 못하고 갇혀 있는 물 속의 시아노박테리아는 따뜻한 수온과 햇볕 등의 다른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급속도로 증식할 수밖에 없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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